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윤경 쉐어그린 대표, ‘SG10’으로 2028년 아시아 5개국 수출 목표

농약 중독 겪은 화원 시절이 출발점…효력증진제 직접 개발해 해충·흰가루병 함께 겨냥 인도네시아 업체와 18억 원 계약…2030년 제품군 10종 이상 목표

이현우 기자
승인 2026.10.07 08:35수정 2026.10.07 09:09
쉐어그린 서윤경 대표는 어머니의 화원을 돕다 겪은 사고가 미생물과 해충을 공부하는 길로, 다시 창업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쉐어그린 서윤경 대표는 어머니의 화원을 돕다 겪은 사고가 미생물과 해충을 공부하는 길로, 다시 창업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2006년 260㎡(80평) 남짓한 비닐하우스에서 산세베리아를 키우던 서윤경 씨는 깍지벌레를 잡으려 농약을 치다 응급실에 실려 갔다. 진단명은 급성 농약 중독이었다. 도매로 나갈 화분에 벌레가 있으면 안 됐기에 농약사에서 받은 약을 고무장갑에 반바지 차림으로 뿌렸다. 그는 “당시 농약사는 약과 영양제를 주면서 몇 배로 희석하라는 말만 했다. 안전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며 “깍지벌레 약은 아주 독한데 그 안에 든 용매가 얼마나 위험한지 전혀 모르고 쳤다가 폐로 들어갈 뻔했다”고 말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식물 유래 친환경 병해충관리제를 만드는 농업회사법인 ㈜쉐어그린의 대표다. 어머니의 화원을 돕다 겪은 그날의 사고가 미생물과 해충을 공부하는 길로, 다시 창업으로 이어졌다.
 

화원 농약 사고에서 해충 박사, 창업까지

서 대표는 “화원에 손님이 오면 가장 많이 묻는 게 ‘이거 왜 이래요’인데, 들여다보면 대부분 병해충이었다”며 “농약사에 물으면 약을 치라는 답뿐이었고 그때는 친환경 약제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사고 뒤 병해충을 제대로 공부하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서울시립대 과학기술대학원 환경원예학과에서 근권미생물로 석사를, 공주대 원예학과에서 농업해충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석사 과정에서는 미생물을, 박사 과정에서는 해충 방제를 다룬 셈이다.

박사 과정에서 파고든 대상은 차먼지응애였다. 몸길이가 0.2㎜ 안팎이어서 맨눈으로는 보기 어렵고 현미경으로 관찰해야 하는 해충이다. 서 대표는 “국내에 관련 논문이 두 편뿐이었는데 방제까지 다뤘다”며 “농업기술원이 이 해충을 연구할 때도 많이 도왔다”고 말했다.

연구를 하며 그가 가장 크게 느낀 문제는 농약 저항성이었다. 같은 약을 반복해서 쓰다 보니 해충에 저항성이 생기고, 농가는 약을 더 자주 치거나 다른 농약을 찾아 나서는 일이 되풀이됐다. 서 대표는 “농업기술원 연구진과 방제 기술을 연구하며 실제 약제 효과를 확인했을 때, 결과가 실험실에 머물지 않고 제품이 된다면 많은 농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확신했다”며 “논문 한 편으로 끝나는 연구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쓰이는 기술을 만들자는 생각이 창업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쉐어그린은 2022년 3월 18일 문을 열었고, 같은 해 충청남도농업기술원과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회사에 따르면 2026년 매출은 이미 설립 첫해의 3배를 넘어섰다. 생산은 자체 공정에서 직접 한다.
 

수입하던 ‘보조제’를 직접 만든다

쉐어그린이 내세우는 핵심은 유효성분 자체보다 ‘보조제’(효력증진제)다. 방제 효과를 끌어올리는 효력증진제와 성분을 물에 고르게 섞어주는 유화제를 모두 식물 유래 소재로 직접 개발해 생산한다. 서 대표는 “다른 업체들은 보조제를 사 오지만 우리는 천연 식물성 효력증진제를 직접 만들어 쓴다”며 “보조제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죽는 벌레가 달라지기 때문에 해충에 맞춘 보조제 개발이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이 분야가 약하다”고 짚었다.
이 기술의 바탕이 된 ‘농업해충 살충제 조성물’ 발명은 2025년 제18회 대한민국 세계여성발명대회에서 16개국 출품작 445점 가운데 1점에만 주는 그랑프리(최우수상)를 받았다. 회사는 국내 자생식물로 해외 수입 의존도가 높은 효력증진제를 자체 확보한 점을 수상 배경으로 꼽았다.

다만 서 대표는 ‘천연’이라는 단어만으로 제품이 완성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식물 유래 유화제를 쓴다고 무조건 약해가 적거나 저장성이 좋은 것은 아니고 원료 종류와 농도, 배합비, 작물과 사용 환경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며 “천연 소재는 오래 보관하면 층이 분리되거나 침전, 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어 단순히 섞는 것만으로는 제품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로테논 기반 SG1에서 SG10까지

제품은 데리스(Derris) 뿌리에서 얻는 로테논을 기반으로 한다. 로테논은 해충의 세포 호흡을 저해하는 성분이다. 회사는 여기에 기피 작용과 산란 억제, 해충 표피 코팅, 효력 증진이 함께 작용해 약효가 오래간다고 설명한다. 에센셜 오일 등 식물 추출물로 만들어 허브향이 나는 만큼 스마트팜은 물론 가정에서도 거부감 없이 쓸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다만 로테논은 어독성이 강해 하천이나 양어장 주변에서는 살포에 주의해야 한다.

첫 제품인 SG1은 2023년 1월 충해관리용 유기농업자재(공시-2-5-297)로 공시됐다. 진딧물과 바구미가 방제 대상이었다. 이후 개발한 SG10은 병해충관리용 유기농업자재(공시-2-6-128)로 공시됐다.

회사는 SG10의 방제 대상으로 해충 7종과 흰가루병을 제시한다. SG 시리즈 공동연구에 참여한 최용석 충청남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관에 따르면, 이 기관 식물병리팀이 2022년 멜론 잎 흰가루병을 대상으로 SG10에 들어가는 SG1 기반 물질을 시험한 결과 방제가는 71%였다. 살충제와 살균제를 따로 뿌려야 했던 번거로움을 한 번의 살포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서 대표는 “방제 대상을 넓히는 관건은 한 성분의 농도를 높이는 게 아니라 원료 간 상호작용과 적정 농도, 유화·분산, 작물 안전성, 저장 안정성을 함께 맞추는 데 있었다”며 “SG1에서 SG10까지는 더 강한 약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조합과 제형화 기술을 정교하게 다듬어 온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현장 검증도 직접 챙긴다. 충남 예산군의 토마토 농가와 아산시의 오이 농가를 테스트베드로 두고, 새 약제를 만들면 3년 동안 계속 모니터링해 약해 같은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제품을 보완한다. 원료도 잔류하지 않는 것만 골라 쓴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서 대표는 “농가가 우리 제품을 쓰고 잔류가 나오면 인증이 취소되기 때문에 현장에서 시료를 가져와 모두 검사한다”고 말했다. 무농약 농장도 운영하면서 농업인 교육도 꾸준히 하고 있다.

연구개발 과제도 이어지고 있다. 2025년 농촌진흥청의 토마토뿔나방 유기농업자재 개발 과제에 선정돼 개발 중이고, 2026년에는 정부 과제로 총채벌레·응애·흰가루병·노균병 등 병해충 4종을 동시에 방제하는 친환경 약제를 개발하고 있다.

서윤경 대표(오른쪽)는 인도네시아 고추농업협회와 인도네시아 서자바주 반둥에서 '2026 국제 농업세미나'를 개최하고 인도네시아 서자바주정부와 지속 가능한 농업 협력 기념식을 개최했다. (사진 제공=쉐어그린)
서윤경 대표(오른쪽)는 인도네시아 서자바주정부와 지속 가능한 농업 협력 기념식을 개최했다.

두리안 잔류 문제에서 찾은 동남아 시장

해외에서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먼저 공략하고 있다. 서 대표가 동남아로 눈을 돌린 계기는 두리안이었다. 그는 “열대과일은 농약 잔류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오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쉐어그린이 인도네시아 보고르농업대(IPB)에 의뢰한 실험실 시험으로 효능을 확인했다. 2024년 10~12월 진행한 시험에서 SG10을 1000배(0.1%)로 희석해 담배가루이 약충에 한 차례 처리한 결과, 보정사충률은 24시간 뒤 60.1%, 48시간 뒤 87.8%, 72시간 뒤 91.1%로 높아졌다. 같은 보고서에 실린 SG1 시험에서는 500배(0.2%) 희석액을 처리한 지 48시간 뒤 목화진딧물 보정사충률이 100%였다.

서 대표는 “담배가루이는 정말 잘 안 죽는 해충인데 이 정도 수치가 나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시설하우스는 온도·습도와 해충 밀도, 생육단계, 살포 방법이 모두 달라 실험실 결과와 똑같을 수는 없다”며 “토마토·참외·오이 등 국내 실제 재배 환경에서 효과가 재현되는지 계속 실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는 제품 등록과 유통 허가 등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서자바주 정부와는 이 지역 채소 생산에 친환경 약제를 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26년 3월에는 현지 민간 업체와 2028년부터 총 18억 원 규모의 제품을 판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베트남에서는 바나나 농장을 운영하는 현지 기업과 시험을 진행했다. 서 대표에 따르면 깍지벌레 피해가 심한 농장에서 진행한 첫 시험에서 89%의 방제 효과가 나왔고, 그는 “노지에서 이 수치면 괜찮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계약 물량 공급은 2028년부터 시작되는 만큼, 서 대표는 수출 실적은 “인허가를 마치고 본격적인 상업 수출이 시작되면 계약 금액이 아닌 실제 선적과 매출을 기준으로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윤경 대표는 국내 기술이 들어간 원료를 지속적으로 수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한다.
서윤경 대표는 국내 기술이 들어간 원료를 지속적으로 수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한다.

‘기술은 한국에, 원료는 수출로’…데리스 조달은 숙제

해외 사업의 뼈대는 ‘기술은 한국에, 원료는 수출로’다. 원료 추출·가공과 배합, 효력 증진·제형화 같은 핵심 공정은 국내에 둔다. 쉐어그린이 생산한 핵심 원료를 현지에 꾸준히 공급하고, 현지 파트너는 최종 배합이나 충진·포장 등 제한된 공정만 맡는다.
서 대표는 “핵심까지 모두 넘기면 장기적으로 기술 유출이나 유사제품 생산 위험이 생긴다”며 “기술을 한 번 팔고 끝내는 게 아니라 우리 기술이 들어간 원료가 지속적으로 수출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수출 확대를 바탕으로 해외에 약제 공장을 세우는 것도 구상하고 있다.

원료 조달은 숙제로 남아 있다. 데리스는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아 인도·중국·동남아 여러 나라에서 들여온다. 환율과 작황에 따라 가격은 물론 유효성분 함량까지 달라질 수 있다. 쉐어그린은 조달 국가와 공급처를 여러 곳으로 나누고, 가격이 안정적일 때 물량을 미리 확보해 안전재고를 운영하고 있다. 입고되는 원료는 유효성분을 확인해 기준을 넘는 것만 쓴다. 국내 자생식물에서 데리스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소재를 찾는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인허가·실증 데이터 쌓아 아시아 시장 넓힌다

쉐어그린은 2028년까지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5개국 이상에 제품과 원료를 수출하고, 2030년까지 친환경 작물보호 제품군을 10종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서 대표는 부족한 점으로 나라별 제품 등록과 인허가, 현장 실증 데이터, 생산 규모, 원료 공급망, 해외 영업 인력과 자금을 꼽았다. 이를 위해 대학·농업기술기관·현지 연구기관과 공동 실증을 늘려 객관적인 데이터를 쌓고, 자생식물 기반 대체 원료와 새 제형으로 지식재산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해외에서는 대규모 투자 대신 ‘실증→제품 등록→원료·완제품 수출→현지 유통 확대’ 순서로 시장을 넓혀 간다는 방침이다.

서 대표는 “기후변화로 해충이 늘면서 농약을 더 쓰는데 저항성 때문에 해충은 잘 죽지 않는다”며 “농업을 공부해 보니 농민이 가장 공들이지만 가장 해결이 안 되는 게 병해충이고, 화학농약을 정말 많이 쓰는 이런 현실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농민들이 약제를 적재적소에 유용하게 잘 썼으면 좋겠다”며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소임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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