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밭 갈아엎는 비극 끊으려면"... 농업 AI 핵심은 '소비 데이터' 

생산·소비 단절로 반복되는 가격 폭락… 해외는 현장 데이터로 폐기물 76% 감축 섭취율 격차 19%p 파악한 AI 기술… 국가 차원의 종합 데이터 플랫폼 구축 시급

이현우 기자
승인 2026.07.28 17:37수정 2026.07.29 15:04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은 ‘AI 전환 시대의 농업 기술 전망: 농림식품산업 AX 전환을 논하다’를 주제로 ‘제40회 농림식품산업 미래성장포럼’을 7월 22일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개최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은 ‘AI 전환 시대의 농업 기술 전망: 농림식품산업 AX 전환을 논하다’를 주제로 ‘제40회 농림식품산업 미래성장포럼’을 7월 22일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개최했다.

올해 양파와 오이, 애호박 등 주요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면서 농민들이 애지중지 키운 밭을 갈아엎고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는 농민대회를 7월 7일 개최했다.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트랙터가 농촌의 미래로 부상하고 있지만 들녘의 현실은 여전히 냉혹하다. 올해도 비극은 되풀이됐다. 전문가들은 현장의 정교한 ‘데이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농산물 수급 불균형과 시세 폭락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AI 전환 시대에 한국 농업이 살아남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생산과 함께 ‘소비 데이터’ 구축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은 7월 22일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AI 전환 시대의 농업 기술 전망: 농림식품산업 AX 전환을 논하다’를 주제로 ‘제40회 농림식품산업 미래성장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누비랩 김대훈 대표는 농식품 산업의 모순적인 현실을 날카롭게 짚었다. 김대훈 대표는 “글로벌 농식품 시장 규모는 약 9조 7000억 달러(BCG 기준·2026년 전망)로 세계 최대 수준이지만, 디지털 전환(DX) 성숙도는 금융, 제조, 헬스케어, 미디어 등 타 산업군과 비교해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디지털·데이터 공백’으로 생산자는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해도 최종 소비 수요와 시장 흐름을 알 수 없다. 정부와 정책 담당자 역시 보조금 지원이나 농산물 공급 정책만 파악할 뿐, 실제 정책이 현장에 어떤 성과를 냈는지 검증할 데이터가 없다. 생산부터 유통, 최종 소비 단계까지 이어지는 데이터 사슬이 단절된 탓에 농가와 정부, 소비자 모두가 매년 반복되는 수급 불안정으로 골머리를 앓는다.
김대훈 대표는 “소비 데이터 부재로 인해 농식품 생산 최적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판매 데이터는 수요의 흔적에 불과하다. 실제 소비 데이터가 있어야 식품산업의 최적화가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AI 핵심은 ‘현장 맥락 데이터’…해외 성공 사례가 주는 시사점
결국 농업 현장과 소비 접점에서 정교하게 데이터를 수집한 AI의 경쟁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는 이미 현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교한 AI 산업화를 이뤄내고 있다.
실제 아랍에미리트(UAE)의 13개 호텔에서는 AI 카메라와 중량 센서로 버려지는 음식을 실시간 분석해 생산량·제공량·메뉴 구성을 실시간으로 개선하고 있다. 4개월 실증 운영한 결과 주방 폐기물을 76%, 식사 후 잔반을 55% 감축하는 성과를 냈다.

호주 신선식품 유통 플랫폼 ‘프레쇼(Freshō)’는 수기 작성에 의존하던 발주 시스템을 AI 주문 자동 구조화로 전환했다. 실시간 수요를 정교하게 예측해 재고 정확도를 98.6%까지 끌어올렸고, 정확한 발주·파킹·배송으로 과잉재고와 폐기를 최소화했다. 그 결과 누적 주문 3000만 건 처리(최근 1년 약 1000만 건)와 17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3명 전문가들의 주제 발표 이후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포럼에서는 전문가 3명의 주제 발표 이후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1% 소비 최적화가 부르는 2조 3000억 원의 파급력
특히 김대훈 대표는 그동안 농업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소비 데이터’의 가치를 집중 조명했다. 그는 발표에서 “단체 급식으로 채소를 30% 배식한 것이 아이들이 채소를 30% 먹었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며 “AI 기술로 실제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아이들의 실제 채소 섭취 비율은 11%에 불과해 19%포인트의 격차가 발생했다. 그동안 이러한 소비 데이터가 쌓이지 못했던 데에는 명확한 구조적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먹는 양과 형태가 매번 달라 표준화된 데이터 수집이 어려웠고 24시간 회상이나 자가 입력 방식은 정확도와 지속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기록을 남기려면 사용자가 많은 시간을 소요해야 하는 입력 중심 서비스 구조로 유지율이 낮았고 급식·영양·의료 등 각 분야의 데이터가 파편화돼 통합 분석이 불가능했다.

김대훈 대표는 “소비 데이터 공백을 메워 1%만 소비를 최적화해도 막대한 경제적·환경적 가치가 창출된다”며 “국내 식품시장(약 230조 원·한국개발연구원 2024년)을 기준으로 1% 소비 최적화를 달성하면 최대 2조 3000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식재료 낭비 감소, 재고·물류 최적화, 건강 증진에 따른 의료비 절감 등이 포함된 수치”라며 “또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139만 톤(CO2e·환경부 2023년 기준) 감축하는 엄청난 환경적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풍부한 데이터가 AI 성능을 만들고 산업의 미래를 바꾼다. 식품산업의 AI 전환은 실제 소비를 데이터화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김대훈 대표의 발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생산 단계의 생육 데이터부터 유통 물량, 그리고 식탁 위의 최종 소비 데이터까지 연결하는 ‘국가 농식품 종합 데이터 플랫폼’ 구축이 필요한 시기다. 데이터의 연속성과 현장성이 담보될 때 비로소 정부의 농업 정책도 단순 ‘공급 정책’에서 실질적인 ‘성과 중심 정책’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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