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수출 증가분 88.7%가 가공식품…2030년 170억 달러엔 두 배 성장 필요
농식품정책학회, 하계학술대회 개최…정대희 부연구위원, 상위 20위권 신선농산물 전무 지적 국가 평균 아닌 국가×품목×채널로…AI를 수출 전략 의사결정 인프라로 제안
지난 10년간 K-푸드 수출을 끌어올린 동력이 라면을 비롯한 가공식품에 집중되면서, 정부의 2030년 K-푸드+ 210억 달러 목표 가운데 농식품 부문 170억 달러를 달성하려면 품목·시장별 성장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2025년 수출액 104억 1000만 달러(농림축산식품부)에서 목표에 도달하려면 연평균 10.7% 성장이 필요한데, 이는 지난 10년 성장률(5.3%)의 약 두 배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정대희 부연구위원은 8월 20일 경남 밀양 호텔아리나에서 열린 한국농식품정책학회 2026 하계학술대회에서 ‘K-푸드 수출 구조 변화와 AI 시대의 수출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농식품정책학회와 부산대학교 주최로 ‘세계 속의 K푸드, AI로 미래를 열다’를 내걸고 21일까지 이틀간 열렸다.
K-푸드 성장세는 유지…2026년 상반기도 4.7% 증가
K-푸드 수출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5.3% 성장하며 국가 전체 수출 증가율(3.0%)을 웃돌았다. 2026년 상반기 수출도 53억 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0% 늘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미국의 추가 관세 조치와 보호무역 강화,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물류 차질, 글로벌 성장 둔화 등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거둔 성적이다.
성장의 무게중심은 가공식품으로 기울었다. 최근 10년 수출 증가분의 88.7%가 가공식품에서 발생한 반면, 국내 생산·매출 대비 수출 비중은 2~6% 수준에 머물렀다. 수출 성장을 농업·식품산업의 성장으로 연결하는 것이 과제로 지목된 이유다.
품목 집중도도 높아졌다. 상위 10개 품목의 수출 비중은 48.0%에서 52.3%로 4.3%p 올랐다. 라면은 2015년 4위(2억 1900만 달러)에서 2025년 1위(15억 2100만 달러)로 올라서며 10년간 농식품 수출 증가분의 31.4%를 차지했다.
11~20위권에서는 김치가 19위에서 12위로, 아이스크림이 37위에서 17위로 뛰었고 반려동물사료(13위)·주류(19위) 등 새로운 품목이 진입했다. 냉장·냉동 유통 역량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다. 반면 파프리카는 14위에서 49위로 밀려났고, 2025년 상위 20위권 안에 신선농산물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미국 6.3억→18억 달러, 유럽·CIS는 두 자릿수 성장 전환
시장에서는 미국·중국·일본 중심 구도가 지속됐다. 2015년 46.6%였던 3개국의 수출 비중은 2025년 45.8%로 0.8%p 낮아졌다.
이중 미국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미국 수출액은 6억 3000만 달러에서 18억 달러로 늘어 연평균 11.1% 성장했고, 전체 증가분의 28.4%를 차지했다. 미국은 한국 농식품의 최대 수출시장이 됐다. 일본(연평균 1.1%)과 중국(4.2%)의 수출액은 늘었지만 전체 평균 성장률(5.3%)에 미치지 못하면서 비중은 하락했다.
권역별 연평균 성장률은 유럽이 2016~2020년 -2.0%에서 2021~2025년 14.4%로, CIS(독립국가연합·소련의 해체로 독립한 국가들의 연합)가 1.7%에서 10.9%로 반전했다. 중동(-8.7%→9.8%)과 남미(-2.3%→6.9%)도 회복세로 돌아섰다. ASEAN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7.7%에서 1.4%로 성장 속도는 크게 낮아졌다.
상위 10개국 밖 기타 시장 비중은 25.0%에서 29.6%로 4.6%p 확대됐다. 네덜란드·태국·캐나다·말레이시아가 2억 달러 이상 시장으로 성장했고 영국·몽골·독일 등이 연평균 10% 이상 성장한 결과다.
AI를 탐색·검증·학습 상시화하는 의사결정 인프라로
정 부연구위원은 시장별로 유럽·CIS는 ‘선점 및 확장’, 미국은 ‘성장축 확장’, 중국·일본·ASEAN은 ‘성장축 재구축’, 중동·남미는 ‘선택적 실험’으로 접근을 차별화하자고 제안했다. 또 품목별로는 대중화(대표 K-푸드)·다변화(시장별 후속 성장품목)·프리미엄화(신선 및 국내농업 연계품목) 전략을 병행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AI를 도구가 아닌 의사결정 인프라로 규정했다. 수출실적 중심이던 데이터를 소비·유통·규제·물류로 확대하고, 정기·사후 분석을 상시 모니터링으로 전환하며, 국가 평균이던 분석 단위를 ‘국가×품목×채널’로 세분화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시장·품목 탐색→시장성 검증→실행·학습이 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자는 구상이다.
실행 과제로는 △데이터 기반 고도화 △AI 분석 인프라 구축 △전문인력·검증 체계 △현장 연계 및 성과 환류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공공부문은 개별 기업이 구축하기 어려운 공통 기반을 제공하고, 현장 검증과 성과 환류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AI 기반 수출 전략의 실효성은 결국 데이터와 인프라, 전문인력, 그리고 현장이 어떻게 연계되느냐에 좌우된다”며 “분석 결과가 실제 수출 성과로 이어지고, 그 성과가 다시 데이터로 환류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K-푸드 수출의 성장성과 다양성, 부가가치를 함께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