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브라질 정상회담 후 속도 내는 쇠고기 검역…한우 농가 “생산 기반 붕괴” 강력 반발

실효성 논란 빚는 피해 보완 대책…관세 철폐 속 농가 우려 증대

이현우 기자
승인 2026.07.31 15:34수정 2026.07.31 15:34
정부가 브라질 등이 속한 메르코수르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속도를 내면서 한우업계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사진 제공=한우협회)
정부가 브라질 등이 속한 메르코수르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속도를 내면서 한우업계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사진 제공=한우협회)


정부가 한·브라질 정상회담을 계기로 브라질산 쇠고기·돼지고기 수입 검역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료비 상승 등으로 벼랑 끝에 선 한우 농가의 현실을 외면한 채, 대책 없는 시장개방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전국한우협회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7월 27일 한·브라질 정상회담 이후 오는 8월 브라질 현지에서 쇠고기 수입을 위한 ‘위생·검역 기술진 현지실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한·브라질 4개년 행동계획(2026~2029년)’의 쇠고기 수입 위험평가 신속 이행 합의가 실제 수입 절차로 가시화된 것이다. 정부는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무역협정 재개까지 서두르며 남미산 축산물의 대대적인 국내 진입에 길을 터주고 있다.

숫자로 증명된 압도적 위협, 초토화될 국내 시장
메르코수르의 핵심국인 브라질은 세계 최대 축산물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브라질의 연간 쇠고기 생산량은 1261만 톤(2025년 기준), 수출량은 350만 톤에 달한다. 이는 2025년 한국의 전체 쇠고기 수입량(46만 8000톤)의 무려 7.5배에 달하는 물량이다.

이미 국내 축산업계는 브라질산 닭고기를 통해 남미산 축산물의 파괴력을 체감한 바 있다. 지난해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액은 전체 닭고기 수입의 56.2%(6억 2237만 달러·aT 농식품수출정보), 물량 기준으로는 66.8%를 점령하며 국내 가금 산업 기반을 뒤흔들었다. 이 같은 수입 폭풍이 쇠고기 시장으로 확대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브라질을 선두로 아르헨티나·파라과이·우루과이 등 다른 메르코수르 회원국의 추가 개방 요구가 이어질 수도 있다.

가격 경쟁력도 다른 수입 쇠고기보다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정육 1㎏ 기준으로 브라질산 쇠고기 가격은 10.37달러(출처:GlobalProductPrices.com)로, 캐나다(19.86달러)와 미국(18.80달러), 호주(17.39달러)보다 저렴했다.

반면 국내 한우 농가의 경영 상태는 한계에 다다랐다. 지난해 한우 비육우 마리당 순손실은 51만 9000원에 달하며 4년 연속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매년 약 5000 농가가 폐업하는 비극이 이어지는 실정이다.

전국한우협회는 수입량이 30% 증가할 경우 한우 비육우 가격은 마리당 53만 2000원, 송아지 가격은 62만 2000원 폭락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른 국내 생산자 잉여 감소액만 연간 4087억 원에 달한다.

실효성 논란 빚는 피해보전 대책…무관세 공세 속 농가 우려 증대
브라질산 쇠고기 수입 개시가 국내 축산업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지만 정부는 메르코수르와의 FTA가 한우산업 등에 미칠 피해 분석과 구체적인 보완 대책에 대해선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가 FTA 수혜 산업의 이익을 농어촌에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10년간 목표액 1조 원의 31% 수준인 3100억 원 조성에 그쳤고 이마저도 피해 농가가 체감하는 직접지원 효과는 사실상 전무하다.

더욱이 기존 FTA 체결에 따른 관세 장벽도 속속 무너지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관세는 이미 0%로 철폐됐고, 호주산은 2028년, 캐나다·뉴질랜드산은 2029년 관세 완전 철폐를 앞두고 있다. 거대 축산 수출국들의 무관세 공세 속에 브라질산 초저가 쇠고기까지 유입된다면 국내 한우 산업의 생산 기반은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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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한우협회(회장 민경천)는 7월 30일 성명서에서 “피해 분석과 구체적인 보완 대책은 내놓지 않은 채 시장개방 절차부터 앞세우는 것이 대통령이 강조한 ‘농업은 매우 중요한 안보 전략사업’이라는 인식에 부합하는 행태인가”라며 농업 현실을 외면한 채 대통령의 농정 철학에 역행해 일방적인 시장개방을 밀어붙이는 관계 부처의 편향된 통상정책을 비판했다.

한우협회, “충분한 보완 대책부터 마련하라” 촉구
이들은 △일방적인 시장개방 추진 중단과 한우산업에 미칠 피해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실효성 있는 대책 수립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 및 피해보전직불제의 발동 요건과 지급단가 현실화 △범정부 차원의 자국산업 보호 종합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민경천 회장은 “그동안 미국 등과의 FTA로 시장이 개방되면서 한우 농가들은 많은 피해를 겪었다. 여기에 사료값 인상 등에 따른 생산비 상승을 견딘 상황에서 농가들에게 또다시 희생을 강요하면 안 된다”며 “충분한 보완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메르코수르 무역협정을 체결한다면 한우산업은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처할 것”이라며 일방적인 시장개방을 반대했다.

정부는 브라질 내에서 K-팝, K-푸드, K-뷰티 등 한국 문화와 제품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향후 브라질과의 협력을 통해 식품·화장품·보건 제품 등에 대한 수출, 브라질의 풍부한 핵심 광물 자원 확보 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국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선언문에도 해당 내용이 담겼다.

청와대 김용범 정책실장은 7월 29일 브리핑에서 “한국수입협회는 미국·호주에 집중된 한국 소고기 수입처를 브라질 등으로 다변화해 한국 시장에 소고기가 안정적으로 공급되길 희망한다. 이를 위한 검역 협상과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이 신속히 추진되길 바란다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이어 대통령 발언을 인용해 “한국 공산품의 브라질 시장개방과 브라질 농축산품의 한국 시장개방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있지만 양국 모두에게 도움이 되므로 양국의 전담 라인이 조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혀 브라질산 쇠고기의 한국 진출 가속화를 시사했다.
 

이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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