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비 73% 낮추고 부패율 잡았다…K-고구마, 태국 선박 수출 길 열어

'복합 선도유지 기술' 적용, 장거리 선박 수송 부패율 획기적 개선 태국 최고급 매장 완판 후 48톤 정례 수출 계약

백철현 기자
승인 2026.06.05 09:00수정 2026.07.03 15:56

동남아 프리미엄 디저트 시장에서 일본산 고구마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한국산 고구마가 혁신 기술을 다듬어 본격적인 '선박 수출 시대'를 열었다. 비싼 항공 물류비 부담을 덜고 품질은 오히려 높이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까다로운 해외 바이어들의 입맛을 단숨에 사로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촌진흥청은 일본산 고구마가 선점하고 있던 태국 최고급 고구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복합 선도유지 기술’을 적용한 선박 수출 모델을 확립하고 현지 시장 개척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한국산 고구마는 장거리 선박 운송 시 부패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고비용 항공 유통에만 의존해 왔고, 이는 곧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태국 시장 점유율 확산에 걸림돌이 됐다.

농촌진흥청 연구진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한 핵심 카드는 ‘개선된 큐어링(Curing) 공정’과 ‘고구마 맞춤형 기체제어(CA, Controlled Atmosphere) 기술’의 병행 투입이다.

기존 1회에 그쳤던 큐어링 처리를 수확 직후와 세척 과정 후 등 총 2회로 확대해 고구마 상처 부위의 보호층(코르크층) 형성을 극대화했다. 미생물 침입을 원천 차단한 것이다. 여기에 컨테이너 내부 환경을 고구마 생리에 맞춰 온도 10~12℃, 습도 75%, 산소 5%, 이산화탄소 12%로 정밀 제어해 수송 중 고구마가 숨쉬는 속도(호흡률)를 낮췄다.

효과는 드라마틱했다. 이번 실증에는 ‘꿀 고구마’로 알려진 2개 품종에 대해서 실증이 이뤄졌으며, 실증 결과 현지 도착 10일 후 부패율이 기존 65%에서 8% 수준으로 대폭 감소했다. 장기저장 고구마 역시 부패율이 86%에서 12%로 억제됐다. 이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산 유통 기준(10일 후 12% 이하)을 완벽히 충족하는 수치로, 전 과정에서 단 한 건의 반품이나 항의도 없는 ‘클레임 제로(0)’를 달성했다.

기술의 혁신은 곧바로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8톤 기준으로 기존 항공 운송 시 약 1500만 원이 들던 물류비가 선박 CA 운송으로 전환되면서 약 400만 원으로 줄었다. 무려 73%의 예산 절감 효과를 거뒀다.

현지에서 일본산보다 가격이 3000원 정도 저렴한 K-고구마는 가격과 품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태국 최고급 백화점 매장인 ‘고메 마켓(Gourmet Market)’ 16개 점포에 당당히 입점해 한 달 만에 전량 완판되는 기염을 토했다.

현지 바이어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기술력을 높이 평가한 태국 바이어는 연간 48톤 규모의 고구마 수출을 요청하며 정례화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기존에 전량 항공으로만 수입하던 한국산 '딸기' 역시 이 기술을 적용해 배로 보내달라고 강력히 희망해, 오는 12월 시범 수송을 추진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농촌진흥청 안욱현 수출농업기술과장은 “이번 성과는 물류비 상승 부담과 고구마의 고질적인 부패 문제를 동시에 극복해 낸 선도적인 연구개발 성과”라며, “고구마를 시작으로 해외 시장 선호도가 높은 우리 신선농산물 전반에 선도유지 기술을 접목·고도화하여 세계 시장에서 K-푸드의 위상을 더욱 높이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수출활성화를 위해 aT와 함께 지원이 원활할 수 있도록 잘 협의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백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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