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정비 인력 교육·채용 다 끊겼다…농업기계학회, 임대사업소 비정규직 73% 지적
고교 농업기계학과 40년 새 80곳→35곳·최상위 ‘기사’ 누적 68명 부산 추계학술대회 특별세션서 자격 기반 인력 법제화 요구
AI브리핑
한국농업기계학회는 농기계 정비 인력의 교육·자격·채용 체계가 단절된 가운데 임대사업소 인력의 73%가 비정규직이고, 농기계 교육 고교는 1985년 80개교에서 2025년 35개교로 줄었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자율주행·전기 농기계 확대에 대응해 자격 기반 인력 기준 법제화, 적정 인력 배치기준 마련과 재교육·처우 개선을 제안했다.
전국 고등학교 농업기계학과는 1985년 80개교에서 2025년 35개교로 줄었다. 같은 기간 학생 수는 2만 4000명에서 3800명으로 84% 감소했다. 농업기계 분야 최상위 국가기술자격인 농업기계기사는 1984년 도입 이후 40여 년 동안 최종 합격자가 68명에 그친다. 반면 시군 농업기계 임대사업소가 보유한 농기계는 2016년 5만 7555대에서 2024년 10만 8238대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올해부터는 자율주행·전기 농기계까지 더해지고 있다. 기계는 늘고 복잡해지는데 이를 다루고 고칠 사람을 길러내는 통로는 말라가고 있는 셈이다.
한국농업기계학회는 21일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ISMAB 2026(제12회 농업 및 바이오시스템공학 기계·메카트로닉스 국제심포지엄)’과 함께 열린 추계학술대회에서 ‘농업기계 현장기술 확산 및 전문 인력 양성 방안’을 주제로 특별세션을 열고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지난 5월 제주에서 열린 춘계학술대회에 이은 두 번째 특별세션으로, 농업기술센터 현장 담당자와 연구자, 고교 교사, 산업계 관계자들이 발제와 토론에 나섰다. 앞의 수치들은 이날 발제자들이 내놓은 자료다. 참석자들은 인력을 길러내는 교육·자격과 이를 받아 줄 채용, 신기술 대응이 서로 따로 놀고 있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배울 곳도, 쓸 곳도 없는 농기계 자격증
첫 번째 단절은 교육 현장에서 시작된다. 용인시농업기술센터 강진석 박사는 남아 있는 35개 고교 가운데 실제로 농업기계를 가르치는 곳은 20곳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강 박사는 “농업기계를 전공한 학생들에게 취업할 거냐고 물어보면 취업하겠다는 학생이 거의 없고, 차라리 배달하겠다는 학생이 대부분”이라며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농기계 정비를 맡을 수 있는 인력이 한 해 100명도 배출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했다.
자격 제도 역시 활력을 잃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농기계정비기능사 최종 합격자는 1990년 연 2100명에서 최근 10년간 450~500명 수준으로 줄었다. 농업기계산업기사는 누적 취득자가 1495명이며, 연간 합격자는 2023년 정점을 찍은 뒤 줄고 있다. 농업기계기사는 최종 합격자가 한 명도 없던 해가 10개 연도에 이르고, 응시자가 적어 필기시험이 격년제로 바뀌었다.
자격증을 따도 쓸 곳이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꼽혔다. 강 박사는 농촌진흥기관이 지도직·연구직을 채용할 때 농업기계 전공자나 자격 소지자를 특정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검사소는 처리 대수에 따라 자격증 소지자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농기계에는 이런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임대사업소 인력 지침을 마련했지만 강제력이 없다는 점도 짚었다. 강 박사는 “그 지침을 근거로 인사 요청을 하면 (담당 부서에서) 법이라면 지키겠지만 지침은 강제사항이 아니라고 한다”고 말했다. 강 박사는 자신이 근무하는 임대사업소에서도 200대 넘는 장비를 맡은 정규직은 자신 한 명뿐이라고 했다.
원주 영서고 산업기계과 황민호 교사는 학생들의 현실을 전했다. 학생들은 농기계정비·지게차·굴착기 등 5개 안팎의 자격증을 따고 졸업하지만, 대부분 지역 대리점에 최저임금 수준으로 취업했다가 병역 문제를 해결하면 그만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후관리업소에 자격 요건이 사실상 없어 자격증이 취업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다.
황 교사는 2024년 농업기계기사 합격자 2명 중 한 명이 자신이라고 밝히며 “이 자격증이 없어질 것 같아서 땄는데 따도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배울 곳이 없다는 호소도 잇따랐다. 강화군농업기술센터 서일환 박사는 “자격증은 만들어 놓고 왜 가르쳐 주는 데가 없느냐”며 “경기도에도 없고 전국에서 기능사를 가르쳐 주는 곳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기사 실기를 준비할 당시 배울 곳이 없어 아는 사람에게 저녁을 사 가며 기술을 익혔다고 했다. 황 교사도 일반 학원 가운데 농기계정비기능사를 가르치는 곳은 안성과 경주 정도로 알고 있다며, 배울 곳을 찾는 사람들이 학교로 연락해 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임대사업소 인력 73% 비정규직…“들어와도 1~2년이면 그만둔다”
두 번째 단절은 고용 구조다. 서일환 박사는 147개 시군이 450여 곳의 임대사업 거점에서 10만 대 넘는 농기계를 운영하고, 연간 이용 일수가 100만 일을 넘는다는 2023년 농촌진흥청 조사를 근거로 “농업기계 사후관리는 이미 대형 공공서비스”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서 박사가 제시한 현장 인력 구성을 보면 일반·전문직 공무원은 27%에 불과하고 공무직 42%, 기간제·기타 31%로 비정규 인력이 73%에 이른다. 서 박사는 정규직 가운데서도 농업기계 업무와 무관한 일반 지도직이 배치되는 경우가 있어 실제 전문인력은 20% 수준이라고 봤다.
서 박사는 “인력 문제는 몇 명이 부족하냐가 아니라 왜 와서 남지 않느냐”라며 “들어와도 1~2년이면 그만둔다”고 말했다. 기간제는 2년을 넘겨 고용할 수 없어 숙련이 쌓이면 내보내야 하고, 보수도 낮다. 그가 최근 공개 채용공고를 비교한 결과 기간제 월 환산 보수는 강화군 245만 원, 남원시 238만 원 수준이었다. 서 박사는 “다른 곳에서 잡무만 해도 200만 원을 받는데 기술을 가진 사람이 들판에서 일하려고 오겠느냐”고 반문했다. 서 박사는 기간제 처우 개선을 위한 수당 지급으로 인건비가 15%가량 오르자 예산을 늘리는 대신 그만큼 인원을 줄이는 지자체도 생겼다고 지적했다.
토론에 나선 한국농업기계학회 이영환 농기계교관분과위원장은 “최근 1년간 사무실에서 공무직을 포함해 4명이 바뀌었다”며 “기술자가 필요한 자리에 기술이 없는 사람이 오니 3개월, 6개월을 못 버티고 나간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공직사회에서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더 많은 부서는 우리밖에 없다”며 기술수당 등 처우 개선과 함께 전문직 공무원 중심으로 조직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치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국립농업과학원 농업공학부 이정민 연구사의 발표에 따르면 2016년 대비 2024년 임대사업소는 15.9%, 보유 장비는 88.1%, 종사 인력은 60.9% 늘었다. 그러나 2024년 최소 인력 충족률은 75.3%에 그쳤고, 최소 인력 대비 정규직 비율은 55.2%였다. 1인당 관리 장비는 전체 종사 인력 기준으로 약 46대에 이른다. 한국농수산대 정해동 교수가 지난 8월 농기계 담당 공무원 53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은 인력 부족으로 ‘민원 서비스 불만 증가’(77.4%)와 ‘임대 장비·부품 구입 지연’(52.8%)이 나타난다고 답했다(복수 응답). 응답자의 절반가량(27명)은 업무 관련 전문교육에 참여하지 못했는데, 이유 역시 근무 인력 부족이었다.
자율주행 농기계 느는데 센서·전자제어 ‘정비 불가’ 43.4%
세 번째 단절은 기술 변화의 속도와 현장 역량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 국립순천대 융합바이오시스템기계공학과 임류갑 교수는 국내 피지컬 AI 시장이 2026년 5조 6000억 원에서 2030년 20조 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보며 존디어·구보타 등 글로벌 기업이 자율 농작업과 데이터 통합 서비스로 전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임 교수는 “현장에서는 기존 정비·수리뿐 아니라 자율주행 농기계에 대한 재교육이 필요하다”며 농기계에 특화된 소프트웨어·보안 인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민 연구사는 올해부터 임대사업에 AI·자율주행·전기 농기계 우선 구입이 권고되면서 업무 부담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 농기계는 충전소 설치와 안전관리를 검토해야 하고, 자율주행 농기계가 들어오면 기존 엔진·유압 점검에 더해 전자제어·센서·통신·소프트웨어 점검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 이 연구사는 지방이양으로 임대사업 예산을 시군이 판단하게 된 만큼 “어떤 이유로 예산과 인력이 필요한지 주장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현장의 준비 상태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 정 교수의 담당 공무원 조사에서 엔진·변속기·유압장치는 독자 정비나 지원을 받으면 69.8~86.8%가 정비할 수 있다고 답했지만, 센서·전자제어와 전자진단기는 ‘정비 불가’ 응답이 각각 43.4%에 달했다. 서일환 박사는 “기계수리 중심에서 복합진단 중심으로 가는 게 맞고 재교육을 해야 한다”며 “그런데 신기술을 교육할 곳이 없다”고 말했다.
농업인의 요구도 분명했다. 정 교수가 농업인 48명을 조사한 결과 농기계 고장 시 수리가 어려운 이유로 ‘정비 인력 부족’(58.3%)이 가장 많이 꼽혔고, 정비 여건은 5점 만점에 2.83점으로 보통 이하였다. 수리·정비 교육을 받아 본 농업인은 37.5%였지만 신규 정비 교육 참여 의향은 81.3%로 높았고, 이 가운데 74.4%가 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을 운영하길 희망했다. 교육 수요는 결국 인력이 부족한 농업기술센터로 향하는 셈이다.
농촌진흥청 농촌인적자원개발센터 유혁란 역량개발과장은 “자율주행 등 첨단 농기계를 내년 교육에 어떻게 포함할지 고민이 많다”며 현장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교육 수요 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 과장은 현재 ‘3년 이상 경력, 기능사 이상 자격’으로 정의된 전문인력 기준이 현장의 체감과 맞지 않는다며, 학회 차원에서 정의를 새로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자격 기반 인력 법제화·배치기준·시범사업 제안
처방은 제도 정비로 모였다. 강진석 박사는 스마트농업법과 농업기계화 촉진법을 개정해 공공기관과 제조사, 사후관리업소에 자격 기반 인력 기준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원예와 축산 분야에는 기사 자격이 있지만 스마트농업의 핵심인 농업기계는 빠져 있다며, 시설원예기사·축산기사 등에 응시 자격을 주는 스마트농업관리사 기준에 농업기계기사를 포함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후관리업소 책임기술자 기준도 무자격자의 경우 현행 정비·수리 실무 3~5년에서 10년 이상으로 높이고, 농업기계 자격 소지자를 우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 박사는 일정 규모 이상 제조사에 자격 소지자 채용 비율을 두는 방안과, 대기업처럼 농기계 업체가 대학과 손잡고 계약학과를 운영하는 방안도 내놨다.
서일환 박사는 적정 인력 배치기준 마련과 공무직·기간제 간 수당 차별 해소, 청년농업인 수준의 정착 지원을 요구했다. 그는 “전국으로 한 번에 넓히기 어렵다면 몇 개 시군이라도 시범 사업으로 해 보자. 긍정적으로 평가되면 예산이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홍천군농업기술센터 유정영 박사는 병역과 외국인 인력 문제를 꺼냈다. 고3 학생을 기간제로 채용해 11개월간 가르쳐도 군 입대로 떠나는 탓에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병무청에 건의했지만, 생산·제조업체에 한정된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 박사는 또 “임대 농기계를 빌려 가는 것은 고령 농업인이지만 운전석에는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며 “외국인 계절근로자도 최소한의 농기계 안전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계의 체력도 변수로 거론됐다.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안상화 정책지원팀장은 국내 최대 농기계 업체도 세계 시장 점유율이 1%에 못 미치는 상황이라며, 대리점과 정비 서비스 인력이 함께 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10여 년 전부터 농식품부와 이 문제를 얘기했지만 담당자가 바뀌면서 정책의 연속성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사회를 본 한국농수산대 홍순중 교수는 학회가 이번 논의를 연구과제로 이어가 발전 방향을 정리하고, 내년에 국회 정책토론회를 열어 현장과 농업인의 애로를 제도 개선 논의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민호 교사는 “채용이 있어야 교육이 유지되고, 교육이 있어야 산업이 유지된다”며 “학생들에게 양질의 일자리와 산업의 한 축을 맡고 있다는 가치를 보여주지 못하면 이 산업은 점점 하향세를 걸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