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농장을 바꾸다] 군산 명월농장, 발효사료 자가배합으로 한우 1++ 출현율 84%
신동규 대표, 2020년 발효 TMF 자가배합·2021년 발정탐지기 도입 도체중 540kg·등심단면적 120㎠…2025년 전국 거세우 평균 웃돌아 번식우 분만간격 48.7일 단축·수태율 92%…월 2000톤 생산하는 사료공장 추진
2025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명월농장(대표 신동규·전북 군산)이 출하한 거세우 19마리 가운데 16마리가 1++ 등급을 받았다. 1++ 출현율 84.2%다. 19마리의 평균 도체중은 540kg, 등심단면적은 120㎠, 근내지방도는 8.2였다. 소위 넘버나인(근내지방도 9·Number Nine)을 받은 개체도 10마리에 달한다.
이 농장이 자가배합과 ICT 장비를 도입하기 전인 2019년 10월~2020년 4월 출하한 거세우는 5마리로, 이 가운데 1++등급은 1마리였고 근내지방도는 5.4에 그쳤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2025년 전국 거세우 평균은 도체중 478.1kg, 등심단면적 100.3㎠, 근내지방도 6.3이다. 명월농장의 19마리는 세 지표 모두 전국 평균을 웃돈다. 다만 평균 출하월령은 전국 평균(31.7개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농장을 이렇게 바꾼 사람은 2019년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 군산으로 내려온 신동규 대표(1984년생)다. 30마리로 시작한 한우는 7년 만에 300마리로 늘었다. 사료는 직접 배합하고, 발정은 탐지기 알람으로 잡고, 번식우는 후대 성적으로 골라낸다. 신 대표는 “수능으로 치면 의대에 가려면 국어·영어·수학만 잘해선 안 되고 전부 잘해야 한다”며 “소가 아무리 좋아도 사료가 받쳐주지 않으면 안 되고 바닥 관리, 사료 관리, 소 스트레스까지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육아휴직 내고 고향 군산으로
신 대표의 부친은 조합장을 지내며 벼농사와 함께 한우 30마리를 키웠다. 2017년 부친이 세상을 떠난 뒤 어머니 혼자 농장을 맡게 됐다. 한양대 공대를 나와 병역특례로 엔지니어 일을 한 뒤 코레일(한국철도공사) 고양차량기지에서 근무하던 신 대표는 2019년 아들이 태어난 후 육아휴직을 내고 군산으로 내려왔다.
부모는 어린 그에게 농사일을 시키지 않았다. 공부해서 서울로 가라는 뜻이었다. 신 대표는 “언젠가 사업을 하려고 했다”며 “아이템을 찾다가 한우로 승부를 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농사가 아닌 사업으로 접근했다는 얘기다. 금방 서울로 돌아올 줄 알았던 아내의 예상과 달리 그는 지금까지 군산에 머물고 있다.
내려오기 전 가축인공수정사와 드론 자격증부터 땄다. 막상 와서 보니 소는 기초부터 손봐야 했다. 혈통등록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았고 정액 관리도 되지 않았다.
생산비 비중 가장 큰 사료부터 자가배합
신 대표는 한우를 잘 키우는 농가들의 유튜브를 찾아보며 SWOT 분석(내부의 강점·약점, 외부 환경의 기회·위협을 4가지 범주로 나눠 전략을 세우는 경영 분석 방식)을 했다. 답은 사료였다. 그는 “생산비에서 비중이 가장 큰 게 사료값”이라며 “사료를 컨트롤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2020년 축사를 한 동 짓고 배합기를 들여 자가배합을 시작했다. 선도 농가를 찾아다니며 배웠고, 비슷한 시기 자가배합을 시작한 충남 서천의 선배 농가와 성적이 나오지 않을 때마다 자료를 나누며 노하우를 쌓았다.
사료 검증은 비교 실험으로 했다. 송아지를 세 무리로 나눴다. 우시장에서 사 온 7~8개월령 중간 수준 송아지, 동네 농가에서 들여온 3개월령 중간 수준 송아지, 그리고 자기 농장 송아지다. 모두 같은 사료를 먹였다. 육성기 관리가 잘돼야 비육 전·후기에도 사료 섭취량이 처지지 않고 잘 큰다는 판단에서 일부러 어릴 때 데려와 자기 방식대로 키웠다. 첫 성적은 1++ 75% 이상이었다. 신 대표는 “사료로 1++는 만들 수 있지만 개량 없이는 고단가가 나오지 않더라”고 말했다. 사료와 개량을 함께 챙기게 된 계기다.
맥강 15%·미강 5% 발효 TMF, 여름 2주·겨울 3주 숙성
명월농장 발효 섬유질배합사료(TMF)의 특징은 보리 부산물이다. 군산이 보리 주산지라 다른 지역보다 맥강이 많이 들어간다. 직접 벼농사도 짓고 있기 때문에 미강도 활용한다. 배합비는 맥강 15%, 미강 5% 정도다. 옥수수 기반 사료와 볏짚 등 나머지 원료 구성은 다른 지역과 비슷하다. 신 대표는 “맥강은 6월에만 나오고 보관이 어려워 다른 농가는 15%까지 쓰기 쉽지 않다”며 “미강은 지방이 많아 많이 넣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TMF의 핵심은 보관이다. 한철에 나오는 원료를 비닐로 싸서 쌓아 둔다. 비닐 작업은 전부 사람 손이 드는 일이다. 원료 보관창고와 발효 공간 같은 부대시설도 있어야 한다. 신 대표는 “사육 두수가 적은 농가가 시도하기엔 무리”라며 “원료를 5톤 차로 받을 수 있는 비육우 100마리 이상 농가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양 수준은 높게 잡았다. 비육 전기 사료는 가소화영양소총량(TDN) 80%, 조단백질(CP) 17% 정도이고 후기는 TDN 85%, CP 15% 수준이다. 신 대표는 이를 “완전 고사양”이라고 표현했다. 고사양 사료를 그대로 먹이면 소가 탈이 날 수 있어 발효로 보호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신 대표는 “미생물 균주를 넣어 발효하면 소가 소화하지 못하는 전분류를 미생물이 분해해 소화를 돕는다”며 “효소가 나오니 천연 소화제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알코올 발효로 기호성도 좋아진다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발효해서 성분이 크게 올라가는 건 아니다”며 “보관과 소 보호를 위한 장치”라고 선을 그었다.
배합기는 이후 스팀배합기로 바꿨다. 배합은 일주일에 네 번, 두 명이 맡는다. 이틀에 걸쳐 20톤을 만들어 비닐로 싼 뒤 여름엔 2주, 겨울엔 3주가량 발효시킨다. 완성된 사료는 차량 급이기에 퍼 담아 기계로 급여해 인력은 거의 들지 않는다.
발정탐지기 도입 후 분만간격 48.7일 단축
2021년에는 정부 지원을 받아 발정탐지기 등 ICT 장비를 들였다. 벼농사까지 짓다 보니 축사를 비우는 시간이 많았다. 신 대표는 “수도작도 하고 밖에서 하는 일이 많아 항상 축사에 있을 수 없는데 그걸 보완해 줄 수 있는 게 스마트 축산이었다”고 말했다.
가장 효과를 본 건 발정탐지기다. 발정이 감지되면 휴대폰 앱으로 알람이 온다. 그는 “발정을 보려면 항상 관찰을 잘해야 하는데 축사에 없어도 앱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제 부족한 부분을 잘 채워주고 있다”고 말했다. 알람이 곧바로 수정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알람이 오면 먼저 눈으로 소를 확인해 발정 주기가 맞는지 보고, 맞으면 인공수정사를 부른다. 수정사가 다시 판단한다. 이렇게 네 차례 정도 교차 확인을 거친다. 송아지와 수정 관리는 누나와 어머니가 맡고 있다.
농장이 제공한 ICT 도입 전후 번식 성적을 보면 분만간격은 429.4일에서 380.7일로 48.7일 줄었다. 분만 후 다시 임신하기까지 비어 있는 공태일수는 138.8일에서 96.3일로 42.5일 짧아졌고, 수태율은 74.2%에서 92%로 17.8%포인트 올랐다.
후대 성적으로 모계 도태, 씨수소는 육종가 상위 10위 안에서
사료와 함께 개량에도 공을 들였다. 축사를 지으며 개량이 잘된 육종 농가에서 암소 30마리를 2억 원에 들였다. 번식우 도태 기준은 후대 성적이다. 출하한 소가 1등급 이하를 받으면 해당 소의 암컷 쪽 3대 라인을 모두 번식에서 제외시키고 암소 비육으로 돌린다.
정액은 근내지방도와 등심단면적 위주로, 상위 10위 안에 드는 것만 쓴다. 도체가 지나치게 커지는 정액은 피한다. 신 대표는 “송아지를 낳을 때도 문제고 커서도 장기 비육으로 가야 해 효율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정액값은 아끼지 않는다. 그는 “소 한 마리를 2년 반 넘게 키우는 동안 고정비가 많이 들어간다”며 “정액값 아끼다가 한 마리에 200만~300만 원 차이가 날 수 있어 벌어본 사람은 비싼 정액값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게 들인 암소에 등심 부문 등에서 우수한 유전능력을 가진 KPN1416 정액을 넣어 얻은 거세우는 2025년 11월 등급판정에서 1++A 등급, 근내지방도 9, 등심단면적 148㎠를 받았다. 이 소는 2025년 열린 제28회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 중 본대회에서 10위(전국한우협회장상)에 올랐다. 경락단가는 kg당 5만 6149원, 경매가격은 3003만 원이었다. 한국종축개량협회에 따르면 대회 출품우의 평균 도축 성적은 근내지방도 7.8, 등심단면적 118.6㎠이다.
1++ 출현율 72.5%에서 84.2%로, 등심단면적 120㎠
기간별 등급판정 자료를 보면 변화는 뚜렷하다. 자가배합과 ICT 도입 전인 2019년 10월~2020년 4월 출하한 5마리는 1++등급 1마리, 평균 근내지방도 5.4, 등심단면적 91.6㎠였다. 2023년 12월~2025년 6월 출하한 69마리는 1++ 72.5%, 근내지방도 7.5, 등심단면적 109.1㎠로 올라섰고, 2025년 7월 이후 19두는 84.2%, 8.2, 120㎠를 기록했다. 최근 두 기간을 비교하면 등지방두께는 16.0㎜에서 12.2㎜로 얇아졌고 평균 출하월령은 33개월 안팎에서 31개월 안팎으로 앞당겨졌다. 신 대표는 이 변화의 바탕을 쌓인 데이터에서 찾았다. 그는 “사업은 예측이 가능하지 않아 예측도를 높이는 수단이 항상 필요한데 그게 스마트 축산이었다”며 “첫해에는 잘 체감하지 못했지만 2년, 3년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시 피드백해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면서 더 나은 결과를 만드는 발판이 됐다”고 말했다.
사료비 비중 60%에서 45%로 낮추다
자가배합 이후 생산비에서 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에서 45% 정도로 낮아졌다. 신 대표는 “배합은 등급을 잘 받기 위해 하는 것이지 사료값 절감만이 목적은 아니다”며 “그래도 수취가격을 높일 수 있으니 힘들어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가배합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거세우가 최소 100마리는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 대표는 “소값이 안 좋을 때도 많이 벌진 못했지만 손해는 보지 않았다”며 “사료를 직접 만들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2023년 12월~2025년 6월 출하한 69두의 평균 경매가격은 1013만 원이었다. 2025년 7월 이후 출하한 19두는 평균 1361만 원이다. 성적 향상 효과도 있지만 두 기간 사이 한우 시세 변동도 영향을 줬다.
조사료는 벼농사에서 해결한다. 벼농사 규모는 16만 평(약 52만 9000㎡)으로 부친 때보다 두 배로 늘렸다. 여름엔 벼를, 겨울엔 이탈리안 라이그라스와 보리를 심는 이모작이다. 조사료와 벼농사를 함께 하기는 쉽지 않지만 볏짚을 직접 생산하는 덕에 볏짚 값이 올랐을 때도 부담이 적었다. 직원 4명은 벼농사 일도 함께 맡는다.
월 2000톤 사료공장 추진…“우리 농장은 사료의 실험농장”
신 대표가 자가배합을 시작할 때부터 그린 그림은 사료 사업이었다. 2025년 법인을 세우고 20억 원 규모 사료제조시설 공모사업을 신청했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올해 월 2000톤 규모 사료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공급 범위는 지역으로 한정했다. 신 대표는 “사료는 한순간에 날아갈 수 있고 무리하게 확장하다 품질 관리가 안 될 수도 있다”며 “조합원도 돈 벌고 나도 벌 수 있는 규모로 2000톤을 잡았다”고 말했다.
농장의 역할도 달라진다. 신 대표는 “우리 농장은 사료의 실험농장”이라며 “배합비를 달리한 사료를 6개월 정도 먼저 먹여보고 괜찮으면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목표는 28개월령 출하에 도체중 530kg, 등심단면적 120㎠, 1++ 80% 이상이다. 사료 사양을 높게 잡은 것도 출하월령을 앞당기기 위해서다. 신 대표에 따르면 올해 추석 명절을 앞두고 출하한 28개월령 8마리는 1++ 7마리, 1+ 1마리로, 1억 원이 넘는 값을 받았다. 한 차례 내놓은 24~25개월령 8마리는 1++ 3마리, 1+ 3마리, 1등급과 2등급 각 1마리였다. 신 대표는 “최소 28~30개월은 키워야 하지만 평균 28개월 출하로 앞당겨야 한다”는 계획을 말했다.
교육도 꾸준히 받는다. 전문 컨설팅 업체를 통해 사양·개량·사료 교육을 받고, 부족한 부분은 전국의 전문가를 소개받는다. 신 대표는 “트렌드가 계속 바뀌어 꾸준히 배워야 한다”며 “잘하는 농가가 많아 그들보다 앞서가려면 책도 보고 잘하는 농가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비도 컨설팅과 함께 가야 제 역할을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신 대표는 “과학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농장에 꼭 맞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수의나 사양, 개량, 경영 측면까지 도입한 장비를 더 활용할 수 있도록 컨설팅이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2019년 귀농 이후 “내 사업을 하고 있어 후회한 적은 없다”는 그의 다음 목표는 농장 밖에 있다. 자신의 농장에서 검증한 배합비를 지역 농가에 공급하는 사료공장 운영, 그리고 28개월령 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