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마트 농업(SFT) 도입의 빛과 그림자, 돌파구는 없나?
SFT 도입으로 작업시간 34.4%(GPS 트랙터)~78.7%(드론) 감축 경상적자는 이전과 비슷…고정비 상승이 노동력 절감 효과 상쇄 영향 단순 장비 도입은 '적자 지름길'…보조금·기술 체화·사업 다각화 필수
급격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 그리고 한반도와 일본 열도를 덮친 이상고온 현상은 양국 농업의 존립을 위협하는 핵심 과제다. 이에 대한 구원투수로 ‘스마트 농업 기술(SFT)’이 급부상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비싼 기계를 들여놓아도 빚만 늘어난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축산경영학회 학술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일본의 세 가지 연구 사례(산간지역 벼농사, 후쿠오카 시설원예, 홋카이도 대규모 밭농업· 낙농)를 바탕으로 스마트 농업의 실제 경제적 효용성과 성공적인 현장 안착을 위한 조건을 심층 분석했다.
효고현 ‘Amnak’, 사업 다각화와 보조금 지원 정책으로 극복
일본 슈지츠대학 이바 하루히코(伊庭 治彦)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일본 식용 벼 재배 면적(2025년 기준 136만 7000ha) 중 약 30~40%를 차지하는 구릉 및 산간지역(HM)은 영세한 필지 구조와 높은 생산비로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연구진이 12.25ha의 벼 재배 면적을 기준으로 스마트 농업 기술(SFT) 도입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한 결과는 주목할 만했다. GPS 트랙터(일반 대비 가격 124%인 781만 엔) 도입 시 작업 시간은 ha당 44.8시간에서 29.4시간으로 단축되고, 드론(94만 엔) 방제 도입 시 작업 시간은 102.4시간에서 21.8시간으로 대폭 감소했다.
하지만 경영 성과 측면에서 기존 방식의 경상이익이 1998만 엔 적자일 때, 드론과 GPS 트랙터·이앙기를 모두 도입한 시나리오(SFT2)의 경상이익 역시 1995만 엔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기기 도입에 따른 고정비(감가상각비) 상승이 노동력 절감 효과를 상쇄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적자는 비슷하게 유지됨을 보여준다.
이를 극복한 성공 사례가 효고현의 농업 법인 'Amnak'이다. 이들은 스마트 기술 도입으로 확보한 유휴 노동력을 활용해 식품 가공·판매(두부, 떡 등) 및 위탁 영농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벼 단일 재배는 적자였으나 가공 부문에서 큰 흑자를 내며 전체 수지를 맞췄다. 또한 일시적 도입 보조금(One-time)과 면적당 연간 보조금(Annual)의 하이브리드 지원 정책이 초기 고정비 부담을 낮추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후쿠오카의 시설원예 토마토 농가, 학습과 데이터로 고온 피해 극복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고온 역시 농가의 목을 죄고 있다. 규슈대학 우에니시 요시히로(上西良廣) 교수가 발표한 후쿠오카현 C지구의 토마토 농가(A경영체) 사례는 기술의 '정착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A경영체(재배 면적 58a)는 가스 히트펌프(GHP, 3대 약 300~400만 엔)와 통합 환경제어 장치(프로파인더 NEXT80, 3대 300만 엔)를 연동하는 스마트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농가는 여름철 고온기(7~8월)에 GHP를 활용한 야간 냉방과 드론을 이용한 하우스 지붕 차열제 도포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 결과 주변 농가들이 고온과 열과 피해로 70~80%의 손실을 입고 작물을 포기할 때, 이 농가는 피해율을 20~30% 수준으로 억제하며 24~25톤 수준의 높은 단수(생산성)를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우에니시 교수는 로저스의 5단계 혁신 의사결정 모델에 따라 해당 경영체의 기술 정착과정을 분석했다. 우에니시 교수는 “스마트농업 기술의 급격한 확산을 위해서는 시범 운영 가격 지원이나 보조금 등 초기 도입 단계의 비용적 장벽을 낮추는 제도적 지원이 필수적이며, 스마트 기기를 들여오는 것만으로는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A경영체 S씨의 사례는 식물생리학 지식을 학습할 수 있는 교육 네트워크(농협 JA, 세미나, 컨설턴트)의 연계 구축이 기술 정착의 가장 핵심적인 성공 열쇠”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는 고온과 열과 피해가 고착화되는 기후변화 상황에서, 데이터 기반의 통합 환경제어 기술은 단순한 생산성 향상 도구를 넘어 지속 가능한 원예경영을 가능하게 하는 궁극적인 기후변화 적응 대책임을 강조했다.
착유 로봇 도입 후 산유량 21.6% 증가·공태 일수 13.3% 단축
일본 농업의 보루인 홋카이도는 호당 평균 경지면적이 30ha 이상이며, 전업농 자립기반이 강하다. 이 곳에서 일손 부족 문제를 스마트 기술(자본)로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다.
이날 발표에 나선 오비히로축산대학의 미야케 슌스케(三宅 俊輔)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60ha 이상 대형 밭작물 농가에서는 대형 트랙터(270마력), 가변식 시비기, 자동조향 시스템을 도입해 직접 노동시간을 2,493시간에서 1,243시간으로 약 50%나 절감했다. 이는 기존 가족노동력 1명과 고용노동력 0.5명을 기존과 똑같이 투입해 나온 결과이며,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시 90ha 규모까지도 경영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야케 교수는 낙농 경영 분야에서도 착유 로봇 도입으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된 사례를 소개했다. 미야케 교수 발표에 따르면 경산우 150두 규모의 가상 모델 분석 결과, 개체당 산유량은 9,436kg(도입 전)에서 1만 1,471kg(도입 후)으로 2,035kg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발정·분만 감시 장치를 통해 공태 일수(비임신 기간)를 135일에서 117일로 18일이나 단축시키는 번식 성적 개선 효과를 보여줬다.
이는 프리스톨 우사와 4대의 착유로봇에 8억 엔을 투자해서 나온 결과다. 도입후 단순 노동 시간이 크게 줄어든 대신, 착유 로봇에서 수집되는 개체 데이터를 분석해 사양 관리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번식 성적이 개선됐고, 추가 수익으로 연간 약 130두의 와규를 생산 및 판매함으로써 높은 경제성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미야케 교수는 "스마트 기술은 노동 생산성 향상과 경영 관리의 고도화(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수억 엔에 달하는 고액의 투자 자금 상환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생산성 실현에 따른 극복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말했다. 또한 “중소규모 농가는 진입 장벽과 폐업 가속화 우려가 상존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