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산업 ‘스마트화’ 가속되는데…현장은 전문 인력 부족 호소

한국농업기계학회 춘계학술대회 ‘인력 특별세션’ 개최 고령화·순환보직 단절로 현장 기술력 ‘고사 위기’ 청년 인력 양성해도 ‘병역·경력’ 장벽에 취업난 “농업기계직류 신설 등 공공채용 확대 시급” 목소리

이현우 기자
승인 2026.05.14 09:00수정 2026.07.07 18:02
한국농업기계학회는 5월 13일부터 16일까지 제주 소노벨 함덕에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행사 둘째 날에는  ‘농업기계 현장 기술 확산을 위한 전문 인력 양성’을 주제로 특별 세션이 개최돼 현장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한국농업기계학회는 5월 13일부터 16일까지 제주 소노벨 함덕에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행사 둘째 날에는 ‘농업기계 현장 기술 확산을 위한 전문 인력 양성’을 주제로 특별 세션이 개최돼 현장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자율주행 트랙터와 농업용 로봇 등 농기계 산업의 스마트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이를 현장에서 운용하고 관리할 전문 인력은 심각한 고갈 상태에 빠져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고령화에 따른 기술 단절과 경색된 채용 구조가 청년층의 유입을 가로막고 있어, 국가 차원의 인력 양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한국농업기계학회는 ‘2026년 춘계학술대회’ 둘째 날인 14일, 제주 소노벨 함덕에서 ‘농업기계 현장 기술 확산을 위한 전문 인력 양성’을 주제로 특별 세션을 개최했다.

▲“사람 바뀌면 기술도 사라져”…현장의 비명=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유정영 농촌진흥청 농업기계전문지도연구회장(홍천군농업기술센터 팀장)은 현장 인력 운영의 한계를 조목조목 짚었다.

유 회장은 “전국 농기계 담당자 중 과반수가 공무직과 기간제로 편성되어 있어 책임 있는 실무 수행에 한계가 있다”며 “단순 기술 정비 업무에만 머물러 있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현장 고장 분석이나 기술 컨설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진단했다.

특히 기계식 장비에서 전자제어 및 자율주행으로 기술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지만 인력의 대응 역량은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큰 문제로 지적됐다. 유 회장은 “장비는 스마트화되는데 인력 역량은 과거 수준이라 제조사 의존도만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인사 구조의 고질적 문제인 ‘순환보직’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유 회장은 “1년 6개월에서 2년 주기로 자리를 이동하다 보니 장비별 전문성이 단절되고 지역 현장 노하우가 소실된다”며 “사람이 바뀌면 기술도 함께 사라지는 구조를 깨기 위해 전문 직렬 확대와 순환보직 최소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수 인재 키워도 ‘병역·경력’ 장벽에 타 산업 유출=학교 현장에서 전문 인력을 길러내도 정작 일자리로 연결되지 않는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민호 원주영서고등학교 교사는 “2026년 현재 전국 고등학교 농업기계 관련 학과 학생은 792명에 불과하며, 신입생 모집 실패로 인한 학과 개편과 폐과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교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지게차, 굴착기 기능사 등 자격증을 취득하고 3학년 때는 농업기계산업기사까지 도전하는 등 단계별로 전문성을 쌓고 있다. 실제 한 학생의 경우 기능사 자격증만 7개를 보유할 정도로 높은 수준을 자랑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공공분야 채용 시 임기제나 공무직 모두 ‘경력 1년 이상’을 요구하거나 9급 공무원 경력경쟁채용 시 ‘산업기사+병역필’ 조건을 내걸고 있어 고교 졸업생들의 진입이 원천 차단되고 있기 때문이다. 황 교사는 “2026년 농업기계직류 채용 규모를 봐도 강원도(25명)와 경상북도(2명)를 제외하면 전국적으로 전무한 수준이며, 연간 공개 채용 규모는 5명 미만”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우수한 청년 인재들이 타 산업 분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술계고졸 채용 확대와 농업기계직류 신설을 제안했다.

특히 교육 인프라의 질적 한계도 지적됐다. 조사 결과 농업기계 교육 필수 시설 6종을 모두 갖춘 곳은 1.9%(3개소)에 불과하며, 교육용 트랙터의 35.3%, 콤바인의 50.6%가 2012년 이전 생산된 노후 장비인 것으로 나타났다.

▲“범정부 차원 협력과 실질적 액션플랜 필요”=이날 참석자들은 실질적인 대안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남영조 (주)불스 대표는 “인력 부족으로 서비스 질이 저하되고 지자체 의지에 따라 임대사업소가 축소되는 등 위기 상황”이라며 “농림축산식품부와 행정안전부, 교육부 등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협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환 전국농업기계협의회장은 “비전문가가 팀장을 맡는 구조에서는 효율적인 업무 추진이 어렵다”며 전문가 중심의 인사 시스템 정착을 강조하는 한편, “현장의 고령화로 인해 70세 이상 농기계 사용을 자제시키거나 농작업 대행을 확대하는 등 현실적인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력 문제 해결을 위해 신규 인력 양성과 기존 인력의 이탈 방지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병갑 국립농업과학원 밭농업기계과장은 인력 문제 해결을 위한 투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김 과장은 “신규 유입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적정한 처우(페이)와 노동 강도의 완화”라고 진단하고 “농번기에 집중되는 업무 부하와 민원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농한기 사전 수리 점검을 상시화하고, 기계의 스마트화에 발맞춘 사전 정비 시스템을 구축해 인력 유입의 메리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 교육 과정을 거친 외국인 노동자를 정비 인력으로 활용해 부족한 일손을 채우고, 이들이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우리 농기계 수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비자 제도 등의 검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선옥 한국농업기계학회장은 “결국 현장 농민에게 신기술을 전달하고 장비를 관리하는 핵심은 ‘사람’”이라며 “학회 차원에서 실질적인 액션플랜을 수립하고, 교육-자격-채용이 연계될 수 있도록 정부를 설득해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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