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그테크 라이징] 아이오크롭스 조진형 대표, ‘농민 맞춤형 실용기술’로 돌파구 찾는다
‘방제로봇·인력관리 솔루션’으로 국내외 애그테크 시장 정조준
최근 국내 농업계의 최대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무인 로봇을 결합한 ‘스마트농업’이다. 정부가 스마트농업 확산 전략을 추진함에 따라 다양한 첨단 기술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농가 현장에서는 여전히 “천문학적인 도입 비용에 비해 다루기 어렵고, 고장이라도 나면 대책이 없어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실험실에서 탄생한 고도화된 기술과 실제 농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현장 현실 사이에 깊은 격차(Gap)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포항공대 공학 연구원 출신인 아이오크롭스 조진형 대표는 이러한 격차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있는 인물이다. 기계공학도로서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물리적 설계를 고민하던 그는, 기술 적용이 비교적 더뎠던 농업 분야를 블루오션으로 판단하고, 2018년 아이오크롭스를 설립해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농사 경험이 전무했던 조 대표는 창업 전 천안의 한 토마토 농장에서 무보수 연수생을 자처하며 직접 흙을 밟았다. 그는 “현장에서 농기구를 쥐며 몸소 느낀 것은 기술 수준이 농가 눈높이보다 지나치게 높으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이었다”며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농업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농민들이 겪는 실제 고민을 해결하는 실용성이 최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진청 기술이전 ‘방제로봇’과 직관적 통합 플랫폼 ‘아이오팜’
아이오크롭스는 센서부터 데이터 분석, 로봇까지 아우르는 ‘FTVC(Full Tech Value Chain)’를 구축했다. FTVC는 고령화로 무너지는 농촌의 노동력 문제를 해결하고, 온실 자동화를 통한 ‘무인 자동화 온실(Autonomous Greenhouse)’을 구현하는 것이 최종 지향점이다. 예찰·방제·수확으로 이어지는 로봇 라인업 중 현재는 ‘방제’ 영역 상용화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아이오크롭스는 오는 8월 말 스마트팜 방제로봇 ‘헤르마이(HERMAI)’의 본격적인 출시를 앞두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기술이전을 받아 개발된 이 로봇은 현재 신기술보급사업을 통해 보급이 추진 중이며, 향후 정식 농기계 등록 등의 절차가 완료되면 농가들이 구매할 수 있을 전망이다.
헤르마이’는 작업자 없이도 로봇이 스스로 줄을 바꾸어 움직이는 ‘자동 조향 및 열 전환 기능’이 핵심이다. 특히 모듈화된 모바일 구동 플랫폼을 자체 개발해 하드웨어 단가를 낮췄으며, 향후 동일한 구동부에 모듈만 교체하면 예찰이나 수확 로봇으로 전환할 수 있는 양산 체계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지능형 농장 통합 운영 시스템인 ‘아이오팜(ioFarm)’ 역시 현장 중심으로 재편됐다. 해외의 복잡한 대시보드 서비스를 벤치마킹하는 시행착오 끝에, 현재는 농가에 가장 필수적인 ‘관수(물주기) 모니터링’에 집중하고 있다. 식물이 물을 얼마나 흡수하는지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량관수나 소량다회 관수 등 뿌리 발달과 성장에 필요한 직관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물과 영양분의 과부족을 철저하게 관리해준다.
북미 현지 농가 인건비 20% 절감… 데이터로 증명한 생산성
스마트팜 작업·인력 관리 솔루션인 ‘에이션(Ation)’은 농가의 고질적인 인력 관리 스트레스를 투명한 데이터로 해결하고 있다. 작업자가 온실 내 라인마다 배치된 QR코드를 스캔하면, 근무 시간과 작업 효율이 실시간으로 기록된다. 현장에서 작업자별 결과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어 동기부여와 함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평가다.
이 솔루션은 인건비 비중이 높은 북미 지역에서 구체적인 수치로 성과를 증명했다. 아이오크롭스에 따르면 캐나다의 4만 1000평 규모 복합 선별 포장센터에 에이션을 도입한 결과, 단위시간당 업무량이 최소 20%에서 최대 35%까지 증대됐다. 캐나다 ‘프리즘 팜’ 역시 작업 효율이 30% 증가해 전체 작업 시간이 하루 평균 2시간가량 단축됐다는 자체 데이터를 공유했다.
비용 절감 효과도 뚜렷하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한 오이·파프리카 농가는 “에이션을 통해 각 작업자의 적재적소 배치가 가능해져 인건비를 20% 절감했다”고 밝혔다. 특히 총 8명의 인력으로 운영되던 한 농가는 시스템 도입 후 1명을 감축해 무리 없이 운영함으로써, 연간 약 5000만 원의 인건비를 고스란히 절약하는 효과를 보였다.
‘전국구 AS 체계’와 ‘재배 가이드’로 현장 진입 장벽 허물다
아이오크롭스는 첨단 기기 판매에만 머무르지 않고, 고령 농민이나 초보 농사꾼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재배 가이드 콘텐츠’를 아이오크롭스의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정기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제품 구매 여부와 상관없이 농가에 꾸준히 지식을 전달하며 신뢰 기반의 접점을 넓혀가는 전략이다.
철저한 사후관리(AS) 정책도 현장의 호응을 얻고 있다. 제품별로 1~2년의 무상 보증 기간을 제공하며, 사용자 귀책이 없는 한 전폭적인 수리를 보장한다. 특히 전국 시·군 단위의 지역 협력업체들과 촘촘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하루에도 수차례 발생하는 센서 문의나 로봇 작동 오류 등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전국 단위 AS 체계를 완성했다.
올해 창업 8년 차를 맞이한 아이오크롭스는 첨단 기술과 현장의 간극을 ‘합리적인 가격의 로우테크(Low-Tech) 제품 병행’으로 극복하고 있다. 현재 국내 스마트팜 공급 시장 매출 규모가 아직 100억 원대 미만에 머물러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자생적인 수익 모델을 강화해 100억 원 이상의 매출 규모로 성장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했다.
대한민국 농업 AX(인공지능 전환) 이끌고 글로벌 시장 정조준
기술력을 인정받은 아이오크롭스는 지난해 ‘농식품 창업콘테스트 대통령상(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 초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 제1회 ‘스마트농업 우수기업’(총 15개 사)에 선정됐다. 앞서 2020년 세계 농업 AI 경진대회(네덜란드)에서 ‘디지로그’ 팀으로 참가해 3위를 수상하며 글로벌 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네덜란드의 프리바(Priva), 홀티맥스(Hortimax) 등 글로벌 거대 기업들이 선점한 인력 관리 솔루션 시장에서 아이오크롭스가 선택받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단순함과 유연성’에 있다. 기존 글로벌 기업들의 시스템은 노후화되고 구조가 복잡한 반면, 아이오크롭스의 솔루션은 필수 기능만 담아 직관적이다. 특히 전용 하드웨어 스캐너 대신 스마트폰 앱으로 구동돼 장비 고장 리스크가 없다는 점이 대규모 농장주들의 관심을 끌었다.
해외 시장 특성상 구매 전환 주기가 1년 이상으로 길다는 제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출 1년 미만의 기간 동안 소프트웨어(에이션)로만 10건의 유상 구매 계약을 성사시켰다. 현재 100여 개 잠재 농가의 영업 파이프라인을 확보한 상태다. 미국, 멕시코, 네덜란드 시장을 중심으로 영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이 협상 이력들은 향후 방제로봇 도입을 위한 잠재 시장으로 연결될 전망이다.
조진형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8월에 출시되는 헤르마이 방제로봇을 10~20대 정도 판매한 이후에 양산 프로세스를 만들어서 공장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기업형 농가들을 대상으로 로봇이 뛰어다니는 완전 무인자동화 온실을 구현하는 것이 장기적 목표이자 최종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