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는 줄고 쌀 품질은 껑충…'네 마리 토끼' 잡는 스마트 이앙기 떴다
농촌진흥청, '위치별 맞춤형 비료 살포량 조절 스마트 이앙기' 개발 화성 현장 실증 결과 비료 29%·작업시간 40% 감축…수확량은 10% 증가 전국 확대 시 연간 5,600억 원 규모의 농자재 비용 절감 효과 기대
국제 원자재 공급망 불안으로 인한 비료 원료 수급 차질과 농촌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국내 연구진이 데이터 기반의 정밀 변량 시비 기술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 주목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청장 이승돈)은 5월 27일 모내기와 동시에 논 토양 상태를 실시간으로 판별해 비료 살포량을 자동 조절하는 ‘이앙 동시 위치별 맞춤형 비료 살포량 조절 스마트 이앙기’를 개발하고 현장 보급에 나섰다. 이번 기술은 비용 절감과 노동력 완화는 물론 환경 보호, 고품질 쌀 생산까지 이른바 네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제품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필지 내 토양 불균일성 해소…'분석부터 제어까지' 데이터 기반 4대 혁신 기술 집약=기존의 관행 시비 방식은 논 전체를 하나의 평균값으로 보고 균일하게 완효성 비료를 살포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한 필지 안에서도 물 빠짐, 유기물 함량, 지력에 따라 벼가 필요로 하는 양분량은 제각각이다. 이로 인해 양분이 충분한 곳에 비료가 과다 투입돼 벼가 웃자라 쓰러지거나 병해충이 발생하는 문제가 초래됐고, 남은 비료 성분이 하천으로 흘러들어 수질오염을 유발하기도 했다. 반면 양분이 부족한 곳은 생육이 저하돼 전체적인 품질과 수확량의 편차가 발생했다.
이번에 개발된 스마트 이앙기는 이러한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적정 시비량 산정(분석) △시비 지도 생성(처방) △실시간 농작업 위치 인식(판단) △최적 시비량 제어 기술(제어) 등 4단계 핵심 기술을 유기적으로 결합했다.
첫 단계인 ‘적정 시비량 산정’ 과정에서는 시·군 농업기술센터와 한국농업기술진흥원에서 분석한 토양 정보와 농촌진흥청의 토양환경정보시스템 ‘흙토람’ 데이터(비료사용처방정보)를 연계한다. 이를 통해 필지별 양분 상태를 확인하고 pH, 유기물, 유효인산 등 8개 항목의 양분 분포 상태를 정밀하게 확인한다.
특히 국내에서 유통되는 완효성 입제 비료 16종의 알갱이 크기와 밀도 등 물리적 특성까지 알고리즘에 반영해 비료 제품별 배출량 편차를 계산함으로써 적정 시비량을 도출한다.
이어서 진행되는 ‘시비 지도 생성’ 단계에서는 분석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간보간법(Kriging)을 적용해 필지 내 세부 단위 구역별로 질소·인산·칼리 등 주요 성분의 적정 투입량을 결정하고 디지털 형태의 ‘시비 처방 지도’를 구축한다. 시비 처방 지도는 필지 또는 이앙기의 농작업 간격에 따른 단위 구역별로 정리된다.
실제 모내기 작업이 시작되면 ‘실시간 농작업 위치 인식’ 기술이 구동된다. 고정밀 위성 위치정보(RTK-GNSS)를 활용해 위치 오차를 ±2cm 이내로 획기적으로 줄였으며, 이앙기의 주행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해 해당 구역에 매칭된 정확한 비료량 정보를 제어장치에 전달한다.
마지막으로 ‘최적 시비량 제어’ 단계에서 터치식 UI 디스플레이와 연동된 제어기 연산부가 실시간으로 모터 출력을 조정한다. 처방 지도에 설정된 값에 따라 ±5% 이내의 고정밀 제어로 비료 살포량을 실시간 자동 조절하며 논 표면에 정확히 투입하는 구조다.
▲화성 실증 시험서 경제성 입증…비료 29% 줄여도 수확량 10% 늘어=연구진이 화성시의 벼 재배 농가 현장에서 실증 시험을 진행한 결과는 고무적이다. 관행 방식과 비교했을 때 1ha 기준으로 비료 사용량은 29% 감소했고, 모내기와 시비가 동시에 정밀하게 이뤄지면서 비료 살포 시간 역시 40%나 단축됐다.
경영비와 노동력은 대폭 줄었지만 생산성과 품질은 향상됐다. 양분 부족 구역을 집중 보완하고 과다 시비를 방지한 결과, 수확량은 오히려 10% 증가했으며 구역별 수확량 편차는 33% 감소했다.
특히 이번 기술은 농림축산식품부 고시에 따른 쌀 등급 및 단백질 함량 기준을 충족하는 데 큰 이점이 있다. 밥맛을 좌우하는 질소 투입량을 구역별로 적정하게 제어함으로써 쌀의 단백질 함량을 낮춰 고품질 쌀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품질 관리형 농기계'로서의 가치를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촌진흥청은 이 스마트 이앙기를 전국 벼 재배면적(70만 ha)에 도입할 경우, 연간 약 5600억 원(ha당 80만 원)에 달하는 막대한 농자재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성 농기계 호환 가능한 '모듈형'…현장 수용성 높여 고령화 대응=현장 적용성도 갖췄다. 이번에 변량 시비 제어장치는 탈부착이 가능한 '모듈화' 형태로 제작됐다. 따라서 기존에 측조시비기가 장착된 이앙기를 보유한 농가라면 대형 신규 장비를 구입할 필요 없이 제어 모듈만 추가로 장착해 스마트 이앙기로 전환할 수 있어 경제적 부담이 적다.
다만, 측조시비기가 없거나 전자제어 방식으로 개조하기 어려운 노후 구형 이앙기에는 적용이 제한되는 만큼 향후 기종별 호환성 확대 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우려하는 세부 구역 처방용 토양 샘플 분석 비용 문제도 해소됐다. 농가 소재지 시·군 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통해 무료로 분석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1200평 논을 기준으로 10개 내외의 대푯값 샘플만 채취해 활용하므로 작업에 대한 농가의 수고로움이나 실질적인 추가 비용 부담은 크지 않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농촌진흥청 성제훈 국립농업과학원장은 “스마트 이앙기는 데이터 기반의 정밀농업 기술로 노동력과 비용 절감, 수질오염 예방, 고품질 쌀 생산은 물론, 지금과 같은 비료 수급 위기 상황에서 농가의 대응력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농기계 시장이 스마트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국내 정밀농업 기술 수준을 세계 선도국과 동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라며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미래 농업 구현을 위한 농업기술 개발과 현장 보급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농촌진흥청은 이번에 개발한 스마트 이앙기의 빠른 상용화와 현장 보급을 위해 오는 2027년까지 산업체와 협력하여 시스템 개선 및 기술 고도화를 마칠 예정이다. 아울러 2028년에는 신기술 보급사업 추진을 통해 전국의 벼 재배 농가 현장에 이 기술을 빠르게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