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유럽 시장의 한국 농식품 ① 수출 10억 달러 시대, 재주문이 과제

유럽 농식품 수출 10억 달러 다가섰지만…가공 감3.4%·김치 0.5% 증가 그쳐 2026년 상반기 6억 3939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3.8% 증가…2023년 연간 실적의 92% 라면 1억 5033만 달러로 47.5% 늘 때 가공 김·김치·장류·유자 조제품 합쳐도 라면의 38% 수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김기철 유럽사무소장 “첫 주문보다 재주문을 만드는 힘이 약하다”

이현우 기자
승인 2026.09.21 05:03수정 2026.09.21 05:03
농식품 수출이 농가 소득으로 이어지려면 신선 농산물 수출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사진 출처=고흥군청 홈페이지)
농식품 수출액이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라면 등 가공식품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면서 농가  소득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수확한 고흥 유자를 가공하기 위해 작업하고 있는 모습.(사진 출처=고흥군청 홈페이지)

〈편집자주〉
한국 농식품의 유럽(EU·영국) 수출액이 2025년 9억 6130만 달러를 기록하며 10억 달러에 다가섰다. 그러나 늘어난 수출액이 곧 안정적인 판로를 뜻하지는 않는다. 한국농업기술신문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권역에서 2012년부터 한국 기업의 유럽 진출을 지원해 온 김기철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유럽사무소장과 함께 유럽 시장에 선 한국 농식품의 현주소를 두 차례에 걸쳐 짚는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수출 통계에 드러난 품목별 격차와 재주문의 문제를,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2026년 본격화한 EU 규제 장벽과 대응 실무를 다룬다. 두 편의 기획에 이어 김 소장의 서면 인터뷰를 싣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2025년 대EU(영국 포함) 농림수산식품(이하 농식품) 수출액은 9억 6130만 달러로 10억 달러에 다가섰다. 2026년 상반기에는 6억 3939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3.8% 늘었다. 2023년 한 해 실적(6억 9688만 달러)의 92%를 반년 만에 채운 셈이다.

증가세는 2024년부터 본격화했다. 2021년 6억 7872만 달러에서 2022년 7억 2208만 달러로 소폭 늘었다가 2023년 6억 9688만 달러로 오히려 뒷걸음쳤고, 2024년 8억 6450만 달러로 24.1% 뛰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상반기 기준으로도 2024년 29.2%, 2025년 19.0%, 2026년 23.8%로 3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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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증가분이 어디서 나왔느냐다. 품목별로 뜯어보면 흐름이 뚜렷하게 갈린다. 2026년 상반기 라면 수출액은 1억 5033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7.5% 늘었다. 라면만 대EU 농식품 수출의 22.4%를 차지했다. 반면 전남광주 지역의 주력 품목인 조미김 등 조제한 김(HS 2008995010 기준)은 3455만 달러로 3.4% 느는 데 그쳤다. 김치는 1204만 달러로 0.5% 증가해 사실상 제자리였다.

2026상반기_품목별_대EU_수출액.jpg

품목별 수출 증가율만으로는 거래가 얼마나 꾸준히 이어지는지, 일부 품목의 성장세가 왜 둔화했는지까지 알기 어렵다. 김기철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유럽사무소장이 '첫 수출' 이후의 '재주문'에 주목하는 이유다. 그는 2012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권역에 문을 연 한국 지방자치단체 최초의 유럽사무소를 개소 때부터 이끌며 지역기업의 유럽 진출을 지원해 왔다. 한 번의 수출을 지속적인 거래로 이어가는 것이 현장에서 그가 강조해 온 과제다.  한국농업기술신문의 해외 필진인 김 소장은 유럽의 애그테크·농식품 시장과 EU 규제 동향을 지면에 기록해 왔고, 이번 기획의 준비 과정에도 참여했다.

김 소장은 한국농업기술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좀처럼 바뀌지 않는 문제는 첫 주문보다 재주문을 만드는 힘이 약하다는 것”이라며 “한류가 문을 열었지만, 그 문을 계속 열어두는 것은 공급망과 문서, 현지 서비스”라고 말했다.

가공 김, 2024년 68.6% 급증 뒤 2년 연속 한 자릿수 증가

대EU 수출 품목별 흐름을 최근 2023~2026년 상반기 수출액으로 보면 패턴이 드러난다.
가공 김은 2023년 상반기 1958만 달러에서 2024년 상반기 3301만 달러로 68.6% 급증했다. 그러나 2025년 상반기 3341만 달러(1.2%), 2026년 상반기 3455만 달러(3.4%)로 2년 연속 증가폭이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김치도 같은 모양이다. 2024년 상반기 40.3% 늘어 1271만 달러를 찍은 뒤 2025년 상반기 1198만 달러로 5.8% 줄었고, 2026년 상반기 1204만 달러로 0.5% 회복하는 데 그쳤다.

반대로 2026년 상반기 증가세가 두드러진 품목도 있다. 장류(고추장·간장·된장 합산)는 2025년 상반기 7.1% 감소했다가 2026년 상반기 893만 달러로 33.4% 반등했다.  유자청 등 유자 조제품(KATI '유자'〈기타방법 조제〉, HS 2008301000 기준)은 2026년 상반기 226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6.9% 증가했다. 다만 절대 규모는 여전히 작고 해당 품목코드의 실적이므로, 다른 코드로 분류되는 유자음료·잼 같은 가공품의 흐름은 따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규모의 격차도 크다. 가공 김·김치·장류·유자 조제품 네 품목을 모두 더한 올해 상반기 수출액은 5778만 달러로, 라면 한 품목(1억 5033만 달러)의 38.4% 수준이다. 전체 대EU 농식품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다.

김 소장은 유럽 시장에서 한국 식품의 위상 자체는 분명히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가장 큰 변화는 한국 식품이 ‘아시아 식품점의 별미’에서 일반 소비자가 찾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K-콘텐츠의 영향으로 김치, 김, 라면, 소스뿐 아니라 유자음료, 해조류 스낵, 간편식처럼 설명이 필요한 제품도 소비자가 먼저 찾아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 관심이 반복 구매로 이어지는 단계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김 소장은 “품질이 좋아도 현지어 라벨, 현지인의 눈을 사로잡는 포장 디자인, 안정적인 납기, 수입자가 요구하는 시험자료와 인증, 가격구조를 갖추지 않으면 유통망 확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제는 한국에서 혹은 미국 시장에서 잘 팔리는 제품을 보내는 단계에서, 유럽에서 반복 구매될 제품을 설계하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지명보다 품목 이미지 먼저…EU 지리적표시는 1~2개 품목 시범부터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틱톡샵을 활용해 농수산식품의 해외 판촉을 진행하고 있다.(사진 출처=전남광주통합특별시 홈페이지)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틱톡샵을 활용해 농수산식품의 해외 판촉을 진행하고 있다.(사진 출처=전남광주통합특별시 홈페이지)

수출액이 늘어도 산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는다. 김 소장은 유럽 소비자에게 ‘전남광주’라는 지역명이 구매를 이끌 단계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는 “일반 소비자보다는 한국 식품을 취급하는 수입업체와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전남의 김·녹차·유자 등 개별 품목의 인지도가 먼저 형성되고 있다”며 “지역 전체의 인지도보다는 품목별 산지 이미지가 축적되는 단계”라고 말했다. 첫 구매에서는 한국산이라는 국가 이미지와 맛·가격·포장·인증이 산지명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다만 품목에 따라 산지 표기가 재구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김 소장은 “녹차·김·유자처럼 자연조건과 생산 경험이 품질을 좌우하는 품목에서는 원산지와 산지 표기가 제품의 신뢰도와 프리미엄을 높이고 재구매를 유도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지역명을 크게 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그 지역의 제품이 좋은지를 짧고 검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성의 차 재배 환경, 고흥 유자의 향과 가공 경험, 해남의 토양과 재배 역사를 품질 규격·생산자·인증·활용법과 연결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수단으로는 지리적표시(GI)가 꼽힌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6년 2월 기준 자료에 따르면 전남의 국내 지리적표시 등록 명칭은 29건이다. 김 소장은 이 가운데 보성녹차와 고흥유자, 해남고구마 등이 이미 한·EU FTA에 따른 지리적표시 보호 대상에 포함돼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들 품목은 신규 등록을 추진하기보다, 기존 보호제도를 수출 확대와 브랜드 가치 제고에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나아가 추가 품목의 보호를 검토할 때에는 기존 FTA 보호 여부부터 확인해야 하며, 생산자단체, 제품 규격, 지리적 연계성, 국내 보호, 품질관리, 유럽 내 명칭 사용 전략을 함께 준비하고, 시장성과 준비 수준이 확인된 1~2개 품목부터 단계적으로 검토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자·김 현지화, 맛보다 먹는 방식 바꿔야
재주문을 만드는 또 다른 축은 현지화다. 김 소장은 성공한 사례의 공통점으로 “원료의 정체성은 유지하되 먹는 방식을 쉽게 만든 제품”을 들었다.

그는 “유자는 차 원료만이 아니라 잼·에이드·드레싱으로, 김은 반찬만이 아니라 스낵과 토핑으로, 오징어·해조류는 간편한 스낵으로 접근할 때 소비자의 진입장벽이 낮아진다”며 “전남 제품 중에서도 김류, 유자음료, 오징어 스낵은 이런 가능성을 확인한 품목”이라고 말했다.

실패에서 얻은 교훈은 더 구체적이다. 김 소장은 “‘현지화’를 맛만 바꾸는 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며 “지나친 단맛, 큰 포장단위, 낯선 조리법, 현지어 설명 부족, 높은 물류비가 합쳐지면 맛 평가가 좋아도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여러 품목을 내놓기보다 “1~2개 제품으로 가격·용량·라벨·조리법을 시험하고, 반응이 확인된 뒤 포장과 유통을 확대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2026년 상반기 개최한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사진 출처=전남광주통합특별시 홈페이지)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2026년 상반기 개최한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사진 출처=전남광주통합특별시 홈페이지)

한국은 속도 강점...일본은 반복 공급과 품질 문서에서 우위

유럽 매대에서 한국 농식품은 일본 제품과 자주 비교된다. 김 소장은 강점과 약점이 뚜렷하게 갈린다고 봤다.

그는 “한국의 강점은 신제품 개발 속도와 트렌드 대응, 디지털 마케팅”이라며 “매운맛, 저칼로리, 비건, 간편식 같은 흐름을 빠르게 제품화하고 K-콘텐츠와 연결해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능력은 분명 앞서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의 강점으로는 “오랜 거래에서 쌓인 신뢰, 규격의 일관성, 절제된 재고관리단위(SKU) 운영, 세밀한 포장과 현지 유통망”을 들었다. 김 소장은 “바이어 입장에서는 신제품의 화제성 못지않게 매번 같은 품질로 제때 도착하고 서류가 완결돼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한국은 속도라는 강점을 유지하면서 일본이 강한 반복 공급과 품질 문서, 장기 파트너십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이 반복해서 지목한 ‘서류’는 2026년 들어 규제의 형태로 현실이 됐다. EU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이 8월 12일부터 일반 적용에 들어간 것이다. 김과 김치처럼 산소 차단을 위해 다층필름과 알루미늄 파우치를 쓰는 품목일수록 2030년부터 적용되는 재활용성 요건에 대비해 포장 설계를 미리 바꿔야 하는 부담이 크다. 〈②편에서 계속〉

〈김기철 소장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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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철 소장은 한국에서 환경공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2001년 독일로 건너가 뤼네부르크대학교에서 지속가능경영 연구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 대한상공회의소 산하 지속가능경영원과 삼정KPMG에서 지속가능경영 컨설팅을 했고, 다시 독일로 이주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유럽연구소 기술경영팀과 한·EU 연구비즈니스협력센터에서 기술 사업화와 국제협력 업무를 맡았다. 2012년 5월 전라남도 유럽사무소 설립(6월 개소) 때부터 소장으로 재직 중이며, 2026년 7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 이후 통합특별시 유럽사무소를 이끌고 있다. 한국농업기술신문 해외 필진으로 유럽 애그테크·농식품 시장 동향 등에 대해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 이 기획은 한국농업기술신문 해외 필진인 김기철 소장과 함께 준비했다. 김 소장 발언은 한국농업기술신문이 2026년 8월 26일 질의서를 보내 9월 중 회신받은 서면 인터뷰에서 인용했다.

 
이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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