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승돈 농촌진흥청장 취임 1년…AI 이삭이·농림위성으로 현장 난제 푼다
취임 1년 현장 100회 이상 방문…‘현장ON’ 3109건 접수해 2469건 반영 ‘AI 이삭이 2.0’ 9월 출시, 직원용 AI 새싹이로 연구개발부터 보급 기간 30% 이상 단축 목표 8대 밭작물 농기계 20종 2027년까지 개발 완료…밭 기계화율 67%
밭농업 기계화율은 2024년 기준 67.0%다. 논농업(99.7%)과 32.7%포인트 차이가 난다. 노동력이 몰리는 파종·정식 공정은 18.2%, 수확은 42.9%에 머문다. 여름 폭염도 해마다 거세지고 있다. 2026년 폭염 위기경보는 7월 25일 ‘심각’ 단계로 올라갔고, 8월 2일에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2단계까지 발령됐다. 고령화와 인력난, 이상기상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농업 현장의 난제 목록은 길어졌다.
농촌진흥청이 꺼내 든 해법은 인공지능(AI)과 농림위성이다. 지난 7월 7일 국내 첫 농림위성이 궤도에 올랐고, 9월에는 농업인용 AI 에이전트 ‘AI 이삭이 2.0’이 정식 출시된다. 2025년 8월 18일 취임해 1년을 맞은 이승돈 농촌진흥청장을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현장ON 건의 2469건 반영…연구 성과의 농가 체감은 아직 부족
이 청장은 지난 1년을 두고 “농업·농촌의 어려움을 기술로 해결하기 위해 쉼 없이 달려온 시간”이었다고 했다. 취임 이후 현장을 100회 이상 방문했고, 2025년 9월 농업인·학계·산업계가 참여하는 ‘K-농업과학기술협의체’를 출범시켰다. 협의체는 같은 해 AI·스마트농업, 농업로봇, 탄소중립, 농작업 안전 등 18개 정책 이행계획을 검토해 152건의 개선 의견을 발굴했다. 농촌진흥청은 2025년 11월 ‘농업과학기술 인공지능 융합 전략’도 발표했다.
농촌진흥청은 현장 데이터와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신속하게 결정하고 실행하는 현장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고위공무원단 토론회, 직원간담회 등으로 직원들과 11차례 직접 소통했고 부서 간 벽을 허무는 융복합 협업을 강화했다.
현장 의견을 한 흐름으로 관리하는 통합관리 시스템 ‘현장ON’도 2026년 4월부터 가동 중이다. 7월까지 3109건이 접수돼 2469건이 연구과제나 사업, 제도개선으로 반영됐고 558건은 검토 중이거나 중장기 과제로 관리되고 있다. 가축분뇨 발효액의 질소·인산·칼리 합산 기준을 0.3% 이상에서 0.2% 이상으로 완화한 비료공정규격 개정(5월 12일)이 현장 건의에서 출발한 사례다.
이 청장은 “올해는 그동안 축적한 연구 성과가 현장에서 실질적인 소득 향상, 경영 안정, 국민 체감 성과로 이어지도록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청장은 아쉬움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우수한 연구 성과가 실제 농가의 소득 증대와 경영비 절감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 농업인이 충분히 체감할 수 있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며 “연구 성과를 논문이나 특허, 기술개발 건수로 평가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술 도입 이후 농가의 생산비가 얼마나 줄고 소득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현장에서 확인하는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삭이’는 농업인, ‘새싹이’는 직원…AI 두 갈래로
농촌진흥청의 AI 전략은 농업인용과 내부 업무용 두 갈래다. 농업인이 쓰는 ‘AI 이삭이’는 농촌진흥청 공식 자료만 참조해 답하는 농업 전문 에이전트로, 농업기술문서 1만 5000권(55만 페이지)과 고해상도 병해충 이미지 8694개가 등록돼 있다. 기술위원 30명으로 구성된 품질보증팀이 매일 질문과 답변을 검토한다. 이 청장은 “공식 자료만을 참조해 답변하므로 환각 현상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한다”고 설명했다.
2024년 행정안전부 공모사업으로 구축된 기존 서비스를 개편한 ‘AI 이삭이 2.0’은 9월 중 정식 출시된다. 병해충 진단과 비료 사용량 추천, 음성 기반 영농일지 작성 기능이 새로 붙었다. 병해충 진단서비스,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서비스, 토양환경정보시스템 등 17종이 연계된다.
직원용 ‘AI 새싹이’에는 20년간 축적된 연구과제 계획서·보고서 3만 건이 등록돼 있다. 우선 연구기획 분야에 적용 중이며 2027년부터 연구·기술 보급·행정 전반으로 넓힌다. 이 청장은 “연구개발에서 보급까지 소요 시간을 30% 이상 단축하는 것이 목표”라며 “고령화, 기후위기 등 농업의 복합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K-농업문샷 프로젝트’의 핵심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샷 프로젝트의 6대 미션에는 농작업 90% 무인자율화, AI 병해충 진단을 통한 농약 사용 50% 저감, 신품종 개발기간 단축(10년→3년) 등이 담겼다.
조직 차원의 준비도 병행했다. 청장과 간부진 전원이 AI 교육을 이수했고, 2026년 상반기까지 과장급 이상 107명을 포함해 총 28회에 걸쳐 2438명이 AI 활용 교육을 받았다.
농림위성 산출물 2027년 대국민 서비스…청년농 필지부터 생육 확인 시범
7월 7일 발사된 농림위성(차세대중형위성 4호)은 촬영폭 120km, 공간해상도 5m로 3일 주기 전국 촬영이 가능하다. 가시광선에서 근적외선까지 5개 분광밴드를 갖춘 광역관측 카메라를 탑재했다. 2019년부터 추진된 개발사업 총사업비는 1160억 원으로, 이 가운데 농촌진흥청이 272억 8000만 원을 부담했다.
이 청장은 “표본 중심의 현장조사를 전국 상시 관측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재배면적과 생육, 농경지 변화를 더 빠르고 객관적으로 파악해 데이터 기반 과학농정으로 전환하겠다”고 강조했다. 재배면적 관측 대상은 2026년 벼·겨울배추 등 8종에서 2028년 17종까지 늘어난다.
위성영상과 식생지수 등 기본 산출물은 2027년부터 대국민 서비스에 들어간다. 다른 위성·기상·현장 정보를 융합한 활용 산출물은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제공된다. 농업인이 PC나 스마트폰에서 내 필지를 선택해 작물 생육 상태를 확인하는 서비스는 2027년 청년농업인 경작 필지를 대상으로 우선 시범 적용된다.
밭작물 농기계 20종 2027년까지 개발…아라온실 설치·유지비 40% 낮춰
밭농업 기계화율은 2020년 61.9%에서 2022년 63.3%, 2024년 67.0%로 올랐다. 농촌진흥청은 2027년까지 마늘·양파·무·배추·감자·고구마·콩·고추 등 8대 밭작물의 파종·정식부터 수확·저장까지 농기계 20종 개발을 마칠 계획이다. 2026년 인발형 마늘수확기, 자주식 옥수수수확기 등 4종, 2027년 16종이다. 최근 5년간 개발한 27종은 산업체 기술이전을 통해 1만 4719대가 현장에 공급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여성농업인용 농기계는 매년 5기종 개발을 목표로 잡았다.
스마트농업에서는 표준화가 화두다. 제조업체마다 장비와 시스템이 달라 농가가 겪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개방형 통합관리 플랫폼 ‘아라온실’을 개발해 2026년 10개소에 시범 보급하고 있다. 현재 36개 기업이 상용화에 참여해 8개 기업이 제품을 내놨다. 설치·유지비는 10a당 약 1378만 원으로 기존 국산 제품(2332만 원) 대비 약 40% 저렴하다는 게 농촌진흥청 설명이다. 중소규모 농가용 스마트온실 모델은 2026년 딸기와 토마토를 시작으로 실증에 들어갔다.
온열질환 예방요원 1149명 배치…컨설팅 농가 재해율 1.74%
폭염 대응도 하반기 중점 과제다. 전국에서 선발한 온열질환 예방요원 1149명이 91개 시군에 배치돼 10만 농가를 밀착 지원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25년 안전 컨설팅을 받은 농가의 재해율은 1.74%로, 2022년~2024년 농업인안전보험 가입 농가 평균(5.63%)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이 청장은 “전국 각지의 농가와 들녘을 다닐 때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흙을 일구시는 농업인의 땀방울을 보았다”며 “AI와 로봇, 기후적응형 품종 등 농촌진흥청이 가진 모든 기술 인프라를 동원해 농사짓는 길을 조금이라도 더 편하고 풍요롭게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