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뚫는 ‘K-농업 AI’ 뜬다

농진청 개최한 ‘2026 농업기술박람회’에서 AI 영농비서 ‘이삭이·새싹이’ 주목 농민의 영농비서 역할 기대…다채로운 강연과 이벤트로 관람객 몰려

백철현 기자
승인 2026.06.18 09:00수정 2026.07.02 10:52
2026 농업기술박람회에서 개최를 알리는 테이프 커팅식이 진행되고 있다.
2026 농업기술박람회에서 개최를 알리는 테이프 커팅식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주 농작업 일정이 어떻게 돼?”라고 농민이 스마트폰 앱에 질문을 던지자, 화면에 구체적인 답변이 즉시 출력된다.
“이번 주말 전국적인 집중호우가 예상됩니다. 도열병 발생 확률이 75%로 고위험군에 속하니, 바람이 적은 목요일 새벽 시간대를 활용해 선제적 방제 작업을 완료하십시오.”

농촌진흥청이 6월 18일 충북 청주 오스코(OSCO)에서 개최한 ‘2026 농업기술박람회’ 현장의 풍경이다. 이번 박람회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곳은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농업 전문 AI 에이전트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애그리 월드(Agri World)’ 부스였다.

이날 소개된 AI 어시스턴트 ‘AI 이삭이’와 ‘AI 새싹이’는 기후위기와 농촌 고령화라는 농업계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똑똑한 농업 전용 인공지능 에이전트다. AI 이삭이는 현장 농민들을 위한 맞춤형 영농비서 역할을, AI 새싹이는 석·박사급 농업 연구원들의 연구를 돕는 디지털 조력자 역할을 수행한다.

AI 이삭이의 핵심 경쟁력은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종합 영농 스케줄링’이다. 농민이 대화형 프롬프트(명령어) 창에 질의하면 시스템이 실시간 기상청 예보 데이터와 해당 필지의 토양·작물 데이터를 연계 분석해 최적의 농작업 타이밍을 추천한다. 기후 위기로 예측 불가능한 폭우와 폭염이 잦아진 현 상황에서, 농민이 일일이 기상정보를 해석할 필요 없이 AI가 선제적으로 안전한 작업 가이드를 제안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하드웨어를 제어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 기술을 접목해 정밀 농업의 완성도를 높였다. 스마트 온실의 온·습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면 자동으로 개폐 장치를 원격 제어하며, 드론 방제 시스템과 연동해 병해충 초기 징후가 감지된 ‘타깃 구역’에만 약재를 정밀 살포하는 체계까지 갖췄다.

농촌진흥청 농업지능데이터팀 관계자는 “올해 9월 1차 서비스 오픈 및 시연을 목표로 개발 중인 ‘AI 이삭이’는 단순한 안내 서비스를 넘어 농민의 손발이 되는 능동형 비서”라며, “고령 농업인도 복잡한 조작 없이 스마트폰 직관적인 UI(사용자 환경)나 카드뉴스를 통해 원격 제어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이어 데이터 측면의 실효성에 대해 “전체 필지에 약재를 살포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병해충 발생 구역만 타깃팅해 정밀 살포하기 때문에 오남용을 막을 수 있다”라며,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농가 경영비(ROI)를 최대 35%까지 절감할 수 있는 실증적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6 농업과학 10대 유망기술로 보는 미래 농업 청사진
이번 행사에서는 기후위기와 인공지능(AI)이라는 대전환기를 맞아 대한민국 미래 농업의 정량적 성장을 견인할 ‘2026 농업과학 10대 유망기술’도 공식 발표됐다.

농촌진흥청과 (사)한국농식품생명과학협회가 공동 선정한 10대 유망기술은 △농업위성 데이터 자동분석 플랫폼 △AI 기반 농장 통합관리 시스템 △에너지 자립형 스마트팜 △농업부산물 에너지화 기술 △디지털 가상육종 플랫폼 △마이크로바이옴 설계 기술 △맞춤형 케어푸드 △농업기후 통합관측·재해예측 시스템 △돌발 병해충 예측 시스템 △저메탄 기능성 발효사료 기술이다.

해당 기술들이 향후 영농 현장에 본격 적용된다면, 인공지능을 통해 병해충과 수확 시기를 사전에 파악하고 자율주행 농기계를 통해 농번기 노동력을 대폭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위성을 통해 재해 위험 사각지대까지 실시간으로 분석해 농가의 선제적 의사결정을 돕는 한편, 태양광 에너지 저장을 통한 에너지 자립 및 저탄소 축산 전환을 통해 농업 분야의 탄소 중립 실천을 앞당길 전망이다.


“화려한 기술 이면의 경제성·실효성 입증이 농업 AX의 성패 가를 것”
이날 오후 진행된 농업기술전망대회에서는 국내 기후 전문가와 애그테크(AgTech) 기업인들의 깊이 있는 기조강연과 토론이 이어졌다.

남재철 전 기상청장은 ‘기후위기 시대 농업·농촌의 현안 및 농업 기술의 역할’이라는 주제발표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과 강수의 양극화는 곡물 가격 상승과 식량 자급률 저하로 이어져 국가 경제의 엥겔지수를 높이는 심각한 요인”이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AI와 데이터에 기반한 미래 스마트팜, 디지털 육종과 기후 적응 품종 등 농업과학기술의 대전환과 혁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AI와 로봇에 기반한 성공적인 농업 AX(인공지능 전환)’를 주제로 강연한 대동AI랩 최준기 대표는 “맞춤형 AI 에이전트와 피지컬 AI의 결합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질 때 기술적 시너지가 극대화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 대표는 첨단 기술의 화려함 이면에 존재하는 농가 도입 시의 현실적인 장벽을 짚으며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최 대표는 “농업 AX가 안정적으로 뿌리내리려면 농촌의 고령화된 생태계가 기술을 원활하게 수용할 수 있는 구조로 체질 개선이 되어야 한다”라며, 무엇보다 “초기 투자 비용 대비 경제성과 실효성이 농가 현장에서 데이터로 명확하게 입증되어야 주체적인 도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끝으로 “향후 대한민국 농업도 K-방산처럼 ‘K-농산업 통합 시스템’이라는 패키지 수출 모델을 구축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야 하며, 이는 미래 세대에게 지속 가능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보루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박람회는 한국 농업이 단순한 1차 산업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데이터 저널리즘과 첨단 AX 기술을 장착한 미래 성장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신기술의 현장 안착을 위한 지원책과 실증 데이터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선행 과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백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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