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박홍재 신임 농기평 원장 “진짜 R&D는 현장 보급…성과확산 전담 부서 신설”

지도관 출신 첫 수장…“미래가치 창출하는 ‘혁신 플랫폼’ 역할과 예산 3500억 시대 열 것”

이현우 기자
승인 2026.07.14 19:46수정 2026.07.14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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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의 신임 수장으로 취임한 박홍재 원장은 1996년 농촌지도사로 공직을 시작해 30여 년 동안 다양한 현장을 다닌 전문가로 평가되고 있다.

"오랜 기간 농민들이 축적해 온 현장의 지혜에 인공지능(AI), 로봇, 바이오 같은 첨단 기술을 융합하겠습니다. 농기평을 농업 현장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고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혁신 플랫폼'으로 만들겠습니다."

기후 위기, 식량안보, 글로벌 경제 변동성 등 한국 농업이 유례없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한 지금,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이하 농기평)의 새로운 수장으로 취임한 박홍재 원장의 각오는 남달랐다. 1996년 농촌지도사로 공직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30여 년간 중앙과 지방의 현장을 지켜온 그는 농기평 설립 이래 ‘첫 농촌지도관 출신 원장’이라는 상징성을 지닌 채 임기를 시작했다. “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고 강조하는 박홍재 원장을 13일 전남 나주 소재 농기평 원장실에서 만나 그가 그려갈 한국 농업 R&D의 미래와 청사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박홍재 원장이 강조한 내용을 주제별로 정리했다.

 Part 1. 현장의 지혜와 첨단 기술의 융합: 첫 농촌지도관 수장의 체질 개선 약속

-제7대 농기평 원장으로 취임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농촌지도사로 시작해 농기평의 수장까지 오르셨는데, 취임 소회와 남다른 각오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우선 농식품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농기평의 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어 매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현재 우리 농업은 기후 위기와 식량안보, 글로벌 경제 변동성 심화 등 큰 위기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농산업 현장에서 축적된 지혜에, 인공지능(AI)·로봇·바이오 등의 첨단 기술을 융합하는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 30여 년간 현장과 정책을 두루 거치며 ‘위기를 기회로 바꿀 해답은 결국 현장에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감했다. 앞으로 농기평이 농업 현장의 당면 과제를 신속히 해결하고,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혁신 플랫폼’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도록 제 모든 경험과 역량을 쏟겠다.”

-농기평 설립 이래 ‘첫 농촌지도관 출신 원장’으로 안팎의 기대와 주목이 크다. ‘현장 전문가’로서의 실무 경험이 향후 농기평의 R&D 기획과 관리 방식에 어떤 차별성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현장을 잘 안다는 것은 농식품 R&D를 기획·관리하고 성과를 확산하는 데 있어, 현장 중심의 명확한 ‘기준점’과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선 농민과 농산업체의 실수요를 아주 촘촘하게 발굴해 반영할 것이다. 정말 현장이 필요로 하는 R&D 사업과 연구과제가 기획되고 투자되도록 체질을 개선하겠다.
여기에 규정과 원칙에 기반한 공정한 평가 체계를 엄격히 준수하되, 그 안에서 ‘현장 적용성’이나 ‘제품화·산업화 가능성’이 핵심 평가 요인으로 다뤄지도록 R&D 관리 방식을 성과·활용 중심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현장 목소리가 R&D 지원 시스템과 제도 속에서 공정하고 실효성 있게 실현되는 튼튼한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 저만의 차별성이다.”

-취임사에서 “오랜 기간 현장에 축적된 지혜와 첨단 기술의 융합”을 강조하셨다. 원장님께서 그리시는 ‘현장 맞춤형 첨단 농업 기술’의 구체적인 청사진은 무엇입니까.
“농업인들이 오랜 세월을 거쳐 체득한 경험과 노하우를 인공지능, 로봇, 모빌리티 등의 첨단 기술로 구현하고, 이를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현장 솔루션'으로 확산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농업인과 기업, 유관기관을 직접 찾아가는 현장 밀착형 소통을 추진하겠다. 내부 구성원은 물론 기술 분야별 외부 전문가와 협력해 현장의 절박한 수요가 무엇인지 직접 묻고 파악하겠다. 이렇게 발굴된 현장 수요를 첨단 기술 융합 R&D와 긴밀히 연계해, 한국 농산업의 미래를 대비하는 튼튼한 혁신 기반을 만들어 가겠다.”

Part 2. R&D 예산 효율화와 개방형 혁신: 3500억 예산 확보와 다부처 패키지 구상

-최근 공공 R&D 예산의 효율화와 성과 제고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원장님의 개방형 혁신 의지와도 일맥상통하다고 생각하는데, R&D 기획과 관리 단계에서 특히 강화하고 싶으신 부분은 무엇입니까.
“한정된 R&D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확실한 파급효과를 내려면 산·학·연 협력으로 국가적 핵심 기술을 선점하고, 개발된 기술이 현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하는 지원체계를 확고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농기평을 중앙부처, 지자체, 대학, 기업, 농업인을 하나로 아우르는 ‘협업 플랫폼’으로 전환해 개방형 혁신 체계를 다지겠다. 사업 기획부터 연구 지원, 성과 창출과 실증, 현장 확산 및 산업화까지 전 과정이 유기적으로 진행되도록 소통과 협업을 대폭 확대할 것이다. 인공지능과 로봇 같은 미래 신기술 분야를 선도적으로 기획하고 연구개발을 지원해 농산업의 고부가가치 창출을 견인하려고 한다.
연구를 위한 연구에 머물지 않도록 스마트농업이나 푸드테크처럼 정책 및 산업적 투자 방향에 부합하는 ‘가치 창출형 신규 사업 기획’에 집중하겠다. 현장 수요를 반영한 융복합 연구과제를 전략적으로 지원해 투입 대비 최고의 파급력을 내는 공공 R&D 생태계를 조성하겠다.”

-기술을 개발해도 농가와 산업 현장으로 확산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R&D 성과의 실효성을 높이고 농민과 국민의 체감도를 제고할 복안을 설명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제는 정량적 목표만 채우는 연구를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연구가 종료되는 시점에 실증 모델, 시제품, 표준화 기술, 현장 매뉴얼 등 현장에서 바로 눈으로 확인하고 즉시 쓸 수 있는 ‘실질적 산출물’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R&D 관리 체계를 개편하겠다.
또한 공공 R&D의 진정한 가치는 국민이 삶에서 직접 체감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이에 따라 농기평은 훌륭한 R&D 성과를 농민과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일에 주력할 것이다. 특히 수요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현장에서 무엇이 달라지는가’를 명확히 보여주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연구 성과확산을 위한 ‘홍보’ 기능을 대폭 확대하겠다.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 국민들이 공공 R&D의 파급력을 피부로 느끼게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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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농촌 인구 감소, 고령화는 당장 우리 농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 극복을 위해 농기평이 최우선으로 지원할 핵심 기술 분야는 무엇이며, 어떻게 이행할 계획인가요.
“위기 극복의 열쇠는 결국 AI 대전환 대응과 스마트농업, 바이오, 푸드테크 등 첨단 기술의 융합과 활용에 있다.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R&D 예산이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농촌의 심각한 노동력 부족을 대체할 ‘농산업 로봇’과 기후변화에 대응할 ‘기후 적응형 품종 개발’ 등 AI 융복합 기술 분야에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다만, ‘첨단 기술’이라는 화려한 이름에만 매몰돼 현장과 괴리되는 기술이 나와서는 안 된다. 현장의 농업인, 기업인들과 끊임없이 만나 소통하며 당장 시급하다고 느끼는 문제들을 첨단 기술로 확실히 풀어낼 수 있도록, 가장 실질적이고 현장 밀착적인 R&D를 기획해 지원하겠다.”

-올해 농기평 예산은 약 2375억 원입니다. 원장께서는 농식품 R&D 예산으로 3500억 원 이상 확보하겠다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1000억 원 이상 예산을 증액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로 보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십니까.
“기관 수장으로서 예산 확보는 언제나 무거운 숙제다. 사실 농기평 단독으로 대규모 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그 돌파구가 부처 간 장벽을 허무는 ‘다부처 패키지 사업’이다. 인공지능 기반 피지컬 로봇이나 미래 고부가가치 바이오산업 등은 농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농식품부와 농기평을 중심으로 보건복지부, 산림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유관 부처와 함께 프로젝트를 기획하면 예산 확보 명분이 생긴다. 이를 위해 직원들에게 2028년도 착수를 목표로, 다부처 사업을 선제적으로 발굴하라고 주문했다.”

Part 3. 조직 혁신과 글로벌 경쟁력 도약: AI 기반 스마트 R&D 시스템 고도화

-내부 조직 혁신 과제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스마트 R&D 기획·관리 시스템 정착’을 제안하셨다. 구체적으로 AI 기술을 농기평 시스템과 과제 관리에 어떻게 접목하실 예정입니까.
“이 혁신의 핵심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직관이나 관행에 의존하지 않고, 철저히 데이터를 활용해 정밀하게 관리하는 체계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전임 노수현 원장 재임 시절, 농기평은 자체 역량을 활용해 농식품 R&D 관리에 특화된 AI 시스템인 ‘AGRENA(아그레나)’를 선도적으로 구축한 바 있다. 이 시스템이 실제 업무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고도화 및 개편 작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이다. 우리가 축적해 온 방대한 R&D 정보에 기반해 글로벌 기술 트렌드와 산업·기술 수요를 AI로 정밀 분석하고, 미래 유망 기술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겠다. 이 데이터 기반 시스템이 안착한다면 연구자와 농업인, 기업 등 산업 현장에 적재적소의 실효성 있는 R&D 지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내부 직원들의 전문성 강화와 ‘소통·문제 해결 중심의 협업형 조직문화’ 구축 역시 중요한 화두다. 이를 위해 고심하신 방안이 있다면 설명해주시길 바랍니다.
“취임사에서도 직원들에게 '각자의 역할과 위치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어줄 것'을 당부했다. 직원들이 산업·기술·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코디네이터’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 임직원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훈련과 연수 기회를 대폭 늘려 개개인의 전문성을 키우겠다. 부서 간 장벽을 만드는 칸막이 행정이 있다면 과감히 정비해 유연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협업형 조직을 만들 것이다. 더불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공동체를 지향한다. 다양한 기관의 혁신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직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농기평만의 건강하고 따뜻한 문화를 확립하겠다.”

-원장께서는 농식품부와 농진청, 지방 농업기술원, 학회 등과의 두터운 네트워크가 큰 강점으로 꼽힙니다. 대외 유관기관들과 R&D 시너지를 내기 위한 구체적인 협력 계획은 무엇입니까?
“중앙정부와 지방 현장에서 쌓은 실무 경험을 살려 기관 간 장벽을 허물고 연계 효과를 극대화하겠다. R&D 성과가 실험실에서 끝나지 않고 현장 파급력을 가지려면 유기적 결합이 필수다. 농기평이 굳건한 구심점이 돼 ‘정부의 농정과 R&D 정책’, ‘농진청의 기초 연구’, ‘지자체 농업기술원 및 농업기술센터의 현장 지도·보급 기능'이 단절 없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도록 체계를 구축할 것이다. 이러한 협업이 제 개인의 인적 네트워크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MOU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해 확고하게 시스템화하겠다. 이를 통해 R&D 우수 성과가 신속히 현장으로 퍼지고 기술 사업화, 매출 창출, 나아가 수출까지 이어지는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협업 체계를 다지겠다.”

-한국 농업 기술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우리 농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농기평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과거 우리 농식품 R&D가 선진국을 뒤쫓는 ’추격자‘였다면, 이제는 기술 격차를 압도적으로 벌려 세계 시장의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선도자'로 도약해야 한다. 농기평의 역할은 검증된 국내 R&D 성공모델이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튼튼한 교두보를 놓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연구 협력 네트워크를 넓히겠다. 해외 주요 연구 기관과의 실질적 협력체계를 구축해 K-푸드, 농기자재, 종자 등 우리 농산업 과학기술이 세계 무대에 안착하도록 돕겠다. 둘째로, 기술 개발 이후 수출 연계 후속 지원을 촘촘히 마련하겠다. 농기평 R&D 성과가 정부나 지자체의 수출 지원 사업과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겠다. R&D가 해외 진출과 직결되는 확산 전략을 완수해 K-농업 기술이 세계 무대에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지원하겠다.”
 

박홍재 신임 원장이 13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농기평 운영 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박홍재 신임 원장이 13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농기평 운영 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Part 4. 농업인과 국민에게 보내는 든든한 약속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핵심 성과는 무엇이며, 훗날 퇴임할 때 어떤 원장으로 기억되고 싶습니까.
“농산업 현장에서 곧바로 체감할 수 있는 굵직한 R&D 성과와 사업화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전라남도 농업기술원장 시절, '흑하랑 상추'를 성공적으로 산업화하고 국산 키위의 수출 모델을 구축해 본 값진 성공 경험이 있다. 이러한 성공 DNA와 노하우를 농기평의 R&D 플랫폼을 통해 널리 확산하고 안착시키고 싶다.
임기를 마치고 떠날 때, ‘중앙과 지방의 행정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농업인과 산업 현장의 가려운 곳을 가장 잘 긁어주고 해결해 준 원장’으로 기억될 수 있다면 공직 생활에 더없는 영광일 것이다.”

-기후변화와 원자재 및 사료비 상승 등으로 현장 농축산인들의 고충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현장의 농업인, 농기평 직원, 연구자,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희망의 한 말씀 부탁드린다.
“농가와 현장 전반이 비용 상승과 내수 불안 등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다. 현장에 오래 머물렀던 한 사람으로서 그 고단함과 어려움의 무게를 누구보다 깊이 체감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언제나 새로운 혁신의 기회였다. 농업인들이 오랜 세월 축적한 현장의 지혜에 농기평의 첨단 과학기술을 더해, 지금의 험난한 파고를 함께 넘는 가장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다. 또 현장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각종 문제를 함께 풀어나갈 것이다. 앞으로도 농기평과 농식품 과학기술 발전에 지속적인 애정과 관심 가져달라.”

이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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