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와이즈는 ‘조기경보’가 아니다…수십 년 물 사정을 보는 플랫폼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가뭄 툴박스 탑재…전 지구 88개 유역 1km 격자 계산 인터뷰/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전상민 농업연구사

이현우 기자
승인 2026.09.15 12:34수정 2026.09.15 13:16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전상민 농업연구사는 올 7월부터 12월까지 미국 텍사스A&M대학교에서 직무 파견 중이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전상민 농업연구사는 2026년 7월부터 12월까지 미국 텍사스A&M대학교에서 직무 파견 중이다.(사진 제공=전상민 연구사)

가뭄이 얼마나 깊어질지, 어느 들녘이 물에 잠길지 판단하려면 먼저 자기 나라의 물이 어떻게 도는지를 알아야 한다. 관측망과 모델을 돌릴 인력과 예산을 갖춘 나라는 그 계산을 스스로 해낸다. 문제는 그렇지 못한 나라들이다. 기후변화의 타격은 가장 크게 받으면서도 판단의 출발점이 될 자료 자체를 만들지 못해, 정책을 세우기도 국제 재원을 요청하기도 어려운 상태에 머문다.

농촌진흥청이 미국 텍사스A&M대학교, 가나 과학산업연구위원회 작물연구소(CSIR-CRI)와 함께 개발한 ‘와이즈’(WISE, Water, Impact, and Sustainability Estimator)는 그 공백을 겨냥한 플랫폼이다. 전 지구를 88개 유역으로 나눠 약 1km 격자 단위로 물순환 전 과정을 계산하고, 전 세계 218개국의 가뭄·홍수 정보를 제공한다. 산출 변수는 강수량·증발산량·유출량·토양수분 등 40여 종이며, 회원가입도, 이용료도 없이 웹(wise.tamu.edu)에서 전면 공개돼 있다.

와이즈는 2026년 8월 20일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가뭄 툴박스(Drought Toolbox)에 탑재됐다. 농촌진흥청은 자체 국제협력사업의 성과가 국제협약 플랫폼에 실린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탑재는 몽골 울란바타르에서 열린 제17차 당사국총회(COP17, 8월 17~28일)를 계기로 이뤄졌다. 농촌진흥청은 총회 기간 공식 부대행사를 주최해 와이즈를 각국 대표단에 소개했다. 부대행사에서는 전상민 농업연구사가 개발 경과를 발표했고 텍사스A&M대 정재학 교수가 주요 기능을 시연했다.

개발을 담당해 온 전 연구사는 2026년 7월부터 오는 12월까지 공동 개발 기관인 텍사스A&M대에 직무 파견 중이다. 현지에 머무는 그와는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 연구사는 답변에 앞서 와이즈가 ‘조기경보 플랫폼’으로 알려진 점에 대해 “몇 시간, 며칠 뒤의 재해를 알리는 시스템이 아니라 수십 년 단위의 기후 추세를 분석해 정책 수립을 지원하는 플랫폼”이라고 바로잡았다. 그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관측망도 인력도 없는 나라의 자료 공백을 겨냥했다

Q. 와이즈를 개발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
“수십 년 단위의 물순환 변화 추세를 분석해 각국이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세울 때 근거로 삼을 자료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이런 자료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문제는 만들 수 있느냐다. 전 지구 수문 모델을 구축하고 보정하려면 상당한 전산 자원과 오랜 기간 축적된 전문 인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국은 이미 갖추고 있어 필요한 분석을 스스로 해낸다. 반면 관측망도, 모델을 운영할 인력과 예산도 없는 나라들은 판단의 출발점이 될 자료 자체를 만들지 못한다.

농촌진흥청은 오랫동안 여러 나라와 농업기술 국제 협력을 하며 이 문제를 반복해서 확인했다. 정교한 예보 기술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갖춰져야 할 것이 자기 나라의 물 사정이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가늠할 최소한의 근거였다. 그래서 2023년 11월 텍사스A&M대, 가나 과학산업연구위원회 작물연구소(CSIR-CRI)와 공동 과제에 착수했다.

설계는 처음부터 두 단계로 잡았다. 1단계는 전 지구 자료만으로 어느 나라든 기본 수준의 정보를 얻게 하는 것으로, 지금 서비스되는 단계다. 2단계는 수요가 있는 나라의 관측 자료를 모델에 반영해 훨씬 정밀한 자료를 만들고 정책 수립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다. 모두에게 기본선을 깔아준 뒤 필요한 곳부터 함께 정밀도를 끌어올리는 구조이고, 후속 과제로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위성 지수가 아닌 수문 모의…SWAT+로 물순환 전 과정 계산

Q. 기존 가뭄·홍수 예측 시스템과 무엇이 다른가.
“비교 대상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 기상 예보에 기반해 며칠 뒤의 재해를 알리는 조기경보 시스템과 와이즈는 다른 층위에 있다. 그 전제 위에서 차별성은 세 가지다.

첫째, 관측이 아니라 수문 모의(simulation) 기반이다. 기존 전 지구 가뭄 정보는 대부분 위성 영상이나 기상 관측을 지수화한 것이어서 ‘지금 건조한가’는 알려주지만 ‘땅속에 물이 얼마나 남았고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가’는 답하지 못한다. 와이즈는 미국 농무부 농업연구청(ARS)이 개발한 유역 단위 수문·수질 모델의 최신판 SWAT+로 물순환 전 과정을 직접 계산해 관측소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값이 산출된다.

둘째, 40여 종의 수문·환경 변수가 같은 물수지 계산에서 나온다. 그래서 가뭄과 홍수를 별개 시스템으로 나누지 않고 동일한 기준 위에서 함께 다룰 수 있다. 현장에서는 같은 지역에 두 재해가 한 해 안에 번갈아 나타난다.

셋째, 쓰는 데 문턱이 없다. 수문 모델링에는 자료와 전산 자원, 다룰 줄 아는 인력 세 가지가 필요한데 하나만 없어도 분석은 시작되지 않고, 정보가 가장 필요한 나라들이 대개 그 상태다. 와이즈는 그 부담을 우리가 대신 지는 구조다. 이용자는 웹페이지를 열고 지도에서 자기 나라나 유역을 고른 뒤 결과를 읽으면 된다.”

 

 빙하·지하수·댐 운영은 빠졌다…한계도 총회에서 공개

Q. 정확도는 어느 수준인가. 한계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예측은 며칠 뒤 날씨를 맞히는 정확도가 아니라 장기 추세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게 재현하는가의 문제다. 그래서 성격이 다른 두 자료로 이중 검증했다. 전 세계 하천유량 관측 자료로 유역 전체의 물수지를, 위성 증발산량 자료로 토양 증발과 식생 생장을 검증하는 방식이다. 자료 대조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아 가나와 태국을 대상으로 모의 수행하고 현지 연구진과 결과를 함께 검토해 자국의 물 사정에 비춰 납득할 수 있다는 확인을 받았다.
한계는 이번 총회에서도 그대로 밝혔다. 빙하·강설·융설 과정이 반영되지 않은 북극권과 극건조 지역에서는 정확도가 떨어지고, 지하수는 아직 보정하지 않았으며, 하천유량은 댐·저수지 운영이 반영되지 않은 자연유량 기준이다. 총회에서는 소규모 국가의 해상도를 높여 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전 지구를 하나의 기준으로 모의하는 데서 오는 한계이고, 그래서 지금 제공되는 것은 나라별로 재단된 값이 아니라 광역적인 경향에 가깝다. 각국이 보유한 관측 자료를 반영하면 그 나라에 한해 정확도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제17차 국제사막화방지협약 당사국총회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제17차 유엔사막화방지협약 당사국 총회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제공=농촌진흥청)

탑재는 공인이 아니라 출발점…2년 준비한 통로

Q. 한국이 주도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고, UNCCD 탑재는 어떻게 성사됐나.
“농진청이 무엇을, 왜 만들 것인가를 정하고 과제 전체를 이끌었다. 텍사스A&M대가 구현 기술을, 가나 CSIR-CRI가 현장 검증을 맡았다. 전 지구 수문 모델 자체는 학술적으로 이미 존재했지만, 그것을 개발도상국 정책 담당자가 실제로 쓸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다. 누구를 위한 플랫폼인가, 어떤 변수를 어떤 단위로 보여줄 것인가, 논을 비롯한 농업 물 관리를 어디까지 반영할 것인가. 이런 결정을 농진청이 내렸다. 만들어진 결과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자리 잡게 하는 일도 우리 몫이었다. 좋은 플랫폼을 만드는 것과 실제로 쓰이게 만드는 것은 별개의 일인데, 후자를 농진청이 설계하고 실행했다.

탑재까지는 2년 가까운 준비가 있었다. UNCCD 과학정책인터페이스(SPI)에 참여해 온 미국 국가가뭄완화센터(NDMC) 마크 스보보다 센터장과 방안을 협의해 왔고, 2026년 들어 UNCCD 수석과학자 배런 오어 박사, 가뭄 분야를 담당하는 대니얼 체가이 박사와 두 차례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기술적 완성도와 발전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그것이 탑재로 이어졌다.

다만 탑재가 곧 공인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툴박스는 여러 자료와 플랫폼을 안내하는 성격이고, 와이즈의 결과가 실제 정책 문서에 쓰이려면 그 나라 여건에 맞는 검증이 한 번 더 필요하다. 나는 탑재를 목표 달성이 아니라 출발점으로 본다. 관심 있는 나라에서 문의가 들어오면 그 나라 관측 자료를 함께 반영해 훨씬 정확한 정책 근거를 만드는 협업으로 이어갈 수 있다. 탑재는 그 통로를 연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 농업수자원 플랫폼 와이즈(WISE)

Q. 개발도상국 현장에는 어떻게 적용되나.
“곧바로 적용되는 곳은 국가 단위 정책 수립 과정이다. 어느 지역에 관개시설을 우선 투자할지, 어떤 유역이 장기적으로 물 부족에 놓일지, 적응 계획에 어떤 근거를 담을지 같은 판단이다. 별도의 시스템 구축이나 예산 없이 웹 접속만으로 자국 전 지역의 물순환 현황과 미래 전망을 확인할 수 있다. 기후변화 적응 방향을 논의하는 초기 단계에서 함께 놓고 볼 참고 자료로는 충분하다. 원하는 나라에는 자국 유량·기상·토양 자료를 반영해 정밀도를 높이고, 현지 연구 기관이 그 결과를 해석할 수 있도록 함께 작업하는 지원까지 제공할 수 있다.

이번 총회에서는 여러 기관의 수요가 확인됐다. 미국 국가가뭄완화센터는 협업 중인 아프리카 국가들을 연계해 주겠다는 뜻을 밝혔고, 국제건조지역농업연구센터(ICARDA)는 와이즈를 활용한 북아프리카 공동사업을 제안했다. 태국 아시아공과대학교(AIT)와는 현지 실증을, 피지 정부 대표단과는 도서 국가 협력 수요를 논의했다. 아직 방향을 나눈 단계이고 후속 사업으로 구체화할 계획이다. 기능 고도화만으로는 확산이 이뤄지지 않고 신규 참여국 지원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 이번 총회에서 얻은 가장 실질적인 교훈이다.”

 

 국내는 조기경보서비스, 국제사회는 와이즈

Q. 국내 농가 단위 서비스와 연계할 계획은 있나.
“없다. 와이즈는 수십 년 단위 기후 추세를 분석해 국가가 장기 적응 정책을 세우도록 돕는 플랫폼이라 농가 단위 조기경보와는 시간 단위도 목적도 다르다. 그리고 국내에는 이미 그 역할을 농진청이 운영하는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서비스’가 맡고 있다. 기상청 동네예보(5×5km)를 재분석해 농장 단위(30×30m)로 기상재해 정보와 대응 지침을 제공하며, 기상정보 11종과 고온해·저온해·가뭄·습해 등 재해예측 정보 15종을 최대 9일분까지 제공한다. 현재 전국 155개 시군에서 필지별 재해 위험을 산출해 알려주고 있고 2024년 9월부터는 회원가입 없이 개방됐다. 우리나라처럼 관측망과 모델링 역량을 갖춘 나라는 자국 자료로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와이즈가 채우려는 것은 그런 여건이 없는 나라들의 공백이다. 국내는 조기경보서비스가, 국제사회는 와이즈가 각각 맡는 구조로 봐 주시면 정확하다.” 

몽골에서 열린 제17차 국제사막화방지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참가자들에게 농촌진흥청을 홍보하고 있다.(사진 제공=농촌진흥청)
몽골에서 열린 제17차 유엔사막화방지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참가자들에게 농촌진흥청을 홍보하고 있다.(사진 제공=농촌진흥청)

Q. 앞으로의 계획과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총회에서 각국 담당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요구가 정보 제공에서 정책 활용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과학적 정보는 충분하지만 정책에 바로 쓰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반복됐다. 고도화 방향은 세 갈래다. 88개 유역 모의 체계를 재보정하고 위성 관측 자료를 융합해 정확도를 높이는 일, 기상·농업·수문 가뭄을 통합한 복합가뭄지수(CDI)처럼 정책이 바로 읽을 수 있는 지표를 늘리는 일, 그리고 인공지능(AI)으로 결과 해석을 돕는 일이다.

AI의 역할은 실시간 예측이 아니다. 수문 모델 결과는 전문가가 아니면 읽어내기 어려운데 정작 그 정보가 필요한 사람은 대부분 정책 담당자다. 모의 결과가 그 나라에 어떤 의미인지 해석해 주고 국가 단위 위험 시나리오를 보고서로 정리해 다국어로 제공하는 기능을 개발하려 한다. 물리 모델이 계산한 것을 사람이 판단으로 옮기는 구간, 그 사이를 AI가 메우는 그림이다. 어떤 지표가 필요한지는 우리가 정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쓰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해야 쓸모 있는 지표가 되고, 툴박스 탑재로 그 요구를 받을 통로가 생겼다.

최종 목표는 분명하다.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근거를 갖지 못하는 나라가 없도록 하는 것이다. 기후변화 적응은 결국 무엇을, 언제,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의 문제이고, 그 판단에는 근거가 필요하다. 근거를 스스로 만들 수 있는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 사이의 격차를 좁히는 일, 그것이 와이즈가 하려는 일이다.”

제17차 국제사막화방지협약 당사국 총회 모습(사진 제공=농촌진흥청)

전상민 연구사=서울대학교 지역시스템공학 공학박사, 서울대학교 연구교수 역임, 2023년 2월 농촌진흥청 농업연구사 임용. 현 국립농업과학원 기후변화대응과 소속으로 2026년 7월부터 12월까지 미 텍사스A&M대 직무 파견.

이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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