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규 소장의 몽골 리포트] 몽골 땅에서 40여 년 만에 벼를 거두다

농촌진흥청 몽골 KOPIA(코피아) 센터 오명규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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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 코피아 몽골센터는 몽골 홉드도에서 ‘진부올벼’ 등을 활용한 시험 재배로 2026년 9월 29일 40여 년 만에 벼 수확에 성공했다. 약 3500㎡에서 산물벼 70여 가마니를 수확했으며, 현지 주민들은 한국산 도정기로 도정한 쌀의 밥맛을 평가했다.

몽골 코피아센터 오명규 소장
몽골에서 벼 재배에 성공한 후 수확한 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오명규 소장. (사진 제공=농촌진흥청)

몽골도 쌀을 먹는다

몽골은 고기가 주식이다. 쌀을 먹기 시작한 지는 50여 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인구 대비 많은 양의 쌀을 외국에서 100% 수입하는 나라이다. 몽골은 대한민국의 약 15배에 이르는 넓은 국토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경지면적은 1% 미만이다. 왜 갑자기 쌀을 먹기 시작했을까? 필자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몽골의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서 학교에 다니거나 일자리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 몽골 인구의 약 10%는 한국을 다녀왔다는 말이 있다. 현재도 6만여 명의 몽골인이 한국에 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몽골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이 말이 안 통해서 곤란을 겪고 있으면 몽골 사람 누군가가 나타나서 한국말로 도움을 주곤 한다. 몽골센터 소장으로 처음 부임해 식량농업경공업부 차관을 만났다. 처음 만난 날 한국의 벼 재배 기술을 몽골에 도입되도록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몽골 벼 재배 쉽지만은 않아, 여러 나라에서 40여 년 동안 시도했지만 수확하지 못해

몽골 여름의 낮 온도는 지역에 따라 30℃가 넘는 곳도 있다. 하지만 밤에는 15℃ 내외로 너무 시원하다. 벼가 살아가기에는 쉽지 않은 곳이다. 또한 일 년 강수량이 300mm 내외로 벼에 필요한 물의 양보다 많이 부족하다. 그리고 일본, 중국, 베트남, 몽골 농업연구소, 대학교, 개척적인 농민들이 40여 년간 시도했는데 수확 단계까지 가지 못했다. 그러나 몽골의 수원기관인 식량농업경공업부 차관의 부탁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한번 시도해 보고 어렵다고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몽골 전역의 기상 조사와 그동안 실패했지만 시도했던 지역을 방문하고 연구자도 만나봤다. 그러나 많은 정보를 얻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기상 데이터, 토양분석 데이터와 용수 확보가 가능한 지역을 우선 확인한 후 2024년 첫 모내기를 했다. 하지만 벼를 이앙한 후 2주 만에 모든 벼가 말라 버렸다. 역시나 어려운 일인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모든 벼가 말라 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또 이렇게 쉽게 그만두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K-농업의 무모한 도전, 먼 산에 눈이 내릴 때 볍씨를 파종하다

2025년은 작년에 실패한 원인 분석부터 했다. 첫 번째는 실패했던 재배 지역은 코피아 몽골센터가 토양 조사했던 곳이 아니었다. 모를 잘 키워서 이앙하려고 육묘된 벼를 시험지로 이동하고 나니 갑자기 그곳 기관장이 토양 조사했던 곳은 시험 재배를 할 수 없다고 했다. 벼를 이앙한 후에 토양 표본을 분석해 보니 토양산도가 양분을 흡수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산도값을 보였다.
두 번째는 접근성이 문제였다. 우리가 두 번 가기는 어려운 오지 중의 오지여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2025년에는 홉드도 볼강군 지역에 시험 재배를 했다. 여기도 오지이긴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이었다. 토양산도도 나쁘지 않았다. 우리는 볍씨를 가지고 볼강군의 허름한 호텔 화장실에서 종자를 소독하고 싹을 틔운 후 모판에 파종하였다. 먼 산에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해에는 드디어 많은 양과 좋은 품질의 낟알은 아니었어도 마지막 수확 단계까지 성공할 수 있었다.

몽골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벼. (사진 제공=농촌진흥청)
몽골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벼. (사진 제공=농촌진흥청)

 K-농업, 너는 누구냐

언젠가 농업 뉴스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아프리카 소식으로 알고 있는데, 아프리카 농업 관련 고위공무원이 한국에는 ‘농업의 신이 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는 기사였다. 아프리카에서도 우리나라 농업 과학자들이 많은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몽골에는 코피아 몽골센터가 있다. 지금까지는 수확 단계까지의 성공이었지만, 등숙률이 30% 정도여서 산업화하기에 부족했다.

2026년에는 산업화할 수 있도록 낮은 등숙률과 쌀 품질을 끌어올려서 몽골에서 처음으로 일반인에게 판매하는 단계까지 올리는 것이 목표였다. 몽골 땅에서 벼를 수확 단계까지 진전시킨 것도 대단한 일인데 이제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벼 수량과 품질의 벼를 재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4월 차가운 바람이 여전할 때 다시 볍씨를 들고 몽골 서쪽 끝 홉드도로 향했다. 몽골 홉드도 농업청의 낡은 비닐하우스 두 동을 빌려서 구멍 난 비닐하우스를 때운 후 볍씨 파종을 위해 모판과 못자리를 만들었다. 파종한 직후에 눈이 내리고 추운 날씨로 제때 싹이 나오지 않았다. 곧바로 못자리에 깔아놓은 모판을 모아 상자 쌓듯이 쌓아서 부직포와 비닐로 덮었다. 발아할 수 있는 온도를 확보하려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2~3일 후 땅 위로 싹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40일이 지나고 모내기를 할 수 있었다.

지금부터는 본 논에서 벼를 재배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이렇게 발생할 것 같은 문제는 지난해에 경험했기 때문에 준비할 수 있었다. 냉수로 인한 생육지연 문제는 온수지를 만들어 예방했고, 재배 지역에 야생동물이 많아 울타리도 만들었다.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6월 3일 논에 잘 자란 모를 이앙했다. 하지만 추운 날씨와 아직은 차가운 논물 때문에 벼의 생육은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느려지고 있었다. 우리나라 산간지의 농민들은 추운 날씨에도 자랄 수 있는 품종과 재배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추운 지역에서도 잘 자라는 ‘진부올벼’ 품종을 심었고, 추울 때 잘 견디도록 칼리질 비료도 주었다. 몽골 홉드도에는 빨리 오는 추위와 눈 때문에 늦어도 9월 25일경에는 수확해야 한다. 하지만 며칠이 부족할 것 같았다. 초기에 볍씨의 싹 틔우는 것이 늦었고, 이앙 직후 모가 약했기 때문이다. 10월 초에는 생각보다 등숙 속도가 늦어서 애가 탔지만 이후 몽골의 강한 조도와 온도가 이를 극복하게 했다.
 

혹한의 땅에서 누런 벼 이삭이 맺히다

9월 29일, 몽골의 서쪽 끝 홉드도의 한국 농촌진흥청 코피아 몽골센터 벼 시험 재배지에 황금빛 벼 이삭이 알알이 맺혔다. 몽골 사람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홉드도 지사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우리나라에서 가져온 콤바인으로 수확하는 장면을 바로 올렸다. 방문하는 사람마다 벼 이삭을 보고 놀랐으며 한국산 도정기로 쌀을 내서 밥맛을 보고 또 놀랐다. 밥맛 평가에서는 대부분의 몽골 사람들이 식미 검정표의 엑설런트 칸에 표시했다. 콤바인으로 수확된 양은 약 3500㎡에서 산물벼로 70여 가마니가 나왔다. 건조하면 많이 줄어들겠지만 많은 양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수확을 마치고 4월부터 10월까지의 2026년 몽골 벼 재배 시험을 마쳤다. 벼 재배에 참여했던 한국의 연구원, 전문가와 현지 직원들이 함께 시험 기간 내내 걸려 있던 자랑스러운 태극기를 내리면서 그동안의 힘든 생각과 대한민국이라는 자부심으로 벅찬 감격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몽골에서 40여 년 만에 벼를 수확했다. 아주 작은 일이긴 하지만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의 농업 연구자로서의 여정에서 대한민국을 위해 작은 몫 하나를 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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