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로봇 협업하니 생산성 38% 껑충”…세계는 지금 농업 로봇 시대 전환
정밀농업학회, 19일 ‘2026 춘계학술대회’ 개최…유럽·중국·미국·일본 첨단 농업 로봇 현주소 공유
세계 농업 로봇 시장을 선도하는 유럽, 미국, 중국, 일본의 석학들이 한자리에 모여 첨단 애그테크(AgTech)의 현주소와 실증 성과를 공유했다. 한국정밀농업학회는 지난 6월 19일 청주 오스코(OSCO)에서 열린 농업기술박람회와 연계해 ‘2026년 춘계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대한민국 농업이 나아갈 길을 집중 모색했다.
유럽(EU): 단일 로봇 넘어선 ‘데이터 생태계’와 강력한 현장 검증(TEF) 인프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유럽연구소 한창호 선임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유럽은 농업 로봇을 단일 기술이 아닌 거대한 데이터 생태계로 접근하고 있다. 데이터 수집 단계에서는 광역 지역을 커버하는 인공위성, 고해상도 매핑이 가능한 드론(UAV), 개별 작물을 밀착 마크하는 트랙터 장착형 센서가 동원된다. 최근에는 작물 잎의 미세한 생리적 변화에 따른 감자 방출량 변동을 감지하는 초고감도 ‘광전자 방출 센서’까지 개발돼 작물의 건강 상태를 국부적으로 정밀 진단하는 단계까지 진입했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AI 시스템을 통해 작물의 생육 진단 및 생산성 예측으로 이어지며, 최종적으로 로봇과 스마트 농기계가 정밀 살포, 제초, 수확 등의 실제 행동(Act)을 취하게 된다. 유럽 와인 산업의 핵심인 포도 수확 로봇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발표된 최신 연구에 따르면, 비주얼 이미징 시스템을 갖춘 ‘진단 로봇’이 초분광 카메라로 포도송이의 위치와 성숙도를 먼저 분석하면, 뒤이어 2개의 로봇 팔(그리퍼 암, 커터 암)을 장착한 ‘수확(Harvesting) 로봇’이 투입돼 상품 가치가 높은 포도만 골라 줄기를 자르는 유기적인 협업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유럽 농업 로봇 생태계가 한국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지점은 정부 차원의 강력한 ‘현장 검증 인프라’에 있다. EU는 연구실 안의 고도화된 시제품(TRL 6단계)이 실제 시장(TRL 8단계)으로 곧장 진입하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해, 이를 연결하는 고속도로 역할의 공식 플랫폼인 ‘어그리푸드 TEF(agrifoodTEF)’를 운영 중이다. 이 플랫폼은 기후, 토양, 작업자의 돌발 행동 등 실험실에서 완벽히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을 직접 마주하는 ‘실제 환경 테스팅(Real-world Testing)’ 단계를 필수로 요구한다. 철저한 현장 검증을 통과해 신뢰성을 확보한 기술만이 시장에서 필요한 솔루션으로 인정받으며, 비용 역시 EU의 체계적인 지원책을 통해 농가와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
중국: 지능형 농기계 연 78% 폭발적 성장… 전 분야 ‘로봇 춘추전국시대’
중국 로봇 농업 시장 트렌드에 대해 발표한 강원대학교 한웅철 교수는 “지능형 농기계 시장은 매우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연간 78%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라며 “최근 로봇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여 휴머노이드 로봇, 멀티모달 기반 로봇 등이 거대언어모델(LLM)과 결합되면서 로봇의 능력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노지, 과수원, 온실, 축산, 양식장 등 분야에 따라 요구되는 기술이 상이해 분야별로 다양한 로봇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기술 개발 속도 또한 매우 가파르다. 특히 노지 농업용 로봇 중 무인 벼 제초 로봇은 벼의 줄기를 자동 인지하고, 중앙 유도선을 추출해 경로를 스스로 분석한다. 인식률은 94%에 달하며 초속 13.8m 수준의 작업 능력과 장애물 회피 기능도 구비되어 있다.
세계 최대 차 생산국답게 차밭에 특화된 이동형 센싱 티봇(T-Bot)도 주목받는다. 경사지가 많은 재배 환경에 맞춰 자세 제어 기술이 기본 적용됐다. 또한 차 수확 로봇은 태양광 시스템을 적용해 90%의 수확률을 달성하고 있으며, 시간당 약 2300개의 찻잎을 수확할 수 있다. 과수 분야에서는 수확·수집·운반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한 시스템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사과 수확 로봇은 가시 영역 내 성공률 82%를 기록했으며, 최근 연구는 사람이 양손을 쓰는 것처럼 협력하는 ‘다중 로봇 팔 시스템’으로 진화했다. 장수대학교가 개발한 키위 통합 로봇은 4개의 로봇 팔이 병렬로 작업해 시간당 최대 3600개의 키위를 수확하며, 이는 숙련된 작업자 3~5명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한 듀어텍(Duoatech)사가 개발한 목화 적신(순지르기) 로봇은 야간 카메라와 스테레오 비전 기술을 탑재해 95%의 작업 성공률을 보였다. 특히 36개의 작업 암을 동시에 구동해 사람 대비 50배에 달하는 작업 효율을 달성하며 대규모 영농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축산 및 수산 분야에서는 레이센스 로보틱스(Raisense Robotics)의 가축 모니터링 로봇이 돼지의 체온, 울음소리, 체중을 자동으로 분석해 질병을 조기에 예찰한다. 양계장 로봇은 가시광선과 열화상 카메라를 동시에 활용해 폐사체 탐지 및 계란 품질 확인을 수행하며, 자동 충전 기능으로 24시간 무인 운영된다. 수산 분야에서는 수중 자율 주행을 통해 양식장 그물을 세척하는 청소 로봇이 등장해 사람 대비 5~8배 높은 작업 효율을 기록했으며, 설정된 경로를 따라 사료를 공급하는 무인 급이 로봇도 노동력 절감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미국: 야외 필드 제약 극복할 ‘맞춤형 AI’와 ‘디지털 트윈’ 솔루션
야외 딸기밭은 햇빛의 변화, 빛 반사, 비정형 구조 등으로 인해 AI 인식이 극도로 까다롭다. 딸기 재배 AI 모델을 연구한 플로리다대학교 최다은 교수는 이날 AI 인식의 중요성과 어려움에 대해 설명했으며, 실증 시 식별된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최 교수는 딸기 재배 시 해충을 막기 위한 천적 살포 시스템에서, 사진에 대한 보팅(Voting) 시스템을 적용한 알고리즘을 구현했다. 이 모델 자체의 정확도는 85%를 보였으며, 검출에 성공한 상황에서는 95%의 정밀도를 나타냈다. 이와 더불어 러너(줄기) 절단 로봇의 실증 결과, 잎에 가려지거나 숨어 있는 러너를 찾아내는 능력은 전체 러너 중 절반가량이 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곳에 존재해 종합 성공률은 48%에 머물렀다. 이 두 사례는 하드웨어 자체는 우수하더라도 AI 인식 오차가 누적되면 시스템 전체 성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 교수는 디지털 트윈 기반의 가상 시뮬레이션 솔루션을 적용했으며, 현장 데이터 수집의 한계와 비용 문제는 실제 환경을 똑같이 모방한 가상현실 '디지털 트윈'과 합성 데이터를 활용함으로써 획기적으로 돌파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최 교수는 “가상 데이터에 실제 데이터(Real Data) 10%를 혼합할 경우 거의 100%에 가까운 정확도를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딸기 자동화 로봇의 최종 퍼포먼스는 하드웨어가 아닌 AI 인식 정밀도에 의해 결정된다”라며 “자연환경의 한계를 돌파하고 데이터 수집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디지털 트윈 기술이 미래 AX(인공지능 전환) 농업 로봇 시장의 필수적인 전략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초고령화 소멸 위기 돌파구… ‘인간+로봇 협업’으로 생산성 38.6% 향상
일본은 현재 농촌 소멸 및 초고령화 대응을 위한 스마트 농업 체질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일본 농업 종사자의 58.7%가 70세 이상이고 오는 2043년에는 핵심 인구가 30만 명으로 급감함에 따라, 유휴 농지를 집단화하고 무인 농기계를 도입하는 등의 국가 전략적 대전환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로봇+사람' 협력 모델은 현장 경제성 및 노동력 확보를 가능케 하는 핵심 솔루션이다. 강연을 진행한 교토대학교 이다 교수는 “일본 농림수산성(MAFF)의 4단계 가이드라인 중 'Level 2(인근 감시하 자율주행)'를 대규모 벼 재배 필드에 실증한 결과, 기존처럼 사람이 혼자 작업할 경우 10a당 0.389시간이 소요됐으나 사람과 로봇의 협업을 통해 경운 작업 시간을 0.239시간으로 줄여 무려 38.6%의 작업 시간을 단축하는 명확한 현장 수익성 지표를 입증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딥러닝 기반 객체 인식(DDRNet) 기술로 쓰러진 벼나 장애물을 84% 이상 정밀 식별하고, 실시간 수확량·단백질 함량 지도를 클라우드 플랫폼(FMIS)으로 통합·표준화하는 본질적인 기술 개선을 선보이고 있다. 나아가 원격 감지 데이터와 농기계 작업 데이터를 클라우드 시스템 및 IoT 플랫폼과 유기적으로 연결해 농장 전체를 실시간으로 통합 관리하는 정보 생태계를 다지는 기술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