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특집] 전라남도농업기술원 민현경 연구사
“기술 전수를 넘어 연구·지도·보급 아우르는 ‘한국형 농업 확산 체계’ 이식할 것” 3개년 로드맵…“단순 수출보다 현지화·지속 가능성이 핵심”
“국산 첨단 농기계나 유리온실을 케냐 현지에 그대로 옮겨놓는다면 부품 조달이나 유지비 문제로 무용지물이 될 위험이 큽니다. 진짜 ODA는 기술의 화려함이 아닌, 연구·지도·보급이 삼각편대를 이루는 '한국형 지원 시스템'을 이식하는 것입니다.”
최근 아프리카 동부의 경제 허브인 케냐가 극심한 기후변화와 농업 생산성 저하로 식량안보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전라남도농업기술원과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양 기관이 손잡고 진행하는 ‘케냐 스마트농업 역량강화 연수’는 일회성 원조를 탈피해 3개년 단계별 로드맵으로 현지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브레인이자 현장 중심적 사고로 양국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전남농기원 민현경 연구사를 만나 ODA의 현주소와 향후 과제를 짚어봤다.
이번 ‘케냐 농업 공직자 연수’를 추진하게 된 구체적인 취지는 무엇인가.
“이번 연수는 코이카(KOICA)의 대표 인적자원개발 사업인 ‘글로벌연수사업(CIAT·Capacity Improvement and Advancement for Tomorrow)’의 일환이다. CIAT라는 명칭에 담긴 의미처럼, 우리의 스마트농업 기술과 정책 경험이 케냐 농업 발전의 밑거름이 되는 ‘씨앗’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며 기획했다. 케냐 농업 분야 공직자들이 자국 실정에 맞는 스마트농업 정책을 수립하고 현장 실무 역량을 높여, 궁극적으로 케냐의 식량안보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 목적이다.”
전남농기원이 케냐를 대상국으로 맞이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코이카 글로벌연수사업은 수원국의 수요조사를 바탕으로 공모가 진행된다. 케냐는 농업이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이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생산성 향상과 식량안보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전남농기원은 그동안 축적해 온 스마트농업 현장 실증 데이터와 농업기술 보급 경험을 바탕으로 공모에 참여했다. 그 결과 케냐의 농업 수요에 가장 부합하는 기관으로 선정돼 이번 ‘케냐 식량안보를 위한 스마트농업 역량강화’ 과정을 추진하게 됐다.”
연수생들이 가장 주목했던 프로그램이나 한국 농업의 강점은 무엇인가.
“스마트팜의 첨단 ICT 장비나 자동화 기술 자체에도 높은 관심을 보였지만, 정작 케냐 공직자들이 가장 주목했던 부분은 ‘연구-지도-보급’으로 이어지는 한국형 농업 지원 체계였다. 아무리 우수한 기술을 개발해도 농가 현장에 보급되지 않으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대한민국 정부와 지자체, 농업기술원이 삼각편대를 이뤄 농가 교육과 현장 실증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보고 큰 인상을 받은 모습이었다. 이를 자국 여건에 어떻게 이식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과 논의가 끊이지 않았다.”
앞으로의 연수 로드맵과 구체적인 단계별 진행 계획은 어떻게 되나.
“일회성 교육에 그치지 않도록 ‘기초 이해➝실무 역량 강화➝현장 확산’으로 이어지는 3개년 단계별 연수 로드맵을 구축했다. 1차년도에는 스마트농업 정책과 기초 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케냐 농업 현황을 진단해 실행 계획(Action Plan)을 수립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어지는 2차년도에는 스마트농업 시스템의 구축·운영 방법과 농업 데이터 활용 등 실무적인 역량을 강화하는 과정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마지막 3차년도에는 그동안의 연수 성과가 케냐 현장에 확산될 수 있도록 현장 적용 방안 마련, 지도인력 육성, 성과 확산 체계 구축에 주력할 방침이다. 케냐 농업 관계자들이 자국 여건에 맞춰 스마트농업의 적용 범위를 주도적으로 넓혀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국내 애그테크(AgTech) 기업들의 케냐 진출이나 농기계 수출 등 경제적 교류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이에 대한 방향성은 어떠한가.
“이번 연수를 계기로 양국 간 농기계 수출이나 기술 교류의 물꼬가 트이기를 기대하는 시선이 많다. 전남농기원 역시 그동안 쌓아온 국제농업협력(ODA) 경험을 바탕으로 교류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하지만 현장 중심적 사고로 접근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국내 기준만을 고집한 기술 이식이다. 국산 첨단 농기계나 유리온실 스마트팜이 케냐 현지에 그대로 도입되면, 부품 조달 등 유지·보수의 어려움이나 현지 농가의 경제적 부담 때문에 무용지물이 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 눈앞의 직접적인 수출 성과를 내기보다는 케냐 현지의 토양, 기후, 전력 인프라, 그리고 농업인들의 접근성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 이번 연수는 한국의 기술을 수용하게 하는 자리가 아니라, 양국 관계 기관과 민간 기업이 협력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기반을 다지는 과정이다. 전남의 현장 중심 농업 기술 경험이 케냐의 식량안보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현지 맞춤형 소통을 지속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