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파프리카 재배·수소전기 트랙터·파종 평가…농식품 R&D 유망기술 3건 공개
농기평 ‘2026 농식품 R&D 유망기술 발표회’ 개최
국내 파프리카 수출은 월평균 2500톤 수준이지만 비수기인 8~10월에는 1500톤 안팎으로 40%가량 줄어든다. 여름작형을 도입한 강원 고랭지 농가의 하반기 생산 비중도 36.1~39.9%에 머물렀다. 야간 고온과 일사량 저하가 겹치는데도 적엽·적과 기준을 다룬 연구는 대부분 겨울작기에 쏠려 있어, 여름작기 농가가 기댈 재배 기준이 없다시피 하다.
19kW급 전기 트랙터는 고부하 조건에서 배터리 사용시간이 1.25시간 수준으로 추정돼, 8시간 작업을 버티려면 64.8kWh급 배터리와 527kg의 중량을 떠안아야 한다. 대형 사각 베일러(볏짚·목초를 압축해 묶는 기계)는 트랙터 동력을 작업기로 보내는 동력취출부(PTO) 기준 최소 115~160마력을 요구해, 100마력 이하 중형·준대형 트랙터는 아예 작업에서 배제돼 왔다.
파종기 성능 평가는 여전히 실외에서 작업자가 종자를 일일이 세는 방식이다. 날씨와 토양 상태, 조도가 시험마다 달라 조건을 고정하기 어렵고, 영상처리와 인공지능(AI)을 붙여도 토양 색상과 이물질이 섞이면 종자와 배경을 가르지 못한다.
이러한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기술들이 발표회에 공개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농기평)은 9월 14일 서울 강남구 소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2026년 친환경·그린바이오 분야 농식품 R&D 유망기술 발표회’를 열고, 농식품 R&D 성과 가운데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기술을 공개했다. 연구자 발표와 기업 대상 1대1 기술상담이 함께 진행됐다.
여름작형 파프리카, 측지의 꽃·잎 수를 기준으로 잡다
강원대학교 산학협력단(연구자 김일섭·장동철·양승호)이 내놓은 ‘생산량 증대를 위한 파프리카 재배방법’은 측지의 꽃과 잎 수를 단계별로 관리해 생산량을 끌어올리는 기술이다. 본잎이 12장 나올 때까지 모종을 키워 암면 배지에 옮겨 심은 뒤, 원줄기는 2~3개만 남기고 생장점을 제거해 더 자라지 않도록 한다. 곁가지도 1~3개만 남기고 정리한다. 곁가지는 원줄기에 달린 꽃 1개와 잎 1장을 한 단위로 보고, 꽃과 잎을 합쳐 1~3단위만 남긴 뒤 나머지를 떼어낸다. 원줄기 3개를 남기는 3줄기 재배에서는 재식밀도 ㎡당 6.8줄기를 기준으로, 평균기온 20~22℃, 이산화탄소 농도 400~700ppm, 공급 전기전도도(EC) 2.3~2.8mS/cm가 생육 조건으로 제시됐다.
강원 인제군 플라스틱 필름온실에서 40주간 4개 처리구로 진행한 시험에서는 착과수가 같을 때 엽수가 많을수록 착과수가 늘고, 엽수가 같을 때는 착과수가 적을수록 영양기관 발달이 앞섰다. 생육 후기인 5구간에서 F1L2가 F2L2보다 약 77% 많았고, 3구간 마디 전개 속도는 처리구에 따라 최대 약 28% 벌어졌다. 엽수와 착과수 조합이 생육 균형을 직접 좌우한다는 의미다. 기술성숙도 5단계(유사환경 검증, TRL 5)로, 특허 제10-2573495호(출원 2021년 11월 22일) 등록까지 마쳤다.
수소·배터리·커패시터 묶어 중형 트랙터에 베일러를 붙인다
충남대학교 산학협력단 김용주 교수(바이오시스템기계공학과) 연구팀이 선보인 ‘미래 농업 모빌리티 개발을 위한 친환경(수소·전기) 및 스마트 기술’은 동력원 구성을 바꿔 접근했다. 수소연료전지모듈과 메인 배터리, 커패시터로 전력원을 짜고, 전력분배유닛이 출력을 구동부에 나눠 보내는 구조다. 김 교수는 여기에 트랙터 동력 취출부에 보조 모터와 보조 배터리, 인버터를 별도로 결합해 베일러에 동력을 직접 전달한다고 밝혔다.
핵심은 언제 개입하느냐다. 김 교수는 “성형 롤러의 회전 부하와 결속용 네트 이동을 감지하는 센서를 둬 베일 성형·결속 구간에서만 보조 모터를 돌린다”며 “출력 요구가 50% 이상으로 치솟으면 전력분배유닛이 두 개로 나뉜 커패시터 모듈의 충전 상태를 확인해 기준을 만족하는 쪽에서 전력을 끌어오고, 커패시터가 기준에 못 미치면 메인 배터리가 받쳐준다”고 설명했다. 감속 시에는 회생제동으로 보조 배터리를 다시 채우며, 순간 고부하와 지속 출력을 나눠 대응하면 전력원을 과도하게 키우지 않고도 중형급 전동 트랙터의 작업 범위를 넓힐 수 있는 구조다. 현재 기술성숙도 3단계(실험실 검증, TRL 3)다.
파종 성능 평가, 실내로 들어오다
충남대 산학협력단의 이대현 교수(바이오시스템기계공학과) 연구진은 ‘농작업 환경 모사를 위한 배경 교체형 영상 수집 장치 및 그 방법’을 선보였다. 종자가 뿌려지는 기준표면 플레이트를 투명 재질로 만들고, 그 아래에 서로 다른 토양을 재현한 배경 모사 플레이트를 좌우로 슬라이딩시켜 교체한다. 이날 발표를 맡은 충남대 농업시각지능연구실 강승우(박사과정) 연구원은 “종자 분포는 그대로 둔 채 배경만 바꿔가며 영상을 얻는 구조여서, 실외에서 반복 수집하기 어려웠던 학습 데이터를 실내에서 대량으로 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색 단색의 평가 플레이트를 따로 둬 라벨링과 기준 데이터 생성에 쓰고, 평가 배경과 모사 배경의 검출 결과를 비교해 오차율을 산출한 뒤 이를 검출 모델 보정에 되먹인다. 고가 센서 없이 영상 센서만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제시됐다. 역시 기술 성숙도 5단계다.
온실 741억 달러·베일러 120억 달러·정밀농업 388억 달러…시장 전망이 뒷받침
관련 시장 전망치도 함께 제시됐다. 글로벌 온실 시장은 2025년 328억 달러에서 2033년 741억 달러로 연평균 10.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 농업용 트랙터 시장은 2024년 1억 7831만 달러에서 2030년 3억 3713만 달러로 연평균 11.2%, 베일러 시장은 같은 기간 64억 달러에서 120억 달러로 연평균 10.6% 커질 것으로 예측됐다. 정밀농업 시장은 2025년 151억 달러에서 2033년 388억 달러 규모로 확대되는데, 카메라·센서·자동화 제어시스템을 포함한 하드웨어가 2025년 기준 전체의 66.7%를 차지한다.
정책 수요도 맞물린다. 농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은 2026~2030년 총 572억 원 규모의 농업로봇 공동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하며 정밀 파종을 포함한 18개 핵심과제와 농업 인공지능 전환(AX) 데이터 표준·실증체계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파종기와 농업로봇의 성능을 반복 검증하고 다양한 토양 조건의 학습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실내 시험시스템이 함께 필요해지는 대목이다.
관건은 실험실과 논밭 사이의 거리다. 파프리카 재배법은 농가 매뉴얼로 옮겨져야 하고, 수소전기 트랙터 동력 시스템은 실험실 검증 단계인 만큼 실제 기체 탑재와 내구성 검증이 남아 있다. 영상 수집 장치는 작물별 종자 형태와 토양 조건을 얼마나 넓게 커버하느냐가 확산 속도를 가를 변수다. 농기평은 이날 발표된 기술에 대해 연구자와 기업 간 기술이전 상담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