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그리리더스] 6억 토마토 온실 1년 만에 화재…창원 ‘웅토피아’ 4년 적자 끝에 흑자 전환
청년농 서진웅 대표 “직접 겪어본 뒤 시작해야…데이터 평준화돼도 변수는 남아”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시설 토마토 생산성은 평당 80~100kg 수준이다. 스마트팜혁신밸리 보급 등으로 데이터 기반 재배가 확산된 결과다. 경남 창원의 토마토 스마트팜 ‘웅토피아’는 작황이 좋은 해 기준 평당 120kg(㎡당 약 36kg)을 낸다. 1200평(3967㎡) 규모에서 2025년 연 매출은 약 2억 4000만 원이다.
이 같은 성장 뒤에는 두 번의 실패가 있었다. 첫 창업이던 노지 대파는 1년 만에 자본금을 전부 날렸고, 어렵게 지은 온실은 완공 1년 만에 불이 났다. 두 차례 실패를 딛고 농장을 다시 세운 웅토피아 서진웅 대표(32)를 만났다.
진로를 정해준 네덜란드 14m 유리온실…시작은 폐기물 매립지였다
농업인 가정 출신이 아닌 서 대표가 진로를 정한 것은 대구자연과학고(현 대구농업마이스터고) 시절이다. 한국영농학생연합회(FFK)와 4-H 활동을 하며 농업을 블루오션으로 봤고, 2014년 한국농수산대학(현 한국농수산대학교) 채소학과에 진학했다. 방향이 구체화된 것은 2학년 때 다녀온 네덜란드 연수였다. 국내에서 본 온실은 20년 전 설치된 낮은 구형 온실이 전부였지만, 현지 유리온실은 높이가 14m로 건물 4층 규모였다.
시야는 트였지만 문제는 돈이었다. 그는 “제대로 공부해 시설농업으로 창업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농지도 사고 하우스도 지어야 하는 진입장벽이 문제였다”며 “농기계 부담이 적고 부가가치가 높다고 판단한 노지 대파를 우회로로 택했다”고 말했다.
2017년 2월 경북 청도. 만 22세이던 그가 모아둔 1500만 원을 털어 마련한 대파밭에서 로터리 작업 도중 깨진 변기가 튀어나왔다. 지목만 농지였을 뿐 땅 밑은 건축·산업 폐기물 매립지나 다름없었다. 서 대표에 따르면 전 주인은 연락이 끊겼고 처리 비용은 고스란히 그의 몫이 됐다. 시멘트 가루가 섞인 흙에서 대파는 자라지 않았고, 창업 1년 만에 자본금을 모두 잃었다.
총사업비 6억 원 전액 융자로 지은 온실
농사를 접고 취직을 알아보던 그를 붙잡은 것은 사람이었다. 청년농업인 단체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고쳐먹었고, 대학 동기가 창원 부지를 알아봐 줬다.
이런 도움을 발판 삼아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을 활용해 2018년 3월 부지를 매입했고, 같은 해 6월 농협은행 ‘청년농업인 스마트팜 종합자금’ 대상자로 선정됐다. 농지를 제외한 총사업비는 비닐온실 기준 약 6억 원이었다. 이 자금은 시설비 10억 원 이하 구간을 자부담 없이 100% 융자해 준다. 이를 바탕으로 그해 11월 온실을 완공했다.
완공 1년 만의 화재…수출·프랜차이즈 물량을 잃었다
2019년 12월 화재로 온실의 절반 가까이가 탔다. 화재 원인은 공식적으로 특정되지 않았지만 서 대표는 전기 문제로 보고 있다. 그는 “온실에는 난연 전선을 써야 하는데 시공 업체가 일반 가정용 전선을 썼다”며 “쥐 때문에 피복이 벗겨져 합선이 일어났다. 가연성이 높은 전선이라서 끝까지 번졌다”고 말했다.
지급된 보험금은 복구 비용에 크게 못 미쳤다. 서 대표는 1년간 농사지어 모은 자금을 상환과 복구에 모두 투입하고 추가 대출까지 일으켰다. 적자는 약 4년간 이어졌고 2024년에야 흑자로 돌아섰다. 화재 직후 청년농업인연합회 회원 20여 명이 자기 농장 근로자와 트럭까지 동원해 철거를 도왔다. 3~4일 걸릴 작업이 하루 만에 끝났고, 철거 작업이 끝나고 2개월 반 뒤인 이듬해 3월 재정식을 마쳤다.
유통 구조가 바뀐 것도 이때다. 서 대표에 따르면 화재 전에는 경남무역을 통한 일본 수출과 신세계푸드를 거친 버거킹·맥도날드 납품 물량을 소화했지만, 공급량을 맞추지 못하게 되면서 다른 농가에 자리를 내줬다. 그 빈자리를 택배 직거래로 채웠다.
매출의 30%가 에너지 비용…겨울 석 달이 한 작기를 좌우한다
웅토피아는 그린씨에스(전남 담양)의 복합환경제어 시스템 ‘마그마’를 기반으로 이산화탄소(CO₂) 공급기와 고압나트륨 보광등, 양액기, 미스트, 난방기를 운용한다. 8~9월에 정식해 12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수확하는 장기 작기다. 일사량이 풍부한 경남이지만 겨울에는 환기창을 닫아 CO₂ 농도가 계속 떨어져 CO₂ 공급기로 광합성 조건을 인위적으로 조성한다.
보광등은 설치비 부담 탓에 도입 농가가 많지 않은 설비다. 설치비는 고압나트륨 보광등이 평당 10만 원, LED가 평당 20만 원 수준으로, 난방비와 보광등 전기료를 합치면 전체 매출의 30%가 에너지 비용으로 나간다. 그럼에도 서 대표는 이 설비를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생산량은 5% 정도 늘어나는 데 그치지만 품질이 올라가고 과실 크기가 커지면서 매출은 10% 이상 오른다”며 “일조가 극단적으로 나빴던 2025년에 다른 농가가 C·D급을 낼 때 우리는 B급을 유지해 가격이 폭등한 시기에 출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1~1월 석 달간 나무의 생육 상태를 좋게 끌고 가야 이후 2~6월 수확량이 확보된다는 설명이다.
공판장 40%를 0%로…3600평 유리온실과 새로운 작목 발굴
현재 유통 비중은 온라인 직거래 40%, 창원시 로컬푸드 20%, 공판장 경매 40%다. 목표는 2년 내 공판장 물량을 0%로 줄이고 직거래와 로컬푸드로 완전히 전환하는 것이다. 그는 “경매시장에서 어제 1만 원 하던 것이 오늘 7000원이 되면 농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는 시장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시가 직접 운영하는 로컬푸드 매장은 수수료가 낮고 앱으로 재고를 확인해 직접 채워 넣을 수 있어, 인구 98만 명대(2026년 3월 기준)의 배후 시장을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다음 단계는 농장 인근 한국농어촌공사 부지 3600평(약 1만 1900㎡)을 확보해 유리온실을 조성하는 것이다. 규모는 키우되, 작목 전략은 토마토를 벗어난다는 구상이다. 데이터 기반 재배가 보편화된 토마토는 평당 80~100kg 수준이 통용될 만큼 진입이 쉬워졌고, 그만큼 기업과 개인이 몰리는 레드오션이 됐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데이터 평준화가 덜 된 고부가가치 작목을 발굴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싶다”며 후보 작목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서 대표는 스마트팜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데이터를 과신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데이터가 아무리 평준화돼도 변수는 남고, 작물은 내가 고민하는 동안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현장 농가에서 배우고 직접 겪어본 뒤 시작해야 하며, 주변에 멘토 농가를 두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