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인머스캣 다음은 이것"… 과즙 터지는 적색 포도·24브릭스 신품종 뜬다
경북 신품종 포도 150ha 재배… 수확기 분산·해외 시장 개척 속도
샤인머스캣에 집중돼 있던 국산 포도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경상북도농업기술원이 육성한 포도 신품종 ‘골드스위트’와 ‘레드클라렛’이 경북 도내 주산지를 중심으로 재배 면적을 넓히며 시장성 검증 단계에 들어섰다.
경북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골드스위트와 레드클라렛, 그리고 만생종인 ‘글로리스타’를 합친 도내 재배 면적은 약 150헥타르(㏊) 규모다. 품종별로는 황록색 계열의 골드스위트가 경산과 영천, 칠곡에서, 적색 품종인 레드클라렛은 비교적 해발고도가 높은 상주와 김천을 중심으로 재배되고 있다.
신품종 보급은 품종을 육성한 뒤 판매권을 묘목 업체에 이전하고, 해당 업체가 묘목을 생산해 농가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샤인머스캣 공급 과잉…“수확기 분산이 해법”
경북도농업기술원이 두 품종 육성에 나선 배경에는 샤인머스캣 편중에 따른 가격 하락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2023년 2만 3805원(2kg, 8월 평균 가격)이었던 샤인머스캣 가격은 2024년 1만 6753원, 2025년 1만 4468원으로 하락세다. 올해도 8월 평균 가격이 전년대비 18.8% 하락한 1만 1755원(1~25일 평균 가격)에서 형성되고 있다.
경북도농업기술원 디지털원예연구과 권민경 팀장은 “샤인머스캣 재배 면적이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공급이 너무 많아져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며 “특정 시기에 단일 품종이 집중적으로 출하되는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북도농업기술원이 육성한 품종은 조·중생종으로, 샤인머스캣보다 수확시기가 22일 정도 빠르기 때문에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두 품종은 껍질째 먹는 포도라는 점에서 샤인머스캣과 가장 가까운 시장을 형성한다. 껍질을 분리해서 먹는 거봉이나 캠벨과는 소비 시장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 농업기술원의 판단이다. 특히 레드클라렛은 적색 포도라는 특성을 살려 기존과는 다른 적색 포도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골드스위트 24브릭스·레드클라렛 20.5브릭스… 샤인머스캣보다 22일 빨라
두 품종은 모두 적색 품종 ‘베니바라드(Beni Ballad)’와 ‘샤인머스캣’을 교배해 육성했다. 골드스위트는 2020년 품종보호를 출원해 2023년 등록(제9425호)됐고, 레드클라렛도 같은 해 등록(제9741호)을 마쳤다.
골드스위트의 최대 강점은 당도다. 경북도농업기술원 시험포(대구) 노지 유핵재배 기준 당도는 24.0브릭스로, 같은 조건에서 재배한 샤인머스캣(18.2브릭스)보다 5.8브릭스 높다. 산 함량은 0.60%다. 숙기는 9월 13일로 샤인머스캣(10월 5일)보다 22일 빠르다. 껍질째 먹는 녹황색 포도로 머스캣향이 강하고 식감이 아삭하다.
다만 알 크기에서는 차이가 있다. 송이 무게는 763g으로 샤인머스캣(779g)과 비슷하지만, 포도 한 알 무게는 5.6g으로 샤인머스캣(8.4g)의 67% 수준이다.
레드클라렛은 당도 20.5브릭스로, 대조품종인 베니바라드(18.4브릭스)보다 2.1브릭스 높다. 산 함량은 0.51%로 베니바라드(0.56%)보다 낮아 상대적으로 단맛이 도드라진다. 숙기는 9월 9일로 두 품종 가운데 가장 빠르다. 송이 무게 586g, 포도알 무게 7.9g으로 베니바라드(544g·7.6g)보다 굵다.
지난 24일 관능평가에 참가한 중앙청과 강근진 경매사는 “골드스위트는 알이 약간 작지만 아카시아 향이 나는 등 맛과 당도가 우수한 A급 품종이며, 레드클라렛은 껍질이 얇고 과육이 아삭해 알을 씹었을 때 과즙이 터지는 식감과 당도가 좋으며 알 크기도 양호하다”고 호평했다.
두 품종 모두 알과 송이가 잘 맺히는 풍산성으로 꽃떨이 현상과 포도알이 터지는 현상이 적어 재배 관리가 비교적 쉽다. 짧은 가지치기가 가능하고 마디 길이가 짧아 개량 일자형 수형에 적합하며, 생장조절제 처리로 씨 없는 포도도 재배가 가능하다. 하지만 저장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져 조기 출하를 통해 제철에 먹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레드클라렛 2㎏ 4만 원 제시… 백화점 시식 반응도 긍정적
중도매인들과 소비자를 대상으로 각각 진행한 평가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면서 시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실제 서울 가락시장 중앙청과에서 중도매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관능평가과 모의경매에서 레드클라렛은 2㎏ 기준 4만 원 수준의 가격이 제시됐으며, 골드스위트는 2㎏에 3만 원 수준으로 제시됐다. 알이 다소 작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맛이 워낙 좋아 시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교 대상인 샤인머스캣의 가락시장의 8월 평균 경매가는 2㎏ 상품 기준 9200원, 특품 기준 1만 4200원 수준이다.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현대백화점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진행한 소비자 시식 행사에서 신품종에 대해 대체로 맛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권민경 팀장은 “지난해 백화점 채널에서 골드스위트와 레드클라렛의 판매 실적이 양호해 올해도 좋은 성과가 기대된다”라며, “구체적인 판매량은 향후 집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동남아 수출 진행 중…유통 판로 다각화
수출도 병행되고 있다. 골드스위트와 레드클라렛은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수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7월부터 8월까지 수출이 계속 진행 중이다.
포도의 유통 방식은 그동안 재배 후 공판장으로 출하하는 오프라인 중심 구조였지만, 앞으로는 온라인 판로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홍보도 강화한다.
권 팀장은 “신품종은 오프라인만으로는 알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유명 인플루언서를 통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인플루언서 공동구매 등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