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농장을 바꾸다] 홀스타인품평회 첫 2년 연속 그랜드챔피언 최명회 노곡목장 대표

“좋은 정액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 사양관리로 소를 만들어 가야 한다” 포천서 구제역 딛고 30년 개량…로봇착유 1년 새 305일 유량 21.6% 늘어

이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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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브리핑

경기 포천 노곡목장 최명회 대표는 ‘2026 한국홀스타인품평회’에서 ‘노곡 스타게이져 실버 835호’로 그랜드챔피언(대통령상)을 받아 2025년에 이어 첫 2년 연속 우승을 기록했다. 노곡목장은 2025년 10월 로봇착유기 2대를 도입한 뒤 305일 평균 유량이 9789kg에서 1만 1907kg으로 2118kg 늘었으며, 최 대표는 사위 이병주 씨에게 노하우를 전수할 계획이다.

노곡목장 최명회 대표(오른쪽)와 사위 이병주 씨와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곡목장 최명회 대표(오른쪽)와 사위 이병주 씨가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홀스타인품평회 그랜드챔피언을 두 번 차지한 낙농가는 지금까지 4명뿐이다. 그중 2년 연속으로 정상에 오른 사람은 경기 포천 노곡목장의 최명회(67) 대표가 처음이다. 최 대표는 10월 14~15일 농협안성팜랜드에서 열린 ‘2026 한국홀스타인품평회’에서 ‘노곡 스타게이져 실버 835호’로 그랜드챔피언(대통령상)을 받았다. 2025년 4관왕에 이은 2연패다. 이번 대회에는 전국 92개 농가가 젖소 223마리를 출품했다.
 

평생 한 번 받기도 어려운 상…젊은 낙농가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최 대표는 “그랜드챔피언은 평생 한 번 받기도 어려운 상이라 2연패는 생각도 못 했다”며 “목장에 들어온 지 1년 된 사위(이병주·43)는 물론 낙농 2세 등 젊은 낙농가들에게 나이가 들어도 개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지난 30년간 품평회에 꾸준히 출품했다. 이번 대회도 직접 끌었다”고 말했다.

부담은 지난해보다 컸다. 지난해에는 시니어챔피언과 인터미디어트챔피언이 모두 자신의 소여서 둘 중 한 마리가 그랜드챔피언에 오를 것으로 봤지만, 올해는 결정전에 오른 4마리 가운데 심사위원이 누구를 고를지 끝까지 알 수 없었다. 최 대표는 “심사위원이 다른 소한테 가는 척하다가 내 소 쪽으로 오더라”며 “후배들이 이 기록을 빨리 깨주길 바란다”고 소감을 말했다.

지난해 첫 그랜드챔피언 때는 눈물을 쏟았다. 개량을 처음 가르쳐 준 고양 엑설런목장 허증 씨가 다가와 고생했다며 안아줬을 때다. 그는 “30년 동안 열정을 다 쏟았는데도 최고 성과는 거두지 못했고, 목장을 그만두기 전에 할 수 있을까 싶었다”며 “형님과 끌어안고 울었다”고 돌아봤다. 

노곡목장 내 바닥은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
노곡목장 내 바닥은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

부사관 출신에서 구제역 매몰까지…굴곡의 30년

최 대표는 부사관으로 5년 8개월 동안 복무하고 1986년 전역한 뒤 이듬해 목장을 시작했다. 하루 300kg을 짜던 작은 목장은 2년 만에 접었다. 다른 일을 해 봤지만 녹록지 않았고, 낙농가가 많던 동네 분위기에 이끌려 1996년 다시 목장을 시작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처음부터 속도를 냈다. 양동이로 착유하는 농장에서 파이프를 사 모아 직접 개조해 6마리를 한 번에 짜는 헤링본 착유실을 만들었고, 초임우 20마리로 시작해 1년 만에 하루 1톤을 생산했다. 국산 정액이 스트로당 1000~2000원 하던 시절 수입 정액을 4만~5만 원에 사서 쓴 것도 이때부터다. 2001년 쿼터제가 시행되면서 1300kg의 쿼터를 받았고, 생산량은 하루 2.2톤까지 늘었다.

시련은 2011년에 찾아왔다. 9억 원(대출 6억 원)을 들여 우사를 새로 지은 이듬해 구제역으로 개량해 온 소 140마리를 땅에 묻었다. 송아지 34마리만 살아남았다. 최 대표는 “구제역 사흘 전에 소들을 보면서 아내에게 개량이 어느 정도 왔다고 말했는데 사흘 만에 다 묻었다”고 말했다. 전국 580개 피해농가 비상대책위원회 부회장을 맡아 여의도에서 60일 동안 천막농성을 벌였지만, 보상금은 마리당 380만 원 정도였다. 10개월 동안 수입 없이 이자를 내야 했고, 쿼터 2톤을 맞추려 마리당 600만~800만 원 하던 소를 70~80마리나 다시 사들였다. 그는 “예전에는 60~70%가 남았는데 지금은 사료값이 오르고 원유값은 그대로여서 20% 남기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품평회와의 인연은 1998년 시작됐다. 첫해에는 꼴찌도 했다. 전환점은 2003년이었다. 서울우유 선진지 견학 프로그램으로 일본 홋카이도 목장에서 분뇨 치우기부터 쇼장 운영까지 배워 왔고, 귀국 후 한국홀스타인개량협의회를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품평회에 털을 깎아 출품하는 사람이 두 사람뿐이었지만 일본에서 배운 이발기·스프레이 기술이 퍼지면서 품평회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최 대표는 협의회 2대 회장을 맡아 포천과 안성에서 자체 대회를 세 차례 열었다. 

최명회 노곡목장 대표와 한국홀스타인품평회 그랜드챔피언 우승기
최명회 대표가 2025년과 2026년 한국홀스타인품평회 그랜드챔피언 우승기 앞에 섰다.

4~8개월령 육성기가 평생 체형을 만든다

최 대표가 꼽는 사양관리의 핵심은 육성기다. 송아지는 신생아방을 거쳐 자동포유기에 적응시키고, 인공포유 때 90일이던 이유 시기를 80일 정도로 당겼다. 이후 4개월령까지는 버뮤다 건초와 사료를 무제한 급여하다가 체형을 보며 제한급여로 바꾼다. 그는 “4~8개월령에 체형을 제대로 만들어야 평생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이 시기에는 일반 사료 25kg 세 포대 값인 20kg짜리 특수사료를 쓰되 양은 보통(2.5kg)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800g~1kg만 준다. 대신 소화가 잘되는 최상급 버뮤다 건초를 먹여 체적을 키운다. 키와 체장이 자라면서 소위 ‘뱃고래’가 크게 올라오고, 성우가 돼서도 그 몸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수정 단계에서는 사료를 3.5kg까지 늘리고 톨페스큐와 알팔파를 섞어 준다. 임신우 가운데 이듬해 대회를 준비할 소는 특수사료 급여량을 일반 소의 네 배인 2kg까지 높인다. 최 대표는 “관심 있는 소는 1년 내내 내 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올해 그랜드챔피언 835호는 분만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소였다. 분만 직후에는 체력과 체형이 모두 빠져 쇼장에 데려가기 어렵다. 최 대표와 사위 이병주 씨는 한 달 동안 이 소에 매달려 매일 에너지·비타민제를 먹이고, 유방염과 발열을 막으려 해열제를 쓰고, 수액도 다섯 차례가량 놨다. 그는 “회복이 엄청 빨라 몸이 빠지지 않았고 흉심 등이 풍만하게 올라왔다”고 말했다.

행사장에서의 관리도 승부를 갈랐다. 집에서는 사료를 한 바가지씩 주지만 행사장에서는 1시간 간격으로 한 주먹씩 나눠 주고, 집에서 가져간 그릇에 물과 효모제를 타 먹여 이동 스트레스를 줄였다. 유방을 불리는 시간도 집에서 시간대별로 다양하게 미리 시험했다. 그러나 대회 당일 아침 835호의 유방이 기대만큼 차지 않자, 출품 4시간 전 물통을 빼고 사료만 조금씩 주다가 직전에 사료 2~3kg을 먼저 먹인 뒤 효모제와 글리세린을 탄 물을 먹였다. 최 대표는 “유방을 부풀리는 시간은 16시간이 딱 맞았다”며 “4~5시간 사이에 소가 완전히 다른 소가 돼서 나오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노하우를 숨기지 않는다. “내가 아는 것을 남과 나눠 성과로 이어지면 그게 보람”이라고 했다. 

최명회 노곡목장 대표와 사위 이병주 씨
노곡목장 최명회 대표(오른쪽)와 사위 이병주 씨.

로봇착유 1년…305일 유량 2118kg 늘어

노곡목장은 2025년 10월 로봇착유기 2대를 들였다. 이후 개량 방향도 달라졌다. 키가 크고 유방 용적이 작은 소는 초산 때 로봇이 유두를 잘 찾지 못해 착유 실패와 유방염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정액을 고를 때 로봇착유 마크가 붙은 씨수소 가운데서 고르는 것이 첫째, 유두 배열이 둘째”라며 “생산은 기본이고, 젖을 오래 짜려면 강건성이 좋아야 한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키 크고 체장이 긴 날렵한 소를 골랐다면, 지금은 ‘네모반듯한’ 소가 세계적 흐름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해외 대회 영상을 꾸준히 보며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

체형만 좇는 개량은 경계한다. 생산과 체형을 번갈아 가며 정액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835호도 체형형인 어미(스타게이져)와 균형형 씨수소(실버)를 교배해 얻었다. 쇼에 나갈 소 5마리가량은 유량을 포기하더라도 체형을 따로 관리하고, 나머지는 로봇착유로 생산에 집중한다. 수정란을 사서 대회에 나오는 흐름에 대해서는 “좋은 정액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 사양관리로 소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로봇 도입 이후의 변화는 검정 성적에 그대로 드러난다. 농협경제지주 젖소개량사업소의 검정 성적을 보면, 로봇을 들인 2025년 10월 9789kg이던 노곡목장의 305일 평균 유량은 2026년 10월 1만 1907kg으로 1년 새 2118kg(21.6%) 늘었다. 같은 기간 검정일 평균 유량도 마리당 33.1kg에서 39.6kg으로 올랐다. 2026년 10월 검정에서 유지율은 4.53%, 유단백률은 3.27%였고, 3산 이상 경산우의 305일 유량은 1만 3435kg에 달했다. 실제 착유 기록이 있는 76마리가 하루 3010kg을 생산하고 있다. 최 대표는 “예전 같으면 이 정도 쿼터를 채우려면 90마리는 짜야 했다”고 말했다.

다만 기계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게 최 대표의 지론이다. 10월 검정에서 평균 체세포 수는 1ml당 27만 3000개로 전달보다 21만 9000개 줄었지만, 50만 개를 넘는 개체도 9마리 있었다. 그는 “로봇에 적응하지 못하는 초임우는 강제로라도 밀어 넣어 착유하도록 해야 한다”며 “소가 적응할 때까지 사람이 지켜보고 내 소를 기계에 맞춰야 유방염을 막는다”고 이병주 씨에게 당부한다고 했다.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착유하던 일상은 바뀌었다. 지금은 이병주 씨가 오전 6시에 출근해 로봇에 들어가지 않은 소가 있는지 데이터로 확인한다.

앞으로는 사육 마릿수를 줄여 효율을 높일 계획이다. 노곡목장의 검정 마릿수는 현재 200마리(경산우 107마리, 미경산우 93마리)다. 최 대표는 육성우 유전체 검사를 바탕으로 이를 착유우 75마리·건유우 15마리·육성우 60마리 등 150마리로 줄이고, 쿼터를 300kg 더 사서 하루 3톤에 맞출 생각이다. 그는 “마릿수를 줄이면 분뇨가 줄고 소 환경이 좋아진다”며 “90마리와 70마리는 천지 차이”라고 말했다. 

노곡목장 로봇착유 도입 전후 검정 성적 비교표

다음 대회 위해 6마리 선발…“항상 꿈을 갖고 간다”

노곡목장의 다음 세대는 이병주 씨다. 결혼 후 직장에 다니면서도 쉬는 날마다 목장 일을 도왔고, 지난해 8월 15일 정식으로 목장에 들어왔다. 이 씨는 “결혼할 때부터 목장을 하신다는 걸 알았고, 장인어른이 잘 일궈 놓으셔서 일하기 좋은 환경이라 들어오게 됐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앞으로 5년 동안 이병주 씨와 함께 일하며 노하우를 전수한 뒤 목장을 물려준다는 계획이다. 내년에 열리는 서울우유 품평회 출품은 이병주 씨가 이끈다. 그렇다고 손을 놓은 건 아니다. 내년 5월 품평회에 낼 육성우 3마리와 경산우 3마리를 이미 골라 관리에 들어갔다. 최 대표는 “목장을 하는 개량 농가라면 항상 꿈을 갖고 간다. 목표는 언제나 높게 잡는다”고 말했다. 매년 그래 왔듯 내년 대회도 체계적으로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노곡목장 최명회 대표가 지난 30년간 참여한 품평회에서 받은 상을 보여주고 있다.
노곡목장 최명회 대표가 지난 30년간 참여한 품평회에서 받은 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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