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의 삐딱선] 농지 전수조사 드론 91% 중국산…국감 세 번 오른 농지 데이터 보안

보안성 검토 생략 근거는 ‘단순 장비·물품’ 분류…국산화 개발은 물론 조달·운용 기준부터 고쳐야

이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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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브리핑

농림축산식품부의 전국 농지 전수조사 드론 103대 중 94대(91.3%)가 중국 DJI 제품이고 영상 처리에는 러시아 애지소프트의 ‘메타셰이프’가 사용된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공개됐다. 농식품부는 촬영을 일시 중단하고 국산화 연구개발(R&D) 및 범정부 드론 전략 참여 방침을 밝혔으며, 농지 촬영 드론은 ‘단순 장비·물품’으로 분류돼 보안성 검토가 생략됐다.

[이현우의 삐딱선] 농지 전수조사 드론 91% 중국산…국감 세 번 오른 농지 데이터 보안

103대 중 94대, 대응은 사후에

전국 농지의 소유·이용 실태를 들여다보겠다며 띄운 드론 103대 가운데 94대(91.3%)가 중국 DJI 제품이었다. 미국산이 5대, 국산은 4대에 그쳤다. 최전방 부대가 주둔한 경기·강원 지역에 투입된 41대 중 39대(95.1%)도 같은 회사 기체였다. 촬영 영상을 3차원으로 재구성하는 소프트웨어로는 러시아 애지소프트(Agisoft)의 ‘메타셰이프’가 쓰였다. 지난 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이 공개한 내용이다.

중국산을 쓴 이유를 묻자 농림축산식품부 송미령 장관은 “예산 문제”라고 답했다. 장관은 이런 장비가 쓰인 사실도 이번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농식품부는 같은 날 설명자료를 내고 해명했다. 로컬 데이터 모드(LDM)를 켜 촬영 자료를 기체와 조종기에만 저장하고, SD카드는 외부망이 차단된 한국농어촌공사 내부 서버에 보관한다는 것이다. 송 장관은 이튿날 브리핑에서 중국산 드론 촬영을 일시 중단시켰다고 설명했고 군사 접경지역 촬영 우려에 대해선 “드론 촬영이 이뤄진 바가 없다. 불가능하다”고 했다. 지적을 받기 전까지 주무 장관이 장비 현황조차 몰랐다는 점이 이 사안의 출발점이다.
 

‘단순 장비·물품’으로 분류된 국토 촬영 드론

14일 농어촌공사 국정감사에서는 보안성 검토를 건너뛴 근거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이 “국가 사이버보안 기본지침상 단순 장비·물품에 해당하는 드론의 보안성 검토를 생략할 수 있지만 자체 보완대책을 수립해 시행하도록 돼 있다”고 짚었고, 농어촌공사 김인중 사장은 지침에 따라 생략했다고 답했다. 대신 “온라인 상태가 되면 유출될 수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상태로 사용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두 가지를 더 짚었다. 경기도가 발주한 29대는 용역업체 자체 소프트웨어를 썼고, 공사가 발주한 65대는 보완환경이 구축된 오프라인에서만 쓰도록 해 유출 경로를 막았다는 것이다. 중국산 가격이 국산의 40% 수준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규정이다. 농지 소유·이용 정보를 구축하는 일은 곧 국토 정보를 쌓는 일이다. 그런데 그 데이터를 모으는 장비가 사무용 물품과 같은 칸에 분류돼 있었다. 공사가 자체 대책을 세웠더라도, 보안성 검토라는 공식 절차는 처음부터 작동하지 않았다. 기체의 국적보다 이 분류가 더 무겁다.

22일 종합감사에서 정부의 대응이 나왔다. 송 장관은 “조사해 보니 농림 분야에서 사용 중인 드론만 500대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올해부터 국산화 연구개발(R&D)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지난 6월 국무총리 주재로 확정된 ‘국가 드론·대드론 대전환 추진 전략’에 농식품부가 빠져 있었다는 사실도 이날 장관 입으로 확인됐다. 장관은 조만간 참여하겠다고 했다. 방제·관측·조사에 드론을 일상적으로 쓰는 부처가 범정부 드론 정책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던 셈이다. 8일 촬영 중단에서 22일 국산화 R&D·범정부 전략 참여 방침까지 보름이 걸렸다. 대응은 빨랐지만 모두 문제가 불거진 뒤의 일이었다.
 

국산화 전까지 서둘러야 할 일

국감이 주로 물은 것은 장비의 국적이었다. 그러나 보안은 기체 한 대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체와 영상 처리 소프트웨어, 저장 매체, 이를 다루는 사람과 절차가 하나의 사슬로 이어진다. 이 가운데 한 곳만 허술해도 데이터는 새어 나갈 수 있다. 장비를 누가 만들었느냐만큼, 데이터가 어떤 경로를 거쳐 어디에 쌓이느냐를 따져야 하는 이유다.

농지 데이터는 앞으로 더 빠르게 쌓인다. 지난 7월 발사된 농림위성은 검증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 운영된다. 3일 주기로 전국 농경지를 관측해 직불제 이행 점검과 수급 관리, 재해 대응에 쓰인다. 위성과 드론, 인공지능(AI)으로 과학 농정을 하겠다는 방향은 옳다. 그러나 데이터를 모으는 단계의 조달·보안·운용 관리가 허술하면 그 위에 세운 정책도 흔들린다.

국산화에는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서둘러야 할 일이 있다. 먼저 국토를 촬영하는 농업 분야 드론과 영상 처리 소프트웨어를 ‘단순 장비·물품’에서 빼고, 보안성 검토 대상으로 명확히 지정해야 한다. 그리고 드론 촬영을 외부에 맡길 때는 촬영부터 처리·보관까지 전 과정의 보안 요건을 계약에 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범정부 드론 전략 안에 농업 분야를 독립 항목으로 넣어 국산 기체가 현장에서 쓰일 수요를 만들어 줘야 한다. 국토 정보를 모으는 장비를 고른 기준이 ‘예산 문제’로 설명되는 일이 국감장에서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이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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