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조용준 단장, ‘애플레이션’ 대비 사과 전주기 로봇 개발 착수
농진청·농식품부 AX 통합 과제서 자율주행 플랫폼·시스템 통합 맡아
AI브리핑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은 꿀벌 수분 불안정과 수입 꽃가루 의존에 대응해 사과 다축 평면형 과원을 대상으로 수분·전정·적화·수확과 꽃 수확·화분 생산을 아우르는 전주기 로봇 개발에 착수했다. 연구는 2026년 4월부터 2030년 12월까지 진행되며, 꽃 수확기는 2028년 봄 안동 현장 투입을 목표로 한다.
사과 농사는 봄 한철 꽃이 필 때 수분이 얼마나 잘 되느냐에 따라 그해 작황이 갈린다. 수분은 꿀벌의 몫이다. 하지만 기후변화 등의 여파로 꿀벌의 집단폐사가 발생하기도 하는 등 해마다 사정이 다르다. 개화기에 냉해까지 겹치면 착과가 부진해 사과값이 뛰고, 이것이 물가 전반을 끌어올리는 이른바 ‘애플레이션(애플+인플레이션)’으로 번진다. 반대로 작황이 지나치게 좋은 해에는 값이 떨어져 농가가 손해를 본다.
꿀벌만 믿을 수 없는 농가는 꽃가루를 꽃에 직접 묻혀 주는 인공수분으로 빈자리를 메운다. 그런데 이 꽃가루 대부분은 수입산이다. 조용준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 농업식품연구단장에 따르면 국내 과수 농가가 쓰는 꽃가루의 80~90%는 중국산이다. 수입 꽃가루를 통해 과수화상병 같은 병원균이 함께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다. 그러나 수입을 전면 차단하면 당장 수분 작업이 멈추기 때문에 발생 지역만 제한하는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국산 꽃가루가 늘지 않는 이유는 생산 현장에 있다. 조 단장에 따르면 경북 청송에는 꽃가루를 얻기 위해 꽃나무만 키우는 2ha 규모의 국내 최대 단지가 있다. 꽃을 딸 수 있는 기간은 한 해 일주일 남짓이다. 이 사이 마을 어르신들을 모두 모아 손으로 꽃을 따도 회수율은 30% 수준에 그치고, 나머지는 땅에 떨어져 버려진다. 일주일치 인건비는 6000만 원에 이르지만 연간 꽃가루 생산량은 5~10kg에 불과하다. 국산이 중국산보다 4~5배 비싸다 보니 농가가 찾지 않고, 찾지 않으니 생산도 늘지 않는 악순환이다. KIRO가 수분과 꽃가루 생산까지 아우르는 과수 로봇 개발에 나선 배경이다.
조 단장은 지난 10월 30일 KIRO 안동 농업로봇실증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작황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환경이고, 그다음이 해마다 사정이 달라지는 꿀벌”이라며 “로봇이 수분을 한다고 하면 꿀벌이 필요 없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수분은 꿀벌이 하는 게 가장 좋다. 다만 꿀벌이 불안정하니 로봇이 보조적으로 들어가 생산을 안정시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농진청·농식품부 통합 과제…‘하체’와 통합은 KIRO가
이번 과제는 농촌진흥청과 농림축산식품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농업 AX(인공지능 전환) 통합 과제다. 세 개 세부과제로 구성됐고, 총괄은 농진청이 주관한 연구개발과제1((주)메타파머스)이 맡는다. 로봇을 사람 모양에 빗대면 팔과 몸통에 해당하는 상체 하드웨어와 작업 AI는 연구개발과제1 ‘과수 농작업 행동특성 모방 학습형 제어기술 개발 및 농업로봇 기술 표준화 연구’를 담당한 (주)메타파머스가 맡는다. 과원과 과실을 알아보는 ‘눈’인 시각지능은 ‘과수원 환경 대응 농작업 요구성능 분석 및 의사결정을 위한 시각 지능화 핵심기술 개발’은 충남대학교 산학협력단(이대현 교수)이 진행한다.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농기평)을 통해 선정된 KIRO의 연구개발과제 3은, ‘과수 생산 안정화를 위한 재배관리 로봇 플랫폼 및 지능화 기술 개발’은 하체인 자율주행 플랫폼과 주행 AI를 개발한다. 연구 기간은 2026년 4월부터 2030년 12월까지 4년 9개월이다.
KIRO는 각 과제에서 나온 상체·시각지능을 하나로 합치는 시스템 통합과 현장 실증도 맡는다. 조 단장은 “총괄은 농진청이 맡지만, 농식품부 과제는 양산을 생각해야 하다 보니 시스템 통합은 우리가 하는 것으로 협의됐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에는 과제(컨소시엄)당 20여 개 기관이 참여했고 경쟁률은 약 4대 1이었다. 조 단장은 “국내에서 로봇 하는 기관·기업·학교는 이번에 다 들어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KIRO의 과제에는 국비 외에 경상북도와 안동시의 지방비가 매칭됐다. 비율은 국비와 지방비가 약 6대 4다. 필수 요건은 아니었지만, 사과 주산지인 지자체가 투자를 더 하는 대신 현장의 가려운 곳인 꽃 수확과 꽃가루(화분) 생산을 과업에 넣어 달라고 요청했다. 농식품부 과수화훼과도 국산 꽃가루 확보에 관심이 크다는 게 조 단장의 설명이다.
왜 사과인가…다축 평면형 수형 하나로 좁혔다
대상 작목은 사과, 그중에서도 다축 평면형 수형으로 좁혔다. 나무를 벽처럼 납작하게 키우는 다축 평면형은 기계가 들어가기 쉽고, 기계 친화적이면 로봇에도 친화적이다. 조 단장은 기획 단계 농가 인터뷰에서 “고령 농가는 나무를 다 뽑고 새로 심어 얼마나 키우겠냐며 잘 안 바꾸지만, 40~50대 농가들은 생산량과 노동력 절감 차이가 커서 다 바꾸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조 단장에 따르면 다축 평면형은 경남 거창에 가장 많이 보급됐고, 주산지인 안동·청송도 기존 세장방추형에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수형을 하나로 고정한 것은 과거 실패에서 얻은 교훈이다. 경쟁 과제에서 이기려면 방추형·평면형·일자형을 모두 소화한다고 제안해야 했고, 수주 뒤에는 그게 부담이 돼 성과가 나오지 않는 일이 많았다는 것이다. 조 단장은 “로봇이 전천후로 다 된다는 건 뜬구름 잡는 얘기”라며 “재배 방식을 로봇 친화적으로 바꾸고 거기에 맞는 로봇으로 효율을 높이는 게 맞다. 이번에는 수형을 딱 정해 줘서 개인적으로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과원이 쉬운 현장은 아니다. 노지에서는 직사광선에 카메라 화면이 하얗게 날아가 로봇이 아무것도 못 보는 일이 생긴다. 기존 과원 상당수는 5~10도 구릉지에 있고, 한 번 심으면 10~15년을 키우는 나무를 로봇이 다치게 하면 손실이 한 해 농사에 그치지 않는다. 실증할 농가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조 단장은 “임대료를 주더라도 사과 생산 수지와 맞아야 하니 편의를 봐주는 농가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플랫폼 하나에 작업기 교체…꽃은 ‘때려서 빨아들인다’
사과 한 해 농사는 동계 전정부터 수확까지 크게 9개 작업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국비 과제는 전정·수분·적화·수확 4가지를 맡고, 지방비로 꽃 수확과 화분 생산이 더해졌다. 상단 플랫폼은 공용으로 쓰고 끝단의 핸드툴과 보조 장치를 작업별로 바꾸는 방식이다. 전정에는 가지를 잡는 그리퍼와 절단기를 단 양팔이, 수분에는 꽃가루를 꽃 가까이에서 정밀 살포하는 팁이 달린다. 적화 때는 적화제 탱크를, 수확 때는 상자를 밀어내는 컨베이어를 싣는다. 전정한 가지는 앞쪽 파쇄기로 곧바로 갈아 과원에 뿌린다. 조 단장은 “잘라서 두면 다시 걷어야 하는데, 파쇄해 주면 양분도 되니 좋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전했다.
수확은 작업 속도가 관건이다. 과제 제안요청서(RFP)가 요구하는 작업 능률은 시간당 1000㎡(약 300평)인데, 사과를 따서 뒤로 돌아 상자에 담는 방식으로는 이 속도를 맞출 수 없었다. 그래서 따는 즉시 주름관 호스로 떨어뜨려 상자로 보내는 구조를 택했다. 남은 과제는 내려가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과실 손상을 막는 것이다.
지방비로 개발하는 꽃 수확기는 사람처럼 한 송이씩 따지 않는다. 회전하는 타격부가 꽃나무를 털면, 떨어지는 꽃을 케이스가 막고 음압 흡입 장치가 빨아들여 탱크에 모은다. 한 번 지나갈 때 70% 회수가 목표다. 관련 특허는 이미 확보했다. 튀어 나가는 꽃 때문에 손실은 남지만, 조 단장은 “70%만 회수해도 사람이 따는 것보다 훨씬 낫다”며 “몇천만 원짜리 장비라도 한 해만 성공해도 꽃가루 생산 단지에는 획기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 농가들도 시연 콘셉트를 보고 가능성이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꽃 수확량이 늘어나는 만큼 화분 제조 설비 용량도 키운 시범 모델을 만들어 주산지에 넘길 계획이다.
위성사진 한 장으로 경로…시뮬레이션에서 수천 대가 학습
KIRO가 내세우는 기술 차별성은 주행에 있다. 조 단장에 따르면 기존 자율주행 농기계는 사람이 한 번 직접 몰아 지도를 만들어야 한다. 대형 농장에서는 이 작업만으로도 일이다. KIRO는 위성영상에서 AI로 나무 열을 추출하고, 로봇의 제원을 반영해 전체 주행 경로(글로벌 패스)를 자동으로 짠다. 현장에서는 라이다·카메라·GPS로 장애물과 세부 경로(로컬 패스)만 대응한다. 조 단장은 “내비게이션으로 치면 어느 고속도로를 탈지는 위성사진 한 장으로 끝내고, 골목과 건널목만 현장에서 대응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울퉁불퉁한 노지에서 상체를 수평으로 유지하는 기술에는 ‘심투리얼(Sim-to-Real)’ AI를 적용한다. 가상 환경에 수백만 평의 비정형 지형을 만들고 로봇 수천 대를 돌려, 자세가 유지되고 미끄러지지 않으며 전력을 가장 적게 쓰는 제어 조건을 스스로 학습하게 하는 방식이다. 네 바퀴가 각각 서스펜션 역할을 해 지면의 굴곡을 흡수하고 상체는 그대로 머문다. 조 단장은 “기존에는 조향각이 얼마면 각속도를 얼마로 하라는 식으로 알고리즘을 짰는데, 돌덩이 하나만 있어도 조건이 틀어졌다”며 “AI가 스스로 환경에 적응하는 게 피지컬 AI의 장점이고, 그래서 한 작업이 아니라 전주기를 다루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을 파는 대신 ‘작업’을 판다…인건비 절반 수준
사업화 모델은 두 갈래다. 중심은 서비스형 로봇(RaaS)이다. 농가가 휴대폰으로 작업을 예약하면 서비스 기업의 엔지니어가 로봇을 싣고 와 여러 대를 한꺼번에 풀어 작업하고 다시 거두어 간다. 요금은 기존 인건비의 50% 수준으로 잡고, 작업 종류와 면적, 경사·입지에 따라 달리 정한다는 구상이다. 엔지니어를 직접 두는 초대형 농장이나 기관에는 완제품을 턴키로 판매한다. 판매가는 투자회수기간 2.5년을 기준으로 8000만 원 안팎, 1억 원을 넘지 않는 선으로 잡았다. 현재 논의로는 서비스는 과제 A의 메타파머스가, 판매는 대동이 맡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구체적인 역할은 사업화 단계에서 다시 협의한다.
조 단장은 “로봇을 농가에 갖다 줘도 농가는 쓸 수가 없다. 농기계는 대리점이 있어 사후관리가 되지만 로봇은 아직 그 인프라가 없다”며 “그래서 농가는 재배를 용역으로 맡기고 서비스 비용을 내는 구조로 풀었다”고 말했다. 전주기 로봇을 택한 것도 같은 이유다. 그는 “수확만 하면 1년에 일주일, 수분만 하면 사흘 쓰는 장비를 누가 수천만 원에 사겠나. 작업을 다 붙여야 1년 내내 쓰는 로봇이 된다”고 강조했다.
현장 투입은 최소 3대가 협업하는 군집 작업을 전제로 한다. 3대 기준 전정·수확은 시간당 1000㎡(약 300평)를, 뿌리며 지나가는 수분·적화는 그 몇 배를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컨소시엄에는 대동과 대동로보틱스(대동모빌리티와 KIRO가 합작 설립)가 참여해 수확 상자를 컨베이어로 넘기면 대동의 운반로봇이 받아 옮기는 연동도 검토하고 있다. 산업용 청소로봇 관제 경험이 있는 덱스위버는 다수 로봇 중앙관제와 서비스 시스템을, 한국건설기계연구원은 고하중·고토크가 필요한 파쇄기와 컨베이어 등 보조 시스템을 맡는다. 국립순천대학교는 노지에서 쉽게 고장 나는 로봇을 농기계 관점에서 보완하는 제어·안전성 연구를, 안동의 (재)한국미래농업연구원은 실증지 구축을 맡았다.
꽃 수확기 2028년 봄 첫 투입…냉해 때 재수분이 목표
일정은 2027년 하반기 초도 주행 플랫폼을 내놓고, 2028년 상체와 결합해 수확·수분·꽃 수확을, 이후 전정·적화를 순차로 실증하는 순서다. 마지막 2년은 실증과 개선에 쓴다. 꽃 수확기는 2027년 중반 이후 시제품을 만들어 2028년 봄 꽃이 필 때 처음 현장에 투입하는 게 목표다. 실증은 안동에서 이뤄진다. KIRO 실증센터 옆 기존 세장방추형 과원을 2026년 겨울 다축 평면형으로 바꿔 자체 시험장을 만들고, 농가 임차 포장과 한국미래농업연구원이 관리하는 공공 포장, 꽃나무까지 심는 로봇 전용 실증지를 함께 쓴다. 한국미래농업연구원 포장은 과거 농식품부 노지 스마트농업 사업으로 센서와 3D 모델링이 갖춰진 곳이다.
조 단장이 기대하는 것은 노동력 절감을 넘어 작황의 폭을 줄이는 일이다. 봄철 냉해를 입으면 남은 꽃에 수분을 한 번 더 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대응책이지만, 지금은 붓으로 꽃을 하나씩 찍어야 해 엄두를 내기 어렵다. 스피드스프레이어(SS기)로 꽃가루를 뿌리는 농가도 있지만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는 게 조 단장의 설명이다.
조 단장은 “냉해가 오면 늦지 않게 수분 로봇을 투입해 살아남은 꽃에 한 번 더 수분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언제든 들어갈 수 있는 작업기가 생기면 과수 생산 안정화라는 궁극적 목표에 훨씬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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