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마다 5m 해상도로 내 밭 본다…농림위성이 쏘아 올린 ‘데이터 주권’
인터뷰 / 농촌진흥청 홍석영 농업위성센터장의 발사 성공 이야기 외국 위성 의존 벗어나 5m 해상도 자체 데이터 확보 민간 기업 비즈니스 확장·농민 디지털 역량 강화 마중물
대한민국 농업이 우주 시대를 열었다. 차세대중형위성 4호(농림위성)가 성공적으로 발사되면서, 그동안 외국 위성에 의존하던 농업 공간정보의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게 됐다. 5m 해상도로 3일마다 한 번씩 한반도를 촬영하는 농림위성은 농업 정책 의사결정과 농가 지원, 애그테크 기업의 비즈니스 창출 등으로 이어질 전진기지다. 농림위성의 기획부터 발사, 그리고 활용 구상까지 현장을 지휘해 온 홍석영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위성센터장을 만났다.
외산 위성·한정된 예산과의 싸움… 관계 부처 협업으로 돌파
“그동안 연구실에서 연구를 수행하려 해도 원하는 시기의 촬영 데이터가 없었다. 외국 상업 위성을 사용하려면 많은 비용이 발생하고 무료 위성은 해상도가 떨어져 정책적 활용이나 정확한 분석에 한계가 있었다.”
홍석영 센터장은 농림위성 추진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자체 데이터의 절박함’을 꼽았다. 국가 단위의 벼 재배면적 산정과 농업 재해 파악 등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려면 지속적이고 정확한 자체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지만 제한된 농촌진흥청 예산 내에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관계 부처와 적극적인 협업 모델을 만들어냈다.
홍 센터장은 “농진청 내부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관계 부처에 협업을 제안해 예산 부담을 줄였다”며 “의사결정과 예산 확보 과정에서 뜻을 함께 모아준 선후배 연구원들이 없었다면 결코 이뤄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위성이 우주로 쏘아 올려진 순간에 대해 홍 센터장은 “5㎞ 떨어진 관람대에서 섬광이 터지고 순식간에 구름 속으로 사라진 뒤 묵직한 소음이 밀려올 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감동도 잠시, 지상국과의 교신 성공 소식을 들을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홍 센터장은 “발사는 또 다른 시작일 뿐이다. 우주 환경에서 정상 작동하고 영상을 취득하기까지 수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발사 후 해야 할 계획된 일들이 생각나면서 부담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농림위성사업의 기획부터 발사까지 오는데 주요 의사를 결정하고 예산 기획과 확보, 사업 추진과 관리, 활용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농진청의 많은 분이 역할을 했고 그 모든 분이 주역이다. 조그만 힘을 보태고 발사장에서 그 순간을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했고 영광이었다”고 덧붙였다.
5m 해상도의 가치…단순 사진이 아닌 ‘데이터 매트릭스’
일반 사람들은 5m 해상도가 그들이 아는 네이버 지도나 구글 맵에 비해 눈으로 보기엔 선명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홍 센터장은 육안 식별과 데이터 분석의 차이를 강조했다.
홍 센터장은 “기존 10m 해상도로 벼 재배면적을 조사하던 것에 비해 5m 해상도는 공간해상도가 4배 향상된다. 농림위성은 사람이 보지 못하는 파장대까지 포함된 데이터 매트릭스를 제공한다. 관측폭 120㎞를 유지하면서 3일 간격으로 전국을 촬영한다. 이를 통해 농경지의 피복 변화와 식생 생육 특징을 AI 모형으로 분석·트레이닝하는 방식으로 정확한 정보를 추출한다”고 설명했다.
농림위성 데이터는 어디에, 어떻게 쓰일까. 홍 센터장은 단기적으로 공공 정책과 현장 디지털 역량 강화, 장기적으로 민간 애그테크 생태계 조성에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홍 센터장은 “1200평 규모의 농지라면 5m 해상도 위성 영상에서 약 160개의 픽셀이 들어간다. 정량화된 절대적 처방전까지는 아니더라도, 농가가 주소를 입력하면 내 필지의 생육 상태(식생지수) 변화를 시계 그래프로 보여줄 수 있다. 농사를 새로 시작하는 청년 농업인들이 디지털 기술을 접하고 의사 결정의 참고 자료로 활용하기에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기업에 대한 지원책도 명확히 했다. 기본 위성 영상과 식생지수를 국내 사용자 및 기업에 무상으로 제공해, 민간 기업이 이를 바탕으로 고도화된 비즈니스 모델이나 유료 맞춤형 컨설팅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홍 센터장은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농촌 현장의 간극을 디지털 정보가 메워야 한다. 정부는 팩트에 기반한 기본 데이터를 제공하고, 이를 응용해 구체적인 솔루션을 만드는 것은 민간 기업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농림위성의 활용도를 높이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농업위성센터는 이미 대학과 기업 등으로 구성된 공동연구단과 함께 지자체·애그테크 기업 등이 참여하는 사용자 그룹을 각각 조직화하고 두 조직을 포괄하는 (가칭)농업위성포럼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홍석영 센터장은 “농림위성을 활용해 정보를 생산하는 연구단과 이를 활용할 사용자 그룹, 그리고 두 그룹을 포괄하는 포럼을 운영할 것”이라며 “사용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만드는 방향으로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2027년 본격 가동…인력·예산 확충 및 후속 위성 로드맵 시급”
농림위성은 오는 2027년부터 본격적인 임무에 돌입한다. 하지만 농업위성센터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우주에서 보내오는 방대한 데이터를 제때 처리하지 못하는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후속 위성 발사 준비도 시작해야 한다. 대대적인 인력 보강과 예산 확충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홍석영 센터장은 “위성의 설계 수명은 우주 환경 노출 후 5년으로, 2032년 임무가 종료될 예정이다. 물론 국토 위성처럼 세심한 관리를 통해 사용기한을 늘려가겠지만 우주항공청과 함께 후속 위성 사업에 대한 준비를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데이터를 만드는 연구 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인원 보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국내 첫 농림위성 발사에 대한 감동은 이미 잊은 채 위성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 착수와 후속 위성 관련 계획을 시작한 홍석영 센터장. 농림위성 발사를 계기로 데이터 주권을 확보한 대한민국 농업이 우주 기술을 발판 삼아 진정한 '디지털 농업 강국'으로 도약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