김해 한림 양돈장 냄새 줄었다…한돈협회 ‘자율 저감’ 9개월 성과
돈사 암모니아 11.5→3.8ppm으로 67% 감소, 대부분 농가 복합악취 ‘10배 이하’ 유지 김해시, 12월 지정 여부 판단…비용 대비 효과·지속성 입증 필요 지적도
2024년 김해시 용역 조사에서 김해 한림면 양돈 밀집지역 43개소(42농가·공동자원화시설 1곳)의 복합악취는 최고 44배, 평균 25배 안팎으로 측정됐다. 법정 배출허용기준(15배)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김해시는 이를 근거로 악취관리지역 지정 절차를 밟아 왔다. 하지만 2026년 들어 이 지역의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대한한돈협회가 지정 직전 1년 유예를 받아내고 자율 저감에 나선 결과, 돈사 내부 암모니아 농도가 3월에 비해 6~9월 평균 약 67% 떨어졌고, 대부분 농가의 복합악취가 법정 기준보다 엄격한 유예 조건인 10배 이하로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한돈협회는 9월 29일 세종특별자치시 축산환경관리원 대회의실에서 ‘김해 한림지역 양돈장 냄새저감 집중 사업 중간발표회’를 열고 그간의 추진 경과와 성과를 공개했다. 이날 발표회에는 김해시 환경정책과·축산과, 기후에너지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와 지역 한돈농가 등이 참석했다.
악취관리지역 고시 사흘 앞두고 1년 유예…협회 2억 원 투입
사업의 출발점은 2025년 12월 30일이다. 이기홍 대한한돈협회장은 한림면 42농가를 악취관리지역으로 묶는 고시를 사흘 앞두고 홍태용 당시 김해시장을 직접 찾아가 1시간 넘게 면담한 끝에 지정을 유예받았다. 김해시는 2024년에 시작한 연구용역과 내부 절차를 사실상 마친 상태였다.
이 회장은 “밀집지역 농가가 한꺼번에 악취관리지역으로 고시되는 순간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컸다”며 “냄새는 규제로 다스리기보다 협회가 직접 책임지겠으니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협회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컨설턴트 인건비와 악취 측정 비용 등 2억 원이 넘는 재원을 투입했다. 이 회장은 “농가들이 방법을 몰라서 못 하는 것”이라며 “이해당사자가 스스로 하려는 의지를 갖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진현 대한한돈협회 전무는 사업 배경 설명에서 자율 개선 원칙, 행정기관과의 협력, 측정 가능한 성과를 3대 대응 전략으로 제시했다. 조 전무는 “밀집지역 40여 농가를 한 번에 관리해 악취를 줄인 것은 아마 처음일 것”이라며 “주민들이 인정해주지 않으면 성공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이장단과 지역협의회 대표 등이 참여하는 민간협의체를 꾸려 정기적으로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저감 대책을 3단계로 나눴다. 큰 비용 없이 청소·운영 방식 개선 등 내부 관리를 최적화하는 단기 단계, 음수용 미생물 공급장치처럼 비용 부담이 적으면서 효과가 있는 설비를 들이는 중기 단계, 시설 현대화를 통한 근본 개선의 장기 단계다. 2026년에 1·2단계를 중심으로 추진됐다.
미생물 자동 공급·밀폐·방풍벽…농장별 맞춤 처방
현장 컨설팅은 전문 컨설턴트 5명이 맡았다. 하덕민 대표 컨설턴트(대한한돈협회)는 매주 2~3일씩 김해를 찾아 농장주와 관리자를 만나며 개선 사항을 점검해 왔다. 대상 43개소 가운데 돼지를 입식하지 않은 4곳을 제외한 39개소가 집중 관리 대상이다.
하 컨설턴트는 컨설팅 과정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로 미생물 활용 방식을 꼽았다. 그는 “대부분 농가가 미생물을 쓴다고 답하지만 사료에 든 생균제를 말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는 출하 후 피트나 바닥에 한꺼번에 붓는 정도여서 돈사 전체에 퍼지지 않는다”며 “오히려 피트 슬러리에서 가스가 더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협회는 음수라인을 통해 돈사 전체에 미생물이 자동으로 공급되는 시스템을 14개 농장에 설치했다. 사업 대상이 아닌 김해 지역 농장들도 자발적으로 같은 장치를 추가 설치했다. 고농도 악취가 나오는 공동자원화시설 등은 밀폐 공사부터 진행했고, 바람에 따라 악취가 확산되는 평지 농장에는 높이 4m 방풍벽을 세웠다. 설치 후 방치되던 바이오커튼 청소를 유도하고 액비를 제대로 만드는 방법도 교육했다. 김해시도 농식품부 축산악취개선 공모사업 국비 등 약 15억 9000만 원으로 한림면 33건의 시설·장비를 지원했다. 현재 저장조 토목공사와 현대화 농장 1곳의 탈취시설 공사가 진행 중이며, 10월 안에 설치를 마칠 계획이다.
하 컨설턴트는 미생물 장치 설치를 거부했던 한 농장이 두 달 뒤 복합악취가 20배로 측정되자 뒤늦게 장치를 들였고, 2~3주 만에 냄새가 잡힌 사례도 소개했다.
돈사 암모니아 11.5→3.8ppm, 복합악취 43곳 중 38곳 10배 이하
성과는 수치로 나타났다. 협회가 집계한 농가 자가측정 결과에서 농장별 암모니아 평균 농도는 2026년 3월(측정 초기 3주) 11.5ppm에서 6~9월 3.8ppm으로 떨어졌고, 6월 14일부터 9월 20일까지 주차별 평균 농도는 대부분 3~5ppm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공인 악취 검사기관이 43개소 기준 2024년(1차)과 2026년(2차)의 복합악취를 비교 측정한 결과 43개소 중 5개소를 제외하면 목표치인 10배 이하로 나타났다.
하 컨설턴트는 “2년 전 이 지역을 측정했던 공인기관 관계자가 입구에서부터 나던 냄새가 나지 않는다며 무엇을 했느냐고 먼저 물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주민들의 체감도 달라졌다. 그는 “주민들이 2년 전에는 구토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많이 줄었다고 하면서도, 괜찮다고 하면 덜 신경 쓸까 염려돼 그래도 난다고 말하더라”고 덧붙였다.
민원은 사업 대상 농장 기준으로 전반적으로 줄었지만, 용덕리는 오히려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하 컨설턴트는 “약 1만 두 규모 대형 농장의 저장조 전체를 액비화하는 과정에서 악취가 발생한 탓”이라며 “이 농장은 3~6월엔 거의 매일 민원이 들어왔지만 최근엔 한 달에 한두 번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10월 초 주민 입회하에 야간(오후 7시 30분~11시) 복합악취 포집을 실시하고, 악취 확산 모델링도 병행할 계획이다. 최종 결과는 연말 발표회에서 공개된다.
김해시, 하반기 2~3회 추가 측정 뒤 12월 지정 여부 결정
악취관리지역 지정 여부는 오는 12월 김해시가 결정한다. 김해시 환경정책과 조근영 주무관은 “하반기 2~3회 추가 측정 결과가 유예 기준인 10배 이하로 떨어지는지, 그리고 컨설팅에 따른 시설·운영 개선 이행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주무관은 “사업 초기에는 참여 의지가 상당했지만 여름 폭염을 지나며 다소 떨어진 것 아닌가 싶다”며 “환경 기준을 규제가 아닌 주민과의 상생 목표로 인식하고 연말까지 더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해시 축산과 이학용 축산행정팀장은 지정이 곧 농가의 관리 소홀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짚었다. 그는 2020년 지정된 주촌면 사례를 들며 “2017년 1건이던 민원이 인근 대규모 아파트 단지 개발 이후 2019년 5000건 가까이로 늘었다”며 “농가는 변한 게 없는데 도시화 같은 외부 요인으로 민원이 폭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7년 재정 지원과 관련해서는 “농식품부 축산악취개선 공모사업에 6년 연속 선정됐고 2027년 사업도 예비대상자로 선정됐다”며 “한림면 농가에 대한 추가 지원은 최종 결과 등을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재원·인력 등 남은 과제
질의응답과 보완 사항 논의에서는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두고 여러 의견이 나왔다.
내년 이후 재원 마련 계획을 묻는 질의에 하 컨설턴트는 “투자 없이는 악취를 줄일 수 없다”며 “미생물 자동화 장치는 1500만~5000만 원 수준이고, 설치 후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부분은 미생물 제제 가격”이라고 답했다. 이 회장은 “정부 지원사업이 현장 맞춤형이 아닌 경우가 많다”며 “농가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사업 위주로 예산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이번 사례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컨설턴트 인력 부족도 과제로 꼽혔다. 하 컨설턴트는 “다른 지역에서도 요청이 계속 늘고 있지만 인력을 모두 배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농식품부 축산환경자원과 손효림 사무관은 자체적으로 45개 농가 악취 컨설팅을 추진한 경험을 소개했다. 손 사무관은 “농가의 자발적 동의와 사후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최종 결과에서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저감 모델이 제시되면 정책과 연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수질수생태과 장재현 사무관은 “비용이 부담되면 농가는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종 보고에는 농가별·기법별로 비용 대비 얼마나 민원과 악취가 줄었는지 구체적인 분석이 담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 사무관은 또 “10배 이하라는 목표의 달성 기한이 명확하지 않다”며 “김해처럼 집단적으로 악취가 발생하는 지역이 전국에 얼마나 있는지 파악하고 중장기 지원 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