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농업 AX의 완성은 AI 판단 아닌 현장 실행…농기계·데이터 연결이 관건

승인 2026.10.03 22:00수정 2026.10.03 22:05

[전문가 칼럼] 대동 이광욱 농업AX추진 TF부문장

[사진자료] 대동 이광욱 농업AX추진 TF 부문장.jpg

농업 AX(AI 전환) 사업을 추진하며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은 “그래서 농업인의 일이 실제로 어떻게 달라지는가”다. 인공지능이 토양과 생육 데이터를 분석하고 병해충과 수확량을 예측하더라도, 농업인이 다시 결과를 해석해 작업계획을 세우고 농기계와 인력을 움직여야 한다면 현장의 변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농업인이 원하는 것은 분석 결과 자체가 아니다. 적기에 필요한 작업을 수행하고 노동력과 생산비를 줄이면서 안정적인 수확을 거두는 것이다. 농업 AX의 경쟁력도 인공지능의 정확도를 넘어 그 판단을 실제 농작업으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연결하는가에서 결정된다.
 

글로벌 농업은 ‘분석’에서 ‘실행’으로 이동하고 있다

글로벌 농기계 기업들의 움직임도 이러한 변화를 보여준다. 존디어는 ‘오퍼레이션센터’에서 수립한 작업계획을 농기계로 무선 전송하고, 현장에서 생성된 작업 데이터를 다시 플랫폼으로 가져오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See & Spray’는 카메라와 인공지능으로 작물과 잡초를 구분한 뒤 필요한 지점의 노즐만 작동시켜 제초제를 선택적으로 살포한다. 분석 결과를 곧바로 장비의 작업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구보다도 농기계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농장관리시스템에 모아 작업 현황을 시각화하고 시비와 물 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이를 자율·무인 농기계와 연결해 계획과 실행, 결과 분석과 개선이 반복되는 정밀농업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구보다는 이를 데이터 기반의 ‘PDCA형 농업’으로 설명한다. 

이러한 사례는 글로벌 농업 기술 경쟁이 개별 농기계의 자동화를 넘어 데이터와 인공지능, 농기계를 하나의 운영체계로 연결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광욱 상무는 글로벌 농업이 ‘분석’에서 ‘실행’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동)
이광욱 상무는 글로벌 농업이 ‘분석’에서 ‘실행’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동)

분석과 작업 사이에 남아 있는 단절

그동안 스마트농업은 센서와 장비를 보급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농업인이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크게 늘었지만, 분석 결과를 어떤 작업으로 전환하고 필요한 장비와 인력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토양과 생육 데이터는 서로 다른 시스템에 저장되고 농기계와 작업기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정밀농업 솔루션이 좋은 처방을 제시해도 농기계가 그 처방대로 작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농작업대행센터 역시 전화로 신청을 받고 수기로 일정을 조정하는 경우가 많아 작업 과정과 결과가 체계적인 데이터로 남지 않는다.

이러한 단절을 줄이기 위해 대동은 국제 농기계 통신 표준인 ISOBUS를 적용한 트랙터와 스마트 작업기를 도입해 농기계와 작업기의 연결을 확대하고 있다. ISOBUS를 활용하면 트랙터와 작업기가 하나의 통신 체계로 작업 명령과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처방지도를 트랙터와 작업기에 전달해 위치별로 파종량과 비료 살포량을 조절하고 작업 위치, 면적, 투입량 등의 데이터를 다시 수집할 수 있다.

수집된 작업 데이터를 토양·생육 데이터와 결합하면 처방의 정확도와 농작업 효율을 검증할 수 있다. 토양과 생육 조건별 투입량과 결과를 반복해서 분석할수록 다음 농작업의 처방은 더욱 정교해진다. ISOBUS 트랙터와 스마트 작업기는 정밀농업의 처방을 실행하고 그 결과를 다시 데이터로 돌려보내는 연결고리인 셈이다.

개별 기술의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이러한 단절을 해결하지 못하면 농업인은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 농업 AI의 다음 과제는 더 많은 정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확보한 데이터를 농작업으로 연결하고 그 결과로 다음 작업을 개선하는 데 있다.
 

현장을 움직이는 운영 체계가 필요하다

농업 AX는 기존 농작업을 단순히 디지털로 바꾸는 것과 다르다. 농기계와 로봇, 드론과 시설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인공지능이 파종과 시비, 방제와 수확에 필요한 판단을 내리면 AI 농기계와 스마트 작업기, 농업로봇이 이를 실행한다. 작업 결과는 다시 데이터로 축적돼 다음 판단을 개선한다.

대동이 AI 트랙터와 정밀농업 솔루션, 드론, 스마트 작업기와 농업로봇을 하나의 농작업 과정으로 연결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장비와 솔루션을 연결하는 것만으로 농업 AX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농가의 요청을 받아 필지와 기상 조건에 맞는 작업계획을 세우고 장비와 인력을 배치할 운영 주체가 필요하다.

기존 농작업대행이 농가의 요청에 따라 경운이나 파종, 방제와 수확을 대신하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데이터에 기반해 작업계획부터 배차와 관제, 결과까지 관리하는 농업 생산운영 서비스로 발전해야 한다. 농가의 신청과 작업계획, 장비·인력 배차, 진행 상황과 결과 보고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지역농협과 영농법인, 농작업대행센터가 정밀농업 솔루션과 첨단 농기계, 운영 플랫폼을 활용한다면 이러한 전환이 가능하다. 이는 고가의 AI 농기계와 농업로봇을 직접 구매하기 어려운 중소농의 기술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이기도 하다. 지역 실행조직이 장비와 솔루션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농가는 필요한 작업을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 농업 AX 플랫폼은 데이터를 한 곳에 모으는 데서 나아가 인공지능의 판단을 실제 농작업과 연결하는 기반이 돼야 한다. (사진 제공=대동)
국가 농업 AX 플랫폼은 데이터를 한 곳에 모으는 데서 나아가 인공지능의 판단을 실제 농작업과 연결하는 기반이 돼야 한다. (사진 제공=대동)

농업 AX의 가치는 현장에서 증명돼야 한다

국가 농업 AX 플랫폼도 데이터를 한 곳에 모으는 데서 나아가 인공지능의 판단을 실제 농작업과 연결하는 기반이 돼야 한다. 정부는 데이터와 농기계, 플랫폼이 연동될 수 있도록 표준과 실증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농작업 과정에서 함께 작동하는 통합 솔루션을 구축하고, 지역 실행조직은 이를 농업인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전환해야 한다.

농업 AX의 목적은 더 많은 정보를 생산하는 데 있지 않다. 농업인이 적기에 필요한 작업을 수행하고 생산비와 노동 부담을 줄이면서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다.

이미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개발된 기술이 농업 현장에서 충분히 사용되고 검증되며 다시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가 길을 열어주는 일이다. 인공지능의 판단이 농기계와 로봇의 작업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가 다음 판단을 개선하는 구조가 정착될 때 농업 AX는 비로소 현장의 변화가 된다.

첨단농업의 경쟁력은 기술을 누가 먼저 개발했는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현장에 정착시키고 산업 생태계로 확장했는가에서 갈린다. 대한민국 농업 AX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현장 확산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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