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GRI 2026 한국관 결산…일본 바이어, 가격보다 성능·사후관리 따졌다
참가 기업들 “3~5년은 꾸준히 나와야”…현지 판매망 확보가 과제
일본 농림수산성의 2025년 농림업센서스(2월 1일 기준)를 보면, 주로 자영농업에 종사하는 기간적 농업종사자는 103만 6000명으로 5년 전보다 24% 줄었다. 평균 연령은 67.7세, 65세 이상이 72만 1000명으로 약 70%를 차지한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일본의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2.36℃ 높아 관측 이래 가장 더웠다. 일손은 줄고 관리할 환경 변수는 늘어나는 셈이다. 이 틈을 겨냥해 일본 시장 문을 두드린 한국 농업기술 기업들이 성과와 과제를 함께 확인했다.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 ‘제16회 J-AGRI 도쿄’에는 한국농어촌공사와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이 운영한 한국관에 국내 기업 27곳이 참가했다. 본지가 현장 취재에 이어 참가 기업들을 추가로 취재한 결과, 일본 바이어의 관심은 고온 대응 시설환경 장비와 농작업 자동화 기술에 모였다. 다만 현장 계약보다는 상담과 MOU 단계에 머문 곳이 많았다.
AS·제품 성능과 효율 꼼꼼히 따져
고온 대응 시설환경 분야에서는 보온·환기·냉난방 장비가 주목받았다. 육일FGC는 얇은 보온자재에 솜을 소량 넣은 제품으로 바이어의 관심을 끌었으며, 현재 일본 거래처와 협의해 견적을 내고 있다. 시스코는 수직정역확산팬을 내세워 일본 시설업체, 수입업체, 농가의 문의를 받았다. 일본 업체 한 곳과는 제품을 도입해 현지에 확산하겠다는 내용의 MOU를 맺었다. 블라젠에는 2구 냉난방기와 소형 금속 열교환기의 효율에 대해 묻는 상담이 이어졌다.
일본 바이어들이 가장 꼼꼼히 따진 것은 가격보다 성능과 사후관리였다. 육일FGC 관계자는 “일본은 해당 제품군에 대해 가격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라며 “비싸더라도 제품이 괜찮으면 쓰기 때문에 내구성과 보온 효율을 집중적으로 물었다”고 말했다. 시스코 관계자는 “일본에 대리점이 있는지, 이미 진출해 있는지를 많이 궁금해했다”며 “일본 시장에서의 검증과 AS가 되느냐의 문제”라고 전했다.
자율주행·방제로봇엔 기존 농기계 대체 가능성·농가 효익 질문
농작업 자동화 기술에 대해서는 효용을 따지는 질문이 많았다. 긴트는 현지 제조사와의 공동 기술개발 성과를 중심으로 바이어를 만났다. 일본 측은 이러한 자동화 기술들이 기존 농기계 생태계를 어떻게 대체할 수 있는지, 농가가 얻는 효익은 무엇인지를 주로 물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회사 측은 긴트 부스의 방문객을 1000명 안팎, 설문 응답자를 400~500명으로 집계했다.
㈜하다는 이번 전시에서 노지용과 온실용 방제 로봇을 주력으로 내세웠다. 노지용은 국내 포항·안동 등의 다축형 사과 과수원에 맞춰 개발한 장비다. 일본은 아직 다축형 과원 보급이 많지 않지만, 아오모리현의 젊은 농업인을 중심으로 관심을 보였다. ㈜하다는 향후 일본 현지에 맞춘 저사양 방제용 전기트랙터도 별도로 개발할 계획이다.
기업별 상담 7~70건…MOU 외 본계약은 없어
정량 성과는 기업별로 편차가 컸다. 본지가 실적을 확인한 고온 대응 시설환경 기업 3곳의 부스 방문객은 60~150명, 상담은 7~70건이었다(각 사 집계). 한 기업은 국내외 업체 7곳으로부터 협업 의사를 받았고 국내 업체에서 구두 발주도 받았지만 계약서 작성까지는 가지 못했다. 업무협약(MOU)을 빼면 세 기업 모두 현장에서 서명한 본계약은 없었다.
3~5년 꾸준한 참가와 현지 판매망이 관건
기업들은 일본 시장을 단기 판매처가 아닌 중장기 공략 대상으로 보고 있다. 3년째 J-AGRI에 참가한 블라젠은 일본에 대리점 한 곳을 확보했다. 블라젠 관계자는 “3~5년은 꾸준히 나와야 한다”며 “내년에도 참가해 일본 유통업체를 거쳐 시장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육일FGC 역시 기존 거래처를 직접 만나는 것을 참가 목적으로 삼고 매년 참가할 방침이다.
긴트는 국내에서 비교적 촘촘한 대리점 체제를 갖춘 것과 달리, 일본에서는 전국 단위 판매 채널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현지 유력 글로벌 제조사와 공동 R&D를 진행해 그 회사의 글로벌 판매망을 함께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하다는 이미 현지 실증 계약을 맺은 상태다. 내년에는 J-AGRI 대신 사과박람회를 발판으로 아오모리현에 진출할 계획이다.
국내 전시회와의 차이도 분명했다. 시스코 관계자는 “키엠스타(대한민국국제농기계자재박람회)는 농가 방문이 많아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고, 시범사업으로 이어져 인지도를 높이는 데 유리하다”며 “일본은 업체 방문이 많은 B2B 성격”이라고 비교했다. 긴트 측도 국내 전시회는 보조사업이나 중고 트랙터 등 농가 대상 영업에 가깝고, J-AGRI는 제품과 플랫폼을 소개하고 내년도 설치 수요를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RX 측, 초청 바이어 비중 40% 넘어…운영 기관은 성과 집계 중
한국농어촌공사와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은 현재 참여한 한국기업들의 성과를 집계하고 있다.
한국관 운영 기관인 한국농어촌공사 스마트기술처 권현아 과장은 “작년에 기업들 수요 조사를 했을 때 J-AGRI가 참가를 원하는 1순위 박람회라서 기대가 컸다”며 “기대가 큰 만큼 성과도 좋았고 기업들 반응도 전반적으로 좋았다”고 전했다. 권 과장은 “일본 박람회는 국내 기업들의 수요가 커서 꾸준히 사업대상국으로 삼을 계획이며, 국내의 많은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J-AGRI 주최사 RX재팬과 같은 그룹 소속인 RX코리아 정동화 부장은 “올해 유료 입장으로 바뀌면서 방문객 수보다 질이 높아졌고, 초청 방문객(바이어)이 40%를 넘는다”며 “한국 기업들도 기업당 상담 40건 가운데 계약 가능성이 있는 바이어를 4~5곳씩 만났다”고 말했다. 이어 “전시회에서 바이어 한 곳만 확보해도 성공인데, 그 이상을 만난 기업이 많아 기대감이 크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한국 농업이 머지않아 맞닥뜨릴 고령화와 기후 부담을 먼저 겪고 있는 시장이다. 이번 J-AGRI에서 확인한 많은 바이어의 관심이 실제 거래로 이어지려면 제품 성능과 현지 AS 체계, 믿을 만한 유통 파트너부터 갖춰야 한다는 게 참가 기업들의 공통된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