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수산 76개 단체, ‘CPTPP 가입 논의’ 즉각 중단 요구…비대위 공식 출범

21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서 출범식·기자회견 개최 관세 철폐율 96% 넘는 ‘사실상 완전 개방’ 우려 오는 28일 자체 간담회·10월 대규모 집회 예고

이현우 기자
승인 2026.09.22 01:01수정 2026.09.22 03:31
농수축산연합회 이승회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농수축산연합회 이승회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농산물 관세 철폐율 96% 이상, 국가가 아닌 지역 단위로 쪼개지는 동식물 검역, 그리고 후쿠시마산 수산물. 농림축수산업계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막아야 한다며 내세운 이유다.

전국 76개 농림축수산단체는 2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CPTPP 가입저지 농림축수산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출범식 및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CPTPP 가입 논의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한국농축산연합회,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 길, 축산관련단체협의회, 수산 관련 단체, 한국임업인단체총연합회 등 소속 단체 대표자들이 참석했다.

이승호 한국농축산연합회장(한국낙농육우협회장)은 이날 “CPTPP의 농산물 관세 철폐율은 96%를 넘어 기존에 체결된 FTA 평균인 약 79%를 크게 웃도는 사실상 완전 개방 협정”이라며 “호주·뉴질랜드·캐나다·칠레·멕시코 등 세계적인 농업 강대국이 대거 포진해 있어 가입이 현실화되면 국내 농업 생산 기반은 초토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CPTPP는 동식물 위생검역 기준을 국가 단위가 아닌 지역 단위로 쪼개 적용하도록 하고 있어, 특정 국가에 가축전염병이나 병해충이 창궐해도 수입을 막아낼 검역주권이 사라진다”고 우려했다.

수산업계는 먹거리 안전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태용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CPTPP의 위생검역 규범은 후쿠시마산을 포함한 수산물의 수입 금지 명분을 약화시키고 검역 문턱을 낮춘다”며 “일본이 한국의 가입을 빌미로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수입 재개를 집요하게 요구해 온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민경천 전국한우협회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민경천 전국한우협회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8월 ‘가입 검토’ 공식화에 농·축·수·임업계 결집

비대위 결성은 정부의 CPTPP 가입 검토 움직임에서 비롯됐다. 이상철 한국농축산연합회 사무총장의 경과보고에 따르면 정부는 8월 4일 산업통상부 하반기 업무보고를 통해 CPTPP 가입 추진 검토를 사실상 공식화했고, 이어 8월 27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가입 검토를 위한 사회적 논의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농림축수산단체는 8월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 대응 기구 구성에 합의했다. 이후 8월 12일 첫 준비 모임을 시작으로 참여 범위를 임업 분야까지 넓혔고, 9월 15일 회의에서 공식 명칭을 확정했다.
 

피해보전 대책 한계·어업용 면세유·임업 기반 붕괴 우려

대표자들은 이날 발언에서 농가 경영 악화와 피해보전 대책의 한계, 수산보조금 제한, 임업 기반 붕괴 등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농림축수산비상대책위원회 소속  단체장들이 CPTPP 가입 결사 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
농림축수산비상대책위원회 소속 단체장들이 CPTPP 가입 결사 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

노만호 비대위 상임대표(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장)는 “고령화와 인력 부족, 생산비 상승, 잇따른 기후재해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또다시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을 더한다면 농림축산업을 사실상 고사 위기로 내모는 것”이라며 “통상 이익은 다른 산업이 가져가고 피해와 부담은 또다시 농림축산업이 떠안아야 한다면 이것을 어떻게 공정한 통상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승호 회장은 “정부는 FTA 체결 과정에서 매번 농축수산업을 양보만 해 왔고, 이름만 거창한 피해보전 대책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정부는 6~7월 세 차례에 걸쳐 CPTPP 가입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지만 8월 4일 추진을 공식화했다”고 지적했다.

보조금 규범에 따른 타격을 우려한 이태용 회장은 “수산자원 보호를 명분으로 수산보조금 지급이 강력히 제한되면 연간 수천억 원에 달하는 어업용 면세유 지원의 축소·폐지가 불가피하다”며 “유가 상승과 어촌 고령화로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면세유마저 사라지면 어선들은 출항을 포기할 수밖에 없고, 이는 전국 어가의 연쇄 파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태 한국임업인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임업은 수십 년 앞을 내다보며 피땀 흘려야 비로소 결실을 맺는 장기 산업이자 기후위기 시대에 국토와 환경을 지키는 핵심 산업”이라며 “값싼 수입 목재와 임산물에 밀려 벼랑 끝에 선 상황에서 CPTPP까지 덮친다면 임업 기반은 송두리째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76개 농림축수산단체는 2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CPTPP 가입저지 농림축수산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출범식 및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CPTPP 가입 논의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전국 76개 농림축수산단체는 2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CPTPP 가입저지 농림축수산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출범식 및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CPTPP 가입 논의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 제공=전국한우협회)

CPTPP 가입 논의·메르코수르 협상 중단 등 4개 요구안

민경천 전국한우협회장과 박성훈 전국사과생산자협회장이 낭독한 기자회견문에서 비대위는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양자 FTA를 거쳐 CPTPP와 같은 메가 FTA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통상정책은 농림축수산업의 희생을 전제로 추진돼 왔다”며 ▲CPTPP 가입 논의 즉각 중단 ▲농림축수산업 희생을 전제로 한 추가 시장 개방 중단 ▲CPTPP 가입 추진 철회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협상 중단 등 4개 요구안을 정부와 정치권에 전달했다.
 

28일 부처 설명 요구 간담회…10월 대규모 집회

비대위는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중앙과 지역 단위에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우선 각 단체별로 지역에 현수막을 게시하고 SNS를 통한 저지 활동에 나선다.

오는 28일 오후 2시에는 서울 양재동 aT센터 4층 창조룸에서 비대위 주관 간담회를 열고,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산림청 등 관계 부처에 CPTPP 영향평가 결과 등에 대한 공식 설명을 요청할 예정이다. 정부 주관 간담회 대신 비대위가 직접 자리를 마련해 부처 입장을 듣겠다는 것이다.

10월 중에는 청와대 앞이나 국회 앞에서 비대위 주최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시·군 및 시·도 의회에 CPTPP 가입저지 결의문 채택을 요구하고, 국회 토론회를 열어 가입 저지의 당위성을 알려 나간다는 방침이다.

비대위는 “전국 76개 농림축수산단체는 하나로 뭉쳐 CPTPP 가입 저지를 위한 공동행동을 끝까지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경천 전국한우협회(가운데) 등 기자회견에 참석한 농민단체장들이 CPTPP 가입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제공=전국한우협회)
민경천 전국한우협회(가운데) 등 기자회견에 참석한 농민단체장들이 CPTPP 가입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제공=전국한우협회)
이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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