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GRI 2026 ①] 트랙터 직진 오차 2cm·하우스 난방비 64%↓…한국 농업기술, 일본 폭염·일손 부족 공략

긴트·하다 자율주행·방제로봇, 시스코·블라젠·육일FGC 시설하우스 온도 관리 기술 선보여

백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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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GRI 2026 행사장에서 마련된 한국관 부스 전경.
J-AGRI 2026 행사장에서 마련된 한국관 부스 전경.

편집자 주 : 일본 최대 종합 농업 전시회 ‘J-AGRI 2026(농업WEEK)’이 지난 7~9일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렸다. 올해 박람회는 고령화에 따른 일손 부족과 폭염에 대응하는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국농업기술신문은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세 차례에 걸쳐 박람회를 짚어본다. 1편에서는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선 한국 기업들을, 2편에서는 같은 문제에 답을 내놓은 일본 기업들을 살펴본다. 3편에서는 박람회를 결산하고 한국 기업이 일본 현지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비닐하우스 천장에 단 팬으로 하우스 위아래 온도 차를 4~5도 줄이고, 지하수 열을 끌어 쓰는 히트펌프로 기름 난방비를 한국 기준 최대 90%, 일본 기준 64% 아낀다. 숙련 운전자가 집중해 몰아도 평균 18cm씩 벗어나던 트랙터 직진 오차는 2cm 안으로 좁혔다. 일본 최대 농업 전시회인 ‘J-AGRI 2026(농업WEEK)’에 참가한 한국 기업들이 현지 바이어와 농가에 내민 숫자다.

폭염과 일손 부족은 한·일 두 나라 농업이 함께 안고 있는 과제다. 올해 박람회도 인력 감소 해소와 고온 대책을 주요 테마로 내걸었다. 지난 7~9일 현장에서 만난 긴트·(주)하다·시스코(시설원예 순환팬 업체)·블라젠·육일FGC 등 한국 기업 5곳은 각각 ‘더위’와 ‘사람’ 문제에 대한 답을 들고 일본 시장 문을 두드렸다.
 

직진 오차 18cm를 2cm로…자율주행·방제로봇으로 일손 덜어

일손 문제에서는 긴트와 하다가 나섰다. 긴트는 기존 트랙터에 달아 쓰는 자동조향 시스템 ‘플루바 오토’로 2024년 일본에 처음 수출한 뒤, 현지 피드백을 반영한 후속작 ‘플루바 아이온’을 올해 4월 내놓았다. RTK GPS와 관성센서(IMU)를 결합해 초당 수십 회 경로를 보정하는 방식이다. 긴트 임세호 운영총괄이사는 “베테랑 트랙터 운전자가 눈을 똑바로 뜨고 몰아도 평균 오차가 18cm 정도 나는데, 아이온은 상시 2cm 안에서 움직인다”고 말했다.

J-AGRI 2026 긴트 부스 전경.
J-AGRI 2026 긴트 부스 전경.

아이온은 위성지도에서 농가가 자기 논밭(필지)을 지정하면 AI가 필지 모양에 맞는 작업 경로를 추천하고, 필지별 작업 이력도 남긴다. 미리 정한 기준선을 따라 직진하는 데 그쳤던 기존 제품과 달리 시작점부터 끝점까지 핸들에 손을 대지 않고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객이 태블릿에서 원격 지원을 요청하면 본사가 실시간으로 화면을 조작하고, 주행 로그를 분석해 문제 원인을 찾는 기능도 갖췄다. 농번기 현장 출동을 줄여 판매점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수치로 나타나는 효과도 있다. 양파·마늘처럼 비닐을 덮으며 두둑을 만드는 작업에서는 골 간격을 일정하게 좁힐 수 있어 1200평(약 3970㎡) 기준 약 2~3골이 더 나온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물을 대 작업 흔적이 보이지 않는 논에서도 작업 구간이 표시돼 중복·누락을 막고 연료와 작업 시간을 줄인다. 가격 경쟁력도 내세웠다. 일본 대형 제조사들은 직진 보조·자동·로봇 트랙터 등 3단계 옵션을 두고 있는데, 로봇 트랙터를 고르면 약 3000만~4000만 원이 추가된다. 2단계 수준에 해당하는 아이온은 원화 약 1000만 원이다. 농가 사용자 상당수가 60~70대인 점을 고려해 스마트폰처럼 익숙한 화면으로 구성했다.

현지 영업망도 넓혀가고 있다. 긴트 재팬과 직접 계약한 1차 대리점이 4곳, 2차 판매점까지 합하면 약 10곳이다. 전시 첫날에만 아이온 대리점을 희망한 곳이 8곳에 달했고, 회사는 이들을 직영 또는 권역 대리점 하부 판매점으로 연결할 계획이다. 일본 주요 제조사와는 연구개발(R&D) 계약을 맺고 공동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임 이사는 “일본은 홋카이도의 대형 필지와 규슈의 비정형 필지가 공존해 글로벌 농업 환경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며 “고객과 딜러의 품질 요구 수준을 맞추는 것 자체가 글로벌 스탠더드가 된다”고 말했다.

하다는 온실용과 노지용 방제로봇을 나란히 선보였다. 온실용은 바닥에 칠한 라인과 QR코드를 인식해 스스로 온실에 들어간 뒤, 온수 파이프 레일을 타고 줄마다 약을 뿌린다. 버튼 하나로 ‘1~50번 줄’처럼 작업 구간을 나눌 수 있어 대형 온실에서는 두 대를 동시에 돌릴 수 있다. 약통은 300L로, 한 통에 100m 레일 10줄, 0.25ha(약 756평)를 방제한다. 배터리로 약 4시간 30분 작동한다.

J-AGRi 2026 하다 부스 전경.
J-AGRi 2026 하다 부스 전경.

국내에는 지자체 보급사업을 통해 약 20대가 나갔다. 카메라 인식 방식의 다른 제품(약 1억 원)보다 저렴하고, 양산에 들어가면 가격이 1000만 원가량 더 내려갈 것으로 하다 측은 내다봤다. 하다 전략기획팀 김재진 과장은 “젊은 농가일수록 적극적으로 쓰고 개선 요구도 많다”며 “일본에서도 부스를 찾은 관심층은 대부분 젊은 농업인이었다”고 전했다.

노지용은 과수원을 겨냥한 자율주행 방제기다. GPS 기반으로 한 번 경로를 매핑하면 이후에는 스스로 주행하며, 약통은 500L다. 100% 배터리로 움직여 엔진형·하이브리드형보다 소음이 적고 배기가스가 없으며, 방사형으로 흩뿌리는 대신 나무에 직접 분사해 땅에 떨어지는 약을 줄였다. 기계가 지나갈 3m 안팎의 통로가 필요한데, 이 조건이 최근 늘고 있는 평면형·다축형 사과원과 맞아떨어진다는 설명이다. 하다는 이미 얀마를 통해 일본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수출한 경험이 있고, 일본 노즐 업체와 약액을 잎에 달라붙게 하는 정전기 노즐 기술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하우스 위아래 온도 차 줄이는 수직팬…히트펌프·차열 스크린까지 온도 관리 승부

시스코는 공기를 수직으로 내려보내는 시설하우스용 수직팬을 선보였다. 시스코 측은 기존 수평팬은 바람이 벽 쪽으로만 흘러 작물이 있는 하부까지 공기가 내려오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대류가 막히면 잎에 결로가 생기고 병해로 이어진다. 시스코 제품은 4.5~6m 높이에 설치해도 공기를 360도, 반경 12m까지 퍼뜨려 바닥까지 돌린다. 작물 상부와 하부에 센서를 달아 온도 편차를 확인할 수 있고, 설정 온도(예: 파프리카 고온 스트레스 기준 35도)에 이르면 팬이 역회전해 뜨거운 공기를 천장 쪽으로 밀어 올린다.

시스코의 수직팬.
작동중인 시스코의 수직팬.

시스코 이광수 대표는 “팬만 돌려도 온도 편차가 보통 4~5도 정도 떨어진다”며 “제어반에서 실내 온도를 바로 확인할 수 있어 농가가 효과를 숫자로 본다”고 설명했다. 대당 가격은 제어반·시공비를 포함해 약 70만 원이다. 권장 설치 기준으로 1대가 50~70평(약 165~230㎡)을 맡아 길이 100m·폭 8m 하우스 12동(약 3000평·9900㎡)에는 동당 5대씩 60대, 약 4200만 원이 든다. 국내에서는 시범사업 2년 차로 강릉·부산·김해·익산 등 전국 30여 곳에 보급됐다. 완주의 한 방울토마토 농가는 예년 같으면 6월 초에 접던 수확을 6월 20일까지 이어갔고, 강릉에서 유럽상추를 재배하는 농가는 식감과 무게가 좋아졌다는 반응을 내놓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시스코는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수직형 순환팬 기술을 이전받았다. 농진청이 토마토 온실에서 실증한 결과, 여름철 낮 평균기온이 2~4도 낮아져 생산량이 7% 늘었고, 겨울철 위아래 온도 차가 4.6도에서 0.2도로 줄어 난방 연료를 13.3% 아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참가한 시스코는 “이상기후 탓에 올해 관심이 더 많다”며 역회전 기능과 가격을 현지 제품 대비 강점으로 꼽았다. 현장에서 확인한 일본산 유사 제품은 대당 80만~100만 원으로, 제어반·시공비를 포함한 시스코 제품(약 70만 원)보다 10만~30만 원 비싸다.

블라젠은 지하수를 열원으로 쓰는 수냉식 히트펌프 냉난방기를 내놓았다. 실외기 역할을 물이 대신하는 일체형이라 국내 가격은 900만~1000만 원으로, 실외기가 따로 달린 공랭식(약 1400만 원)보다 저렴하다.

블라젠 부스 전경.
블라젠 부스 전경.

블라젠 측 비교에 따르면 같은 열량을 낼 때 전기요금은 수냉식이 10만 원이면 공기열 히트펌프는 20만 원, 전기히터는 40만 원으로, 전기히터의 4분의 1 수준이다. 기름 난방과의 비교에서는 “한 해 1000만 원 들던 난방비가 120만 원 정도로 줄어 880만 원을 아끼는 셈”이라는 설명이다. 전기요금과 유가 차이로 난방비 절감률은 한국이 최대 90%, 일본은 64%로 산출됐다. 냉방은 100평(약 330㎡)에 1대로 약 5도를 낮출 수 있고, 딸기 1000평(약 3300㎡) 농가라면 200평(약 660㎡)당 1대씩 5대가 들어간다. 국내에서는 보조사업을 통해 50~70%, 시범사업은 최대 100%까지 지원된다. 일본에는 전원 규격 차이로 수냉식 모델만 출품했으며, 현재 센다이 지역에 테스트베드로 설치해 실증하고 있다.

육일FGC는 온실 차광·차열 스크린을 전시했다. 알루미늄과 투명 필름을 엮은 스크린은 알루미늄 비율에 따라 차광률을 55%, 85% 등으로 나눈다. 바깥 면은 햇빛을 반사하고 안쪽 면은 작물에서 나온 적외선을 다시 내부로 돌려보내 보온 기능을 겸한다. 화훼 작물은 차광률이 높은 제품을, 토마토·오이는 낮은 제품을 주로 쓴다. 필름 자리를 비워 대류로 더운 공기를 빼내는 개방형, 티타늄 나노입자를 넣어 적외선을 반사하는 차열 자재도 있다. 고흥 스마트팜 혁신밸리에 전량 납품했고, 상주 혁신밸리 임대·실증 온실에도 제품이 들어갔다.

육일FGC의 제품 사진.
육일FGC의 제품 사진.

일본 거래처 요청으로 현지형 제품도 만들었다. 국내 다겹보온커튼은 보통 5~6겹이지만, 일본용은 원단 3겹을 결합해 가볍게 만들었다. 육일FGC 여상민 과장은 “지진이 잦아 하우스를 무겁게 짓기 어렵고, 환기팬이 드물어 습기를 머금은 자재에 곰팡이가 생기기 쉽다”며 “솜을 빼 물을 먹어도 금방 빠지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겨울 재배를 따뜻한 지역에 맡기는 문화인 데 비해 한국은 온실을 1년 내내 돌려야 하다 보니 보온·차광 자재가 더 발달했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 만난 한국 기업들은 일본 시장을 ‘시험대’로 보고 있었다. 지진과 습도, 전원 규격, 한층 까다로운 품질 기준에 맞추는 과정이 곧 제품 경쟁력을 다듬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임 이사는 “일본 시장이 포화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지역과 작업에 따라 편차가 커 아직 기회가 많다”며 “일본을 한국보다 큰 시장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백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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