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GRI 2026 ②] 고온·일손 부족·야생동물 피해…일본 농업 ‘3중고’ 기술로 뚫는다

신로보틱스·필드웍스·기스이·오지에프텍스·미쓰비시전기 일본 5개 기업 해법 제시 제초·방제·운반 로봇부터 땅 식히는 종이 멀칭, 밭 지키는 ‘개 로봇’ 선보여

백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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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스이의 운반로봇인 아담이 터치 엔 트라이 시연행사에서 선보이고 있다.
기스이의 운반로봇인 아담을 터치 엔 트라이 시연 행사에서 선보이고 있다.

편집자 주 : 한국농업기술신문은 일본 최대 종합 농업 전시회 ‘J-AGRI 2026(농업WEEK)’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세 차례에 걸쳐 박람회를 짚어본다. 1편에서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선 한국 기업들을 살펴봤으며, 이번 2편에서는 폭염과 일손 부족, 야생동물 피해에 시달리는 일본 농업에 현지 기업들이 내놓은 해법을 들여다본다.

한여름 일본 노지 채소밭에서는 폭염이 덮치면 김매기도 방제도 멈춘다. 열사병 위험 때문이다. 일할 사람은 해마다 줄고 남은 농업인은 나이 들어가는데, 사슴과 멧돼지, 새들은 애써 키운 작물을 노린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2024년도 야생 조수에 의한 농작물 피해액은 188억 엔(10월 13일 환율 기준 약 1588억 원)에 이른다. 고온과 인력 부족, 조수 피해가 한꺼번에 일본 농업 현장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 ‘J-AGRI 도쿄 2026(옛 농업WEEK)’에서는 이 세 가지 문제를 겨냥한 일본 기술이 전시장을 메웠다. 본지가 현장에서 취재한 일본 5개 기업은 사람 대신 김을 매고 약을 치고 짐을 나르는 로봇, 땅 온도를 낮추는 종이 멀칭, 농장을 순찰하는 4족 보행 로봇으로 각자의 해법을 내놨다.
 

폭염에도 쉬지 않는 로봇…제초·방제·운반 대신한다

인력 부족 해법은 로봇에 집중됐다. 나가노현 스타트업 신로보틱스(SYN-ROBOTICS)는 노지 채소용 무인 제초로봇 ‘신로보(Synrobo)’를 내놨다. 애초 파종부터 수확까지 하는 다목적 로봇을 목표로 했지만, 농업 전문가들이 “파종과 수확은 기존 시스템으로 충분한데 제초가 너무 힘들다”고 입을 모으자 제초 전용으로 방향을 틀었다.

신로보틱스의 잡초 제거 로봇인 신로보.
신로보틱스의 제초 로봇인 신로보.

신로보는 밭고랑을 한 번 왕복하며 탐지와 제거를 나눠 한다. 나갈 때 카메라로 밭을 찍어 AI가 작물과 잡초를 구분하고 위성항법(GNSS) 좌표와 함께 저장한 뒤, 돌아올 때 그 위치를 찾아가 5축 로봇팔로 잡초를 뽑는다. 포기 밑동과 멀칭 구멍에 난 풀까지 처리한다. 휘발유 발전기와 배터리를 함께 써 아침·저녁 두 번 연료를 채우면 거의 하루 종일 작동하며, 하루 작업 면적은 약 1000평(약 3300㎡)이다.

신로보틱스 스기우라 야요이 전략추진 담당은 “여름철 열사병 등으로 사람이 일하지 못하는 기간까지 따지면 훨씬 효율적”이라며 “로봇은 덥거나 비가 오거나 추워도 작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은 대당 500만 엔에 클라우드 서비스(월 1만 엔)가 필수지만, 보조금을 받으면 실구매가가 절반으로 내려가 약 3년이면 투자비를 회수할 것으로 신로보틱스 측은 내다봤다. 회사는 축적한 영상 데이터와 AI로 병해충을 미리 잡아내는 예찰 기능도 더할 계획이다. 2027년 생산분 20대는 이미 계약이 끝났고 전시 첫날에만 11개 법인이 2028년분 구매 의사를 밝혔다.

시설하우스에서는 이바라키현 필드웍스(FieldWorks)의 원격조종 살포로봇 ‘우네마키(ウネマキ)’가 방제 부담을 덜고 있다. 2025년 출시 이후 1년 만에 전국에 80대가 납품됐다. 회사 측에 따르면 농가가 가장 반기는 것은 약제 노출이 줄었다는 점이다. 영업부 카자마 유스케 홍보담당은 “예전에는 호스를 끌고 다니며 손으로 뿌리다 보니 약제를 뒤집어써 몸에 좋지 않았다”며 “그러한 작업에서 해방됐다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익숙해지면 카메라 화면을 보며 하우스 밖에서 리모컨으로 조종할 수 있다.

필드웍스의 부스 전경.
필드웍스의 부스 전경.

전동공구용 18V 시판 배터리를 갈아 끼우며 쓰는 구조로, 가격은 90만 2000엔부터 148만 5000엔(세금 포함)이다. 회사 측은 경쟁 제품이 200만~300만 엔대인 것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월 8만 엔 수준의 렌털도 전국 30건가량 이뤄졌다. 카자마 담당은 “작물이 작을 때는 손으로 하고 키가 커 뿌리기 어려운 시기에만 빌려 쓰는 방식도 가능하다”며 “노지는 드론이, 하우스 안은 우네마키가 맡는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농약 살포 드론은 국토교통성의 비행 허가·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지상을 달리는 우네마키는 이런 절차 없이 쓸 수 있다. 필드웍스는 현재 농림수산성 연구과제로 자율주행 기능도 개발하고 있다.

과수원 운반은 도호쿠대 기반 스타트업 기스이(輝翠·Kisui)의 운반로봇 ‘아담(Adam)’이 대표적이다. 최대 300kg을 싣고 AI 스테레오카메라로 작업자를 인식해 따라다니며, 리모컨으로도 조종할 수 있다. 네 바퀴에 독립 서스펜션을 달아 굴곡진 사과·배 과수원에서도 적재함이 거의 흔들리지 않는다. 기스이 마에하타 료스케 영업 관리자는 “예전에는 수레에 실어 사람이 직접 날랐지만 이제는 로봇이 작업자를 따라오며 물품을 함께 옮긴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판매를 시작해 연구용을 포함해 14대가 보급됐고 이 중 농가 납품은 3대다. 희망 판매가는 소비세 별도 약 320만 엔으로, 지자체에 따라 30~50%를 보조받을 수 있다.
 

비닐 대신 종이로 땅 식힌다…양배추 수확 3.6배

고온 대책으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제지기업 오지홀딩스 계열 오지에프텍스(王子エフテックス)의 종이 멀칭 ‘사스테나 멀치(サステナマルチ)’다. 검은 비닐 멀칭은 잡초와 수분 증발을 막아주지만 햇볕을 받으면 땅 온도까지 끌어올린다. 사스테나 멀치는 종이가 흙 속 수분을 머금었다가 증발시키며 열을 빼앗는 기화열 원리로 지온 상승을 막는다.

회사 측이 시험 포장에서 잰 시트 표면 온도는 종이 멀칭이 34도, 폴리에틸렌 멀칭이 45도였다. 작물 뿌리가 있는 땅속 온도 차는 이보다 작다. 회사 자체 조사에서 여름철 지온은 흑색 비닐보다 최대 5도 낮았다. 오지에프텍스 영업본부 우시오 마사유키 매니저는 “비가 오지 않아도 땅속 습기만으로 효과가 나타나 일반적으로 기존 폴리 제품보다 2~3도 낮다”며 “수분이 많은 더운 날일수록 온도 차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오지에프텍스 부스 전경.
오지에프텍스 부스 전경.

수확량 차이도 컸다. 회사 측의 실증에 따르면 폴리 멀칭보다 양배추는 3.6배, 감자는 약 3배 많이 수확됐고, 하우스 재배 서니레터스는 수확 시기가 10월에서 9월로 한 달 앞당겨졌다. 실증은 홋카이도부터 오키나와까지 전국 524곳에서 진행됐다. 종이라 비에 약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우시오 매니저는 “6월 6일 밭에 깔아 8월 29일 촬영한 시험 포장에서도 군데군데 손상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형태를 유지했다”고 답했다. 다만 봄·겨울에도 지온을 낮추는 만큼 저온기 작물에는 맞지 않는다.

일손을 덜어주는 효과도 있다. 수확 뒤 시트를 걷어낼 필요 없이 그대로 흙에 갈아엎으면 분해되기 때문이다. 우시오 매니저는 “땅에 묻힌 시트는 두 달이 지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며 “회수 작업도, 산업폐기물 처리도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올해 4월 판매를 시작해 현재 전국 약 30곳 농가에서 매달 주문이 들어온다. 가격은 일반 비닐보다 비싸고 생분해 멀칭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판매 전으로, 강원 횡성 고랭지 배추를 대상으로 시험하고 있다.
 

밭 지키는 ‘개 로봇’…대기업도 조수 피해 대응

조수 피해 대응에는 대기업도 뛰어들었다. 미쓰비시전기는 네 다리로 걷는 ‘개 로봇’을 선보였다. 미쓰비시전기 응용개발 4부 스에모리 히라라 담당은 “다리를 매우 튼튼하게 만들어 평평한 길뿐 아니라 언덕길이나 울퉁불퉁한 길도 문제없이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경사지와 둑이 많은 농촌 환경을 고려한 설계다. 15~20분 충전하면 약 3시간 움직이며, 최고 속도는 사람 걸음보다 조금 빠르다.

야생동물을 쫓는 미쓰비시전기의 사족보행 로봇.
야생동물을 쫓는 미쓰비시전기의 사족보행 로봇.

아직 새 외의 동물에 대한 실증은 이뤄지지 않은 연구개발 단계다. 회사는 2~3년 뒤 상용화를 목표로, 로봇이 농가 주변을 돌며 동물 발자국이나 배설물 같은 흔적을 찾아내는 수준까지 발전시킬 계획이다. 예상 가격은 100만 엔 안팎이다. 스에모리 담당은 “비즈니스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도 “농업 현장에서 이런 형태의 로봇이 필요하다는 수요는 확실히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만난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사람이 버티기 힘든 일’을 겨냥했다. 폭염 속 김매기, 약제를 뒤집어쓰는 방제, 무거운 수확물 운반처럼 고령 농업인이 가장 먼저 손을 놓게 되는 작업들이다. 다만 대당 90만~500만 엔에 이르는 가격 탓에 보급은 정부·지자체 보조금에 크게 기대고 있다. 우시오 매니저에 따르면 최근 종이 멀칭을 들여온 농가도 3년 동안 시험한 끝에 구매를 결정했을 만큼 농가의 선택은 신중하다.

폭염과 인력 문제 등은 국내 농업도 똑같이 안고 있는 과제다. 이미 횡성 고랭지 배추에서 시험이 진행 중인 종이 멀칭처럼, 일본 현장에서 검증되는 기술들이 국내 농가에 얼마나 들어맞을 지가 관건이다.
 

백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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