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그테크 라이징] AI가 잡초만 골라 분사…긴트, 2029년 밭 제초로봇 상용화 나선다
농식품부·농진청 61억여 원 협업과제…두둑 밭 맞춘 소형 로봇 여러 대 투입
농촌진흥청의 ‘2023 농작업 기계화율 통계’에서 논벼 기계화율은 99.7%였지만 밭작물은 67.0%에 그쳤다. 파종·정식(18.2%)과 수확(42.9%)이 특히 낮다. 일손은 갈수록 늙어간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농림어업총조사’에서 농가 인구의 51.3%가 65세 이상으로, 전체 인구 고령화율(20.3%)의 2.5배다. 그런데도 밭 제초는 여전히 사람이 잡초를 일일이 찾아 약을 뿌리는 방식에 기대고 있다.
이 공정을 무인 로봇으로 바꾸는 국가 연구개발 과제가 2026년 시작됐다. 농업로봇 기업 긴트㈜가 총괄하는 ‘데이터솔루션 기반 무인 협업 정밀 제초 기술 개발’ 과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이 함께 추진하는 협업연구과제로, 2026년 4월부터 2029년 12월까지 3년 9개월 동안 진행된다. 총 연구비는 61억 5000만 원이다.
과제는 두 갈래로 나뉜다. 농식품부 과제(37억 5000만 원)는 긴트가 주관하며 로봇의 몸체에 해당하는 주행 플랫폼과 정밀 분사 시스템을 맡는다. 농진청 과제(24억 원)는 국립순천대학교가 주관하며 작물과 잡초를 구분하는 AI 인식 모델과 데이터 솔루션, 즉 로봇의 ‘두뇌’를 개발한다.
긴트 컨소시엄에는 세명소프트, 한국섬유기계융합연구원, 전북대, 부산대, 전북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이 참여하며, 농진청 컨소시엄에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농업기술원이 함께한다. 목표 성능은 잡초 인식률 95% 이상, 잡초 제거 성공률 90% 이상, 협동작업 효율 45% 이상 향상이다.
타깃 방제 시뮬레이션서 ha당 약제 200ℓ→120ℓ
과제를 총괄하는 긴트 정희종 수석연구원은 밭 제초 기계화가 늦어진 이유로 국내 밭의 구조를 꼽았다. 우리나라 밭은 두둑과 고랑을 만들어 경작하는데 그 규격이 지역마다, 작물마다 제각각이어서 두루 쓸 수 있는 공용 장비가 아직 없다는 것이다. 정 수석은 “현재 밭농업에서 기계화라고 할 수 있는 건 승용관리기에 작업기를 달아 쓰는 정도”라며 “장비가 워낙 커서 직진하다 끝에서 선회하는 과정에 작물이 파손되는 경우가 많고, 중소 농가에는 기계화 자체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긴트가 구상하는 해법은 잡초만 골라 약을 뿌리는 ‘타깃 방제’다. 지금은 기계로 방제해도 밭 전체에 약을 뿌려야 한다. 잡초만 골라 뿌리려면 사람이 손으로 할 수밖에 없다. 로봇이 잡초를 식별해 해당 지점에만 정량을 분사하면 약제 사용량을 크게 줄이면서 작업을 무인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잡초 발생 면적 등 일정 조건을 가정한 긴트의 시뮬레이션에서는 관행 방제 때 ha당 약 200ℓ가 드는 약제가 약 120ℓ 수준으로 줄어든다. 긴트는 시제품 검증을 거쳐 이 수치를 확인하고 보완할 계획이다.
로봇은 전동식이다. 기술 개발 목표는 1회 충전으로 6시간 이상 가동하며 약 2ha를 작업하는 것이다. 배터리를 교체하면 개념상 24시간 운용도 가능하다고 긴트는 설명한다.
대형 1대 대신 소형 여러 대…협업은 곧 분업
이번 과제의 특징은 대형 로봇 한 대가 아니라 소형 로봇 여러 대가 함께 일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정 수석은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중소형 농가가 다양하게 분포해 있어 소형화된 장비가 필요하다”며 “동시에 넓은 농지에서도 쓸 수 있도록 두 대 이상이 작업 정보와 경로를 공유해 나눠 일하는 방식으로, 협업은 곧 분업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구조는 제초에서 그치지 않는다. 긴트는 두둑 성형, 파종, 제초, 방제, 관리로 이어지는 밭농업 전 공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는 것을 장기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자체 서비스 서버로 판매 중인 기체를 모두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한 작업 공간에 투입되는 여러 대의 로봇을 제어하는 관제 시스템도 상용화할 계획이다.
해외 제품을 국내 밭에 그대로 쓸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정 수석은 “규격 자체가 아예 맞지 않는다”고 답했다. 유럽 등지는 두둑과 고랑 없이 평지에서 경작하지만 우리나라는 두둑을 짓고 촘촘하게 심어 농법부터 다르다는 것이다. 해외 로봇을 쓰려면 거기에 맞춘 별도 농법을 개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긴트는 능동형 윤거(좌우 바퀴 간격)·차고 조절 기술로 국내 밭의 다양한 규격에 대응하고, 가격도 해외 선진 제품의 30~35% 수준으로 맞춘다는 목표다.
떡잎 단계 콩, 파종 간격 데이터와 영상으로 잡초와 가려낸다
어린 작물과 잡초를 구분하는 일은 제초로봇의 핵심 난제다. 떡잎 단계의 콩은 영상만으로는 잡초와 구별하기 어렵다. 긴트는 이미 일부 기계화된 콩 파종의 특성을 활용한다. 정 수석은 “작물이 심긴 열 간격 데이터가 있으면 작물 위치를 예측할 수 있다”며 “예측한 위치와 학습된 모델이 인식한 영상 정보가 일치하면 콩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본잎이 나기 시작한 뒤에는 영상만으로도 콩과 잡초를 완전히 분리할 수 있다는 게 정 수석의 설명이다.
1회 방제에서 놓치는 10%는 반복 방제로 메운다. 제초가 한 번에 끝나는 작업이 아닌 만큼 2~3회 방제하면 사실상 100%에 가까운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작물 없이 잡초만 무성한 고랑에서는 기계식 제초를 함께 쓰는 복합 방식으로 대응한다. 약제는 농가가 쓰던 기존 제초제나 유기농업자재 등을 그대로 사용한다.
현재는 데이터를 모으는 단계다. 전북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시험포장에서는 논콩과 녹두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농업기술원에서는 지역 특산 작물을 대상으로 전북대학교와 국립순천대가 각각 협력해 작물·잡초 영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제초로봇이 작물을 인식하는 환경을 그대로 본뜬 ‘데이터 수집용 카메라 주행체’가 밭을 돌며 시기별로 작물이 자라고 잡초가 번지는 모습을 기록한다. 이 영상으로 농진청 컨소시엄이 AI를 학습시켜 분사 노즐 제어에 활용한다. 첫 시제품은 2027년 6월까지 완성해 실제 포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임대사업소·개인 판매 병행…무인 제초로봇 표준·검정 기준은 숙제
보급 방식은 여러 갈래로 열어두고 있다. 정 수석은 농기계임대사업소에서는 불특정 다수에게 임대가 이뤄지기 때문에 데이터 업데이트 없이 제초 기능만 갖춘 형태로 보급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학습하고 업데이트하며 성능을 높이는 모델은 개인 판매가 중심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주행 플랫폼에 방제 유닛이나 다른 작업기를 바꿔 다는 구조여서 처음 플랫폼을 사고 나면 이후에는 작업기만 사면 된다”며 “소비자의 구매 부담이 줄고, 정책 지원까지 함께 이뤄지면 시장성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긴트는 이 로봇을 농업용 제초 장비로만 보지 않는다. 방제가 필요한 골프장이나 공원 녹지처럼 다른 산업의 야외 공간으로 쓰임새를 넓히는 ‘야외용 서비스 로봇’으로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안전 기준과 표준화는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무인 제초로봇에는 아직 국내 전용 표준이나 검정 기준이 없다. 긴트는 2027년까지 단위 로봇 실증을 마치고 2단계 사업에서 다중 로봇 협업 실증 데이터가 쌓이는 2028년쯤 표준을 제안할 계획이다. 정 수석에 따르면 현행법상 무인 자율주행 농기계가 공도를 달릴 근거는 아직 없다. 이에 따라 농지 밖에서는 자율주행을 제한하고, 농로에서는 저속으로 달리며 사람·차량·트랙터·수로 등을 인식해 피하는 AI 모델을 별도 과제에서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은 사업화 단계에서 제초로봇에도 적용된다.
과제가 끝나는 2029년 농촌의 모습에 대해 정 수석은 “농민이 방 안에서 기체를 제어하고, 무인화된 로봇들이 실제 밭에서 움직이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