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농촌진흥청 김병석 국립식량과학원장, 밀·콩 자급 해법은 ‘산업수요’… 품종 넘어 식품·산업까지 책임진다

신동진1 재배면적 1165ha로 확대, 바로미4 수발아율 18.3%로 낮춰 밥쌀용은 정부보급종 체계 유지, 특수미·산업용 쌀은 민간과 상생

백철현 기자
승인 2026.09.28 08:50수정 2026.09.28 08:50
국립식량과학원 김병석 원장.
국립식량과학원 김병석 원장.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산 밀 자급률은 2024년 기준 1.5% 수준에 그쳤다. 당초 2027년까지 8%로 잡았던 목표는 제2차 밀 산업육성 기본계획(2026~2030)을 새로 짜면서 2030년으로 미뤄졌다. 콩은 자급률이 40% 안팎까지 올라왔지만 가공업체들은 여전히 값싼 수입 콩을 찾는다. 품종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국산 식량작물의 설 자리를 넓히기 어렵다는 얘기다.

1994년 농촌진흥청 농약연구소에서 공직을 시작한 김병석 국립식량과학원장은 그 해법을 ‘산업수요’에서 찾는다. 2025년 조직개편으로 국립농업과학원 농식품자원부가 식량원으로 옮겨와 식품자원개발부로 출범하면서 품종 개발부터 가공·제품화·소비까지 한 기관 안에서 연결할 기반이 생겼다. 김 원장은 “한쪽 날개로 날던 식량원이 양 날개를 달았다”며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중심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농업기술신문은 9월 23일 김 원장을 만나 취임 후 달라진 연구 방식과 자급률 제고 전략, 민간과의 역할 분담, 국제협력 방향 등을 들었다.
 

화학물질 안전·연구정책 분야를 거쳐 식량작물 연구 현장은 처음 이끈다. 이런 배경이 식량원 운영에 어떤 시각을 더했고, 취임 후 무엇을 바꿨나.

안전성 연구를 하며 가장 크게 배운 것은 문제가 생긴 뒤 수습하기보다 위험을 미리 찾아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이다. 식량작물 연구도 한정된 인력과 예산을 어떤 문제에 먼저 투입할지 판단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래서 연구자의 관심보다 기후재해·생산비·수급·산업수요처럼 현장이 실제로 겪는 위험과 수요를 먼저 보려 한다.

취임 후 작목·분야별 28개 ‘소통협의체’를 구성해 원장과 부장이 농업인·산업체의 목소리를 직접 듣도록 했다. 지난 3월 벼·밀·콩 등 12개 주요 품목 현장전문가 간담회에서 나온 기상재해 대응, 생산비 절감 같은 수요는 중장기 연구 방향과 신규과제 검토에 반영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현장ON’에 접수된 식량 분야 의견도 과제 기획에 활용한다. 농업인의 문제가 연구의 출발점이 되고, 개발한 기술이 농업인의 손에 돌아갈 때까지 연구자가 책임지는 구조를 만드는 게 내가 말하는 현장 중심이다.
 

이승돈 농촌진흥청장이 제시한 ‘기술개발·보급기간 30% 단축’은 식량원에 가장 무거운 목표다. 어떻게 달성할 계획인가.

연구기간 자체를 무리하게 줄이겠다는 뜻이 아니다. 연구개발이 끝난 뒤 현장실증, 다시 보급·산업화로 넘어가며 생기던 단절과 대기시간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과제 기획 단계부터 ‘2+1’, ‘3+2’ 단계형 연구체계를 적용해 2년간 개발한 기술은 1년간 현장적용성을 평가하고, 3년간 개발한 기술은 2년간 현장실증까지 이어간다. 효과가 확인된 기술은 개별 농가에 머물지 않고 전문생산단지로 빠르게 규모화한다.

품종·재배·가공·소비를 처음부터 함께 보는 ‘씨앗에서 식탁까지(Seed to Table)’ 전주기 연구도 강화한다. 양조용 쌀이 좋은 사례다. 올해 ‘화연’을 화요·여주시와 연계해 1ha 계약재배단지를 조성했고, 원료곡 약 7톤으로 2027년 6월 출시를 목표로 프리미엄 증류주를 개발하고 있다. 증류주용 벼 ‘주향미’를 100% 사용한 하이트진로 한정판이 9월에 출시됐다.
 

밀 자급률이 2024년 기준 여전히 1%대에 머물러 있다. 자급률 제고를 위해 무엇을 추진하고 있나.

쌀은 거의 100% 자급하고 있어 큰 문제가 없지만 밀과 콩이 가장 큰 과제다. 밀은 2030년 8% 목표를 세웠지만 고민이 있다. 가격, 수입 밀과의 품질 차이가 얽혀 있어 산업적으로 쉽지 않다. 맥류작물과를 만들어 밀 연구를 본격화한 지 4~5년 됐고 빵용·면용·과자용 전용 품종을 확산하고 있지만, 그동안 9000~1만ha에서 생산한 밀을 제대로 소비하지 못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달라지는 게 느껴진다. 농촌진흥청이 구례·김제·구미·함양 네 곳에 제분소를 설치해 용도별 맞춤 밀가루를 베이커리와 제면업체에 납품하는 체계를 갖췄다. 국산 밀가루는 그때그때 품질이 달라 레시피가 바뀐다던 제빵사들이 이제는 믿을 만하다고 한다. 이번에는 제과·제빵 기능장과 제과협회에 품종 품평을 맡겼다. 빵을 만드는 사람이 품종 개발에 참여하는 셈이다. 국산 밀가루는 수입산보다 2.2~2.5배 비싸지만 한 봉지로 오래 먹는 만큼 소비자 부담은 크지 않다. 침체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본다.
 

가공업체들은 여전히 값싼 수입 콩을 선호한다. 국산 콩을 차별화할 기술적 해법은 무엇인가.

콩 자급률은 약 40%까지 올라왔다. 전략작물직불제로 논 타작물 재배가 늘어난 정책 효과도 컸지만 우리 콩의 수량성과 품질이 높아진 덕도 크다. 우리 콩은 10a당 390~400kg을 생산하는데 일본은 200~250kg을 넘기지 못한다.

국립식량과학원 김병석 원장이 인터뷰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 김병석 원장이 인터뷰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은 세 가지다. 첫째는 수량이다. 200kg을 400kg으로 늘리면 가격을 절반으로 낮추는 것과 같다. 둘째는 기계화로 노동력 투입을 줄이는 것이다. 콩은 꼬투리가 잘 터져 한꺼번에 수확하기 어려운데, 다 익을 때까지 꼬투리가 벌어지지 않는 내탈립성 품종을 만들면 기계로 일시 수확할 수 있다. 셋째는 기능성으로 소비자의 지불 의사를 높이는 것이다. 검정콩 ‘청자5호’는 안토시아닌 함량이 높고 꼬투리가 잘 터지지 않아 기계 수확이 가능해 국내 검정콩 재배의 6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자리 잡았다. 안토시아닌 등 항산화 성분이 많은 검정콩 ‘소만’은 풀무원과 낫토 제품화 실증을 하고 있고, 국산 ‘대원콩’과 쌀가루로 식물성 단백질 소재를 국산화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샘표와도 협약을 맺고 국산 원료 활용을 넓히고 있다. 2027년 자급률 43% 목표는 현재 정책이 유지되면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참깨·들깨도 같은 방향이다. 참깨 ‘슬기’와 ‘로움’은 기억력 개선 효능이 확인된 항산화 성분 리그난 함량이 1g당 13~14mg으로 외국산·일반 참깨(4~5mg)보다 약 3배 높다. 수량도 10a당 130~150kg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는 ‘건백’보다 6~8% 많고, ‘로움’은 꼬투리가 잘 터지지 않아 기계 수확이 가능하다. 지난 7월에는 안동시, 대형 유지 가공업체와 협약을 맺고 ‘슬기’ 계약재배를 시작했고, 하반기에는 ‘슬기’로 짠 국산 프리미엄 참기름이 나온다. 들깨 ‘지안’은 총 지방산 가운데 오메가-3 지방산인 알파-리놀렌산 비율이 약 66%다. 들기름은 산패가 빨라 유통기한이 짧은 게 약점이어서 산패를 늦추는 들깨 품종 개발에 힘쓰고 있다.
 

신품종을 개발해도 농가가 기존 품종을 바꾸게 하기는 쉽지 않다. 보급의 어려움과 해법은.

농업인들은 익숙한 품종을 바꾸는 데 거부감이 있다. 전북 대표 품종 ‘신동진’은 30년 가까이 된 품종이라 고온과 병에 약하다. 이를 개선한 품종을 처음엔 ‘참동진’이란 이름으로 내놨는데 ‘우리 브랜드는 신동진’이라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신동진 혈통 가운데 가장 유사하면서 병 저항성을 높인 품종을 새로 만들어 ‘신동진1’로 이름 붙이자 수용하기 시작했다. 전북특별자치도, 생산자, 소비자와 10번 가까이 밥맛 평가도 했다. 2026년 재배면적은 약 1165ha로 늘었고, 국립종자원은 2027년 본격 보급을 위해 약 1만ha를 심을 수 있는 정부보급종 500톤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지자체와 지역 특화 품종을 함께 개발하는 것도 효과가 크다. 이천은 ‘해들’과 ‘알찬미’로 기존 외래 품종을 100% 대체하며 종자 독립을 선언했고, 여주도 올해 지역 품종을 출원한다. 개발 단계부터 농업인과 농업기술센터가 함께 참여하면 선도농가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 확산 속도가 훨씬 빠르다.
 

벼 등숙기 고온 피해가 커지고, 가루쌀은 수발아와 수량 편차 문제가 계속 제기된다. 기후 대응 품종과 가루쌀 기술은 어느 단계인가.

이제 기후변화는 예외적인 재해가 아니라 매년 농사를 좌우하는 상수다. 밥쌀용 ‘미소진품’은 고온에서도 완전미율 88% 수준을 유지하며 재배면적이 2023년 3717ha에서 2025년 1만 3322ha로 늘었고, 9개국에 수출되고 ‘APEC 2025 KOREA’ 공식 도시락 원료곡으로도 쓰였다. 최근 개발한 ‘달하미’는 평균 30℃ 고온 등숙 조건에서 현미 정상립 비율이 72.1%로 비교품종보다 높았고, 정읍에서 110ha 규모로 재배 중이다. 2027년에는 1500ha까지 늘릴 계획이다.

가루쌀은 문제를 확인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 생산단지에서 검증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바로미2’의 고온 육묘와 수발아 취약성을 개선한 ‘바로미4’는 수발아율을 64.4%에서 18.3%로 낮추고 이모작 수량도 약 10% 높였다. 2026년 예산·김제·진도·김천·산청 5개 지역 100ha에서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이삭패기 약 25일 전 몰리브덴 함유 비료를 주면 수발아 발생지수를 최대 24% 낮출 수 있고, 수발아 조기경보 서비스는 75개 생산단지 1175농가에 적용 중이다. ‘수발아에 강한 품종+안정적인 재배기술+위험예측’을 하나의 패키지로 완성하는 게 목표다.
 

농림위성이 발사되고 있는 모습(사진=농촌진흥청)
농림위성이 발사되고 있는 모습(사진=농촌진흥청)

첫 농림위성이 발사됐다. 작황 조사 자동화와 노지 정밀농업은 어디까지 왔나.

현장조사 자동화는 상당히 구체화됐다. 영상과 인공지능(AI)으로 재식밀도는 약 97%, 분얼수는 98%, 출수기는 99% 정확도로 판독하고, 이앙면적을 이용한 쌀 수량 예측은 약 88% 수준까지 개발됐다. 도 농업기술원 등 19곳의 고정형 영상장비로 실증 중이며, 2030년까지 전국 주요 작황 조사지점 690곳에 적용하는 게 목표다. 지난 7월 발사된 농림위성 자료도 검·보정과 데이터 축적을 거쳐 작황예측에 단계적으로 연결한다. 다만 표본조사를 당장 없애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사람의 조사는 ‘전수 관측’에서 ‘검증과 예외상황 확인’ 중심으로 역할이 바뀔 것이다.

노지는 기상과 토양 변화가 커서 무인화가 쉽지 않지만 콩 생산 전주기 정밀농업은 이미 현장실증 단계다. 토양 스캐닝 기반 변량시비로 비료 사용량을 약 20% 줄였다. 새만금 간척지에 10ha 규모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민간에 개방했고, 대동 등 농기계 기업이 자율주행 트랙터·운반로봇·드론 진단·방제 기술을 실제 콩 재배 현장에서 검증하고 있다.
 

식량 분야는 채소와 달리 민간 육종이 활발하지 않다. 민간 기업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감자는 강원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과 민간 육종회사가 역할을 하고 있고, 쌀도 향미 같은 특수미·산업용 쌀은 민간이 활발하다. 다만 67만ha 쌀 면적의 대부분인 밥쌀용은 식량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정부보급종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이를 결정하는 건 우리가 아니라 농민과 국민이다. 정부보급종이 농민 소득에 도움이 되는지, 가계 부담이 큰 쌀값을 안정시키는지가 기준이다.

해남에서 세종대, 시드피아와 장립종 쌀 프로젝트를 하며 농촌진흥청 예산으로 민간을 키우고 있다. 원예작물처럼 국가는 원천기술과 육종 소재를 갖고 민간을 지원하는 협력체계를 계속 넓히겠다. 국방도 우리가 직접 무기를 만들게 되자 수입 가격이 내려갔다. 국가의 육종 기술력이 있기에 수입산이 비싸게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다. 경쟁이 아니라 상생해야 한다.
 

우리 품종과 재배기술은 해외로 나가는데 농기계·기자재는 함께 나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기술 패키지 수출’에서 식량원의 역할은 무엇인가.

국제협력도 종자 하나, 기술 하나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품종-종자-재배기술-농기계·기자재-가공·이용’을 현지 여건에 맞게 묶는 패키지형으로 발전해야 한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과 현지 벼연구소가 함께 선발한 ‘사다프(Sadaf)’와 ‘빌루르(Billur)’가 2024년 국가품종으로 등록됐고, 한국산 농기계를 활용한 기계이앙으로 노동력은 70% 줄이고 생산성은 최대 52% 높였다. 식량원은 농기계를 직접 수출하는 기관은 아니지만 어떤 품종에 어떤 재배방식과 장비가 맞는지 기준을 만들고 기업을 연결하는 ‘기술적 연결자’ 역할을 할 수 있다.

K-라이스벨트는 통일벼로 우리 식량문제를 해결했던 육종 경험이 다른 나라의 식량안보에 기여하는 단계로 확장됐다는 데 의미가 크다. 2023년 7개국으로 시작해 올해 시에라리온이 합류하며 8개국으로 늘었다. 2025년 벼 종자 6365톤을 생산해 3년간 누적 1만 2248톤에 이르렀고, 참여국 평균 수량은 현지 관행의 ha당 2.2톤에서 4.6톤으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궁극적으로는 현지가 품종·종자와 농기계를 스스로 활용하는 자립형 협력체계를 만드는 게 목표다.
 

임기 중 반드시 남기고 싶은 것 하나를 꼽는다면.

식량작물 연구가 ‘생산’에서 끝나지 않고 ‘식품과 산업’까지 완결되는 연구체계를 확실히 정착시키고 싶다. 부서별 연구 성과를 단순히 이어 붙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품종개발 단계부터 재배·가공·기능성·시장성을 함께 보고, 연구부서와 현장, 산업체가 ‘원 팀’처럼 움직이는 방식이 식량원의 기본 연구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 생산을 잘하는 식량원을 넘어 우리 식량작물의 가치를 식품과 산업까지 끝까지 책임지는 식량원, 그 방향이 일회성 사업에 그치지 않도록 기반을 다져놓고 싶다.

 

백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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