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우 ㈜하다 대표, 농기계의 안드로이드·iOS 공용 플랫폼 만든다

농기평 ‘밭농업 전주기 개방형 로봇 플랫폼’ 과제 총괄 15kW 전동 플랫폼·앱 마켓으로 마늘·양파 실증…전동 농기계 마중물 역할

백철현 기자
승인 2026.10.02 02:59수정 2026.10.02 02:59
(주)하다 하종우 대표.
(주)하다 하종우 대표.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내 밭농업 기계화율은 2024년 기준 67%다.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는 파종·정식 단계는 18.2%에 그친다. 자율주행 기능을 단 농기계를 개발하는 국가 연구개발(R&D) 과제는 그동안 적지 않았다. 문제는 과제마다 관제·모니터링·자율주행 같은 기본 기능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 왔다는 점이다. 특정 과제에서만 돌아가는 소프트웨어는 가뜩이나 작은 국내 농기계 시장에서 쓰임새가 더 좁아졌고, 상용화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비슷한 투자가 되풀이됐다.

밭작물 작업기 전문기업 ㈜하다(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가 이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하다는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농기평)의 ‘밭농업 전주기 개방형 로봇 플랫폼 기반 지능형 농작업 통합 운영 및 실증’ 과제 주관기관을 맡아 2026년 4월 1일부터 2030년 12월 31일까지 정부 지원 93억 원, 기관 부담 30억 원 규모의 연구를 이끈다. 이 과제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진청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572억 6200만 원을 투입하는 농업로봇 사업에 포함된 18개 과제 중 하나다. 과제를 본격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하종우 대표를 만나 과제의 방향과 구상을 들었다.
 

농기계 공용 플랫폼 시대 연다

하 대표는 이번 과제의 핵심으로 소프트웨어를 꼽았다. 그는 “기존 소프트웨어 R&D는 공통 표준을 만들기보다 해당 프로젝트에서만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에 국한되다 보니 개발이 돼도 상용화까지 못 가고 중복 투자가 계속 나왔다”며 “안드로이드나 iOS처럼 공용 플랫폼을 만들고 제3자 누구든 자율주행 같은 기능을 앱으로 개발해 올려놓으면 많은 기업과 사용자가 활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 과제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예산 배정과 연구팀 구성도 소프트웨어 분야에 가장 많이 쏠려 있다는 게 하 대표의 설명이다.

이 구상의 바탕에는 ‘소프트웨어 정의 농기계(SDM, Software Defined Machine)’ 개념이 있다. 하 대표는 테슬라를 예로 들었다. 예전 자동차는 산 뒤 기능이 바뀌지 않았지만 테슬라는 하드웨어를 바꾸지 않고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차량 성능이 좋아진다. 그는 “농업용 장비도 소프트웨어 역할이 점점 커지면서 하드웨어를 포함한 모든 아키텍처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쪽으로 큰 맥락이 바뀌고 있다”며 “소비자가 느끼기에 주도권이 점점 소프트웨어로 넘어가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해외 선도기업 대비 자율주행 격차는 작고, 밭작물 작업기는 절반 수준

존디어·구보다 등 해외 선도기업과의 기술 격차는 분야별로 나눠 봐야 한다고 했다. 자율주행·자동조향 기술은 이미 오픈소스로 공개돼 국내외 차이가 크지 않다는 진단이다. 그는 “이 분야는 얼마나 싸고 고장 안 나게 만드느냐 하는 산업적 측면이 기술의 좋고 나쁨을 가르는 더 큰 잣대”라고 말했다.

반면 파종기·방제기 같은 작업기는 사정이 다르다. 씨앗이 떨어질 때 결주가 생겼는지 감지해 보충하는 기능, 영상(비전)으로 작물을 보고 방제량을 조절하는 기능, 주행 속도에 맞춰 살포량을 제어하는 기능은 소프트웨어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하 대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하는 제어장치까지 시스템이 완성돼야 하는 부분”이라며 이 영역에서는 국내 기술이 따라잡아야 할 부분이 많다고 했다. 해외 선도기업을 10으로 놓으면 국내 밭작물 작업기 기술은 5 정도라는 게 그의 평가다.
 

15kW 전동 플랫폼, ‘반나절 작업’부터

과제에서 개발하는 전동 로봇 플랫폼은 모터 출력 15kW(약 20마력), 배터리 용량 40kWh급이다. 출력은 일본 장비의 동력을 분석해 비슷한 수준으로 맞췄고, 배터리는 반나절인 4시간 작업을 기준으로 잡았다. 하 대표는 “8시간을 꽉 채워 쓰면 좋겠지만 우선은 반나절 쓸 수 있는 사양으로 결정했다”며 “향후 고속충전 기능이 붙어 오전 작업 뒤 점심시간에 완충할 수 있다면 4시간을 더 쓸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사양에는 고속충전 기능이 없으며, 최종 단계에서 30분~1시간 만에 완충하는 고속충전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앱 생태계, 결국 ‘돈이 되느냐’

과제는 플랫폼 운영체제(OS)의 마켓플레이스에서 경운·파종·방제·수확 등 농작업 앱을 내려받아 쓰는 구조를 제시했다. 외부 개발자를 끌어들이려면 결국 수익이 나야 한다는 게 하 대표의 판단이다. 초기에는 대부분의 작업에 쓸 수 있는 자율주행 같은 범용 앱이 먼저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사용자 수가 적더라도 그 앱을 썼을 때 경제적 이점이 크다면 비싸게 주고도 살 것”이라며 “1년에 1000만 원을 벌 수 있다면 100만 원을 주고도 사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앱 사용자도 개발자처럼 불특정 다수다. 제조사가 사서 장비에 넣을 수도, 농민이 직접 살 수도 있다. 하 대표는 농가가 앱을 통해 실제 영농 데이터를 올리고 수익을 얻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유료 앱이라도 충분히 내려받을 것으로 봤다. 경제 논리만으로는 개발이 어렵지만 자동화·AI화·데이터화가 꼭 필요한 영역은 정부 보조 프로그램으로 개발자 참여를 끌어낼 수 있다고도 했다.
 

ISOBUS·AEF 인증 “무조건 가야 할 부분”

과제는 트랙터·작업기 간 통신 국제 표준인 ISOBUS 대응과 농업산업전자재단(AEF, Agricultural Industry Electronics Foundation) 인증 획득도 목표로 한다. 하 대표는 “수출 시장에서 ISOBUS를 공식적으로 홍보하고 판매하려면 AEF 인증을 받아야 한다”며 “내수 시장도 ISOBUS가 확산되면 인증받은 제품이 훨씬 더 신뢰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것(ISOBUS) 말고는 아직 표준이 없다”며 “무조건 가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에 있는 (주)하다 본사 외경.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에 있는 (주)하다 본사 외경.

공동 기술은 함께 쓰고 기존 기술은 보호…공동개발협약 추진

과제에는 LS엠트론 등 농기계 기업과 대학, 정부기관이 함께 참여한다. 시장에서는 경쟁하는 기업들이 한 과제 안에서 협력하는 이른바 ‘코피티션(협력과 경쟁의 합성어)’ 구조다. 하 대표는 기관과는 이권 문제가 크지 않지만, 기업 간에는 새 기술이 개발되거나 상용화될 때 권리 관계가 엇갈릴 수 있어 이를 미리 정리하는 일이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라고 털어놨다. 하 대표에 따르면 참여기관 간 공동개발협약(JDA)은 아직 체결 전이다. 그는 “올해(2026년) 말 4차 미팅 때 공동 개발하는 기술은 함께 쓰고, 기존에 갖고 있던 기술은 당연히 권리를 보호한다는 큰 틀의 합의를 하려 한다”고 밝혔다.
 

첫 실증 작목은 마늘·양파

첫 실증 작목은 마늘과 양파로, 경상남도농업기술원과 경남 창녕군 등 주산지에서 실증이 진행된다. 하 대표는 “마늘·양파는 밭작물 가운데 국가가 가장 많이 투자하는 분야 중 하나이고 다른 작물보다 노동력이 많이 들어간다”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먹는 조미채소 중에서도 상위권이어서 선진 기술을 접목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하다가 양파 분야에서 쌓아 온 경험도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이번 과제는 파종과 그 이후 방제·시비 등 생육기 재배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영농법인·대농부터…임대사업소는 그다음 단계

사업화 모델은 보급형 판매에 기능 구독을 더하는 방식이다. 하 대표는 국내 농민에게 구독 문화가 아직 익숙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구독이 잘되느냐 안 되느냐보다 어떻게 접근하고 비용을 어느 정도로 하느냐가 관건”이라며 “결국 농가가 구독료를 냈을 때 만족도가 높으면 된다”고 말했다. 만족도가 낮다면 정부 지원 프로그램으로 참여율을 높이는 방안 등 복합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급은 규모 있는 농가가 모인 영농법인을 먼저 겨냥한다. 새 기술은 늘 대농이 먼저 시도해야 작은 농가로 퍼진다는 판단에서다. 농기계 임대사업소는 그다음 단계다. 농촌진흥청 신기술 보급사업이나 실증사업으로 소량의 장비가 영향력 있는 농가에 먼저 들어가 검증을 거친 뒤에야 임대 등 일반 보급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하 대표는 “개발됐다고 바로 임대사업소에 납품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장비와 시스템 가격도 있어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실증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해외 공략은 일본부터

과제는 2030년까지 시범판매 10억 원 달성을 목표로 국내 대형 제조사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공급과 일본·프랑스·아프리카 등 해외 판로를 제시했다. 하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당연히 국내”라면서도 “트랙터 같은 운용 장비는 국내 시장의 한계가 명확한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해외를 봐야 한다”고 했다. 우선 대상은 한국과 1인당 국내총생산(GDP) 수준이 비슷하면서 정밀농업에 관심 있는 나라로, 일본이 첫손에 꼽혔고 유럽이 뒤를 잇는다. 미국은 농경지 규모 기준이 너무 달라 단기간에 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전동 농기계 시기상조론에 변화 기대

2012년 창업 이후 밭작물 작업기를 개발해 온 하다는 이번 과제로 로봇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이끄는 기업으로 역할을 넓힌다. 하 대표는 과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두 가지 변화를 기대했다. 하나는 소프트웨어가 큰 역할을 하는 정밀농업이 실제 현장에서 구현되는 것을 농가가 직접 경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석유에서 전기로 동력원이 바뀌는 가능성을 농가와 다른 산업계에 보여주는 것이다.

다만 속도에 대해서는 신중했다. 그는 “과제가 끝난다고 그때 기계가 다 친환경으로 바뀌기는 힘들고 2030년에도 아마 초입일 것”이라며 “트랙터 시장 등에서는 아직 전기 동력이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훨씬 많은데, 우리 프로젝트가 마중물 역할을 해 그런 생각을 조금이라도 친환경 쪽으로 유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농기계는 일반 산업보다 훨씬 길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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