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책토론회] 위기의 한돈산업, ‘행정 규제’ 벗고 ‘과학·현장 중심’ 방역 패러다임 대전환 모색

한돈협회, 구제역 기준 행정 규제, 생존권 위협…방역대 300m 축소·8대 시설 규제 완화 등 제안

백철현 기자
승인 2026.06.11 09:00수정 2026.07.02 10:51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체계 개선 국회 정책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체계 개선 국회 정책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사육돼지 농장에서만 60일 동안 총 24건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집중 발생하고, 전국 7개 시도로 확산되는 등 기존과 다른 발생 양상을 보이며 한돈산업이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나 질병 차단에만 급급한 과도한 규제성 방역은 농가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만큼, 이제는 현실적인 개선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한돈협회는 더불어민주당 문금주·임미애 의원,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과 함께 현행 행정 규제 중심 방역체계의 한계를 극복하고 현장 맞춤형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6월 11일 국회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대한한돈협회,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 완화하고 농가 상생 보상책 마련해야”
주제발표에 나선 대한한돈협회 정병일 부장과 토론에 나선 최재혁 실장은 정부의 방역 고도화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과거 공기 전파가 가능한 구제역(FMD) 기준으로 만들어진 현행 행정편의주의적 규제가 농가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SF 바이러스가 '직접 접촉'으로만 전파된다는 과학적 특성을 고려해 현장이 수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병일 부장은 “지자체가 무분별하게 남발하는 시·도간 생축 및 분뇨 반출입 금지 조치로 농가의 경제적 피해가 막대하다”라며 “가축전염병예방법상 소득안정 비용 지원 규정을 현행 '임의규정'에서 '의무규정'으로 개정해 피해 농가에 대한 실효적인 보상 기준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돈협회 측은 감염 전파 사례가 없는 경우 이동제한 대상 중 ‘도축장 역학’은 즉각 제외, 역학 차량 소독 후 음성 판정 시 해당 농장의 이동제한 즉시 해제, 나아가 발생 농장 방역대를 현행 반경을 10km에서 300m 이내로 대폭 축소, 농가 동선과 겹치지 않는 야생멧돼지 방역대 설정 삭제 등을 제안했다.

토론회에서 경기도청 이은경 동물방역위생과장은 “사육돼지와 야생 멧돼지 방역대를 모두 3km로 조정하고, 3km 내 농가에는 멧돼지 검출 지점 자동 알림 서비스를 제공해 자율 방역을 유도해야 한다”라며 거리 규제 완화에는 동의하면서도 세부 기준에서는 다소 온도차를 보였다.

그리고 한돈협회는 이동제한 농가의 차량 운행을 현행 '1일 1차량 제한'에서 거점 소독시설 방문 시 '1일 다회 운행 허용'하며, 농장 외부에서 호스로 분뇨를 수거하는 가축분뇨 차량은 거점 소독시설 방문 제외 허용을 주장했다. 특히, 현장에서 논란이 되는 '8대 방역시설 규제'와 관련해, 획일적인 완전 밀폐형 전실 규제를 농가 환경에 맞추고, 중장비 이동이나 화재·인명 대피 등 비상시에 고령 농업인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쪽문설치'(평상시 잠금장치) 조건부 허용을 요청했다. 

최재혁 실장은 “이번 ASF 급증은 사료 등을 통해 유입된 불가항력적 재해이므로 농가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라며, 살처분 보상금 100% 지급은 물론, 살처분 후 재입식까지 정상화에 최소 2년이 소요되므로 이 기간 발생하는 '추가 경영손실 보상'을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보상금 감액 기준에 대해서 최 실장은 “방역 시설 미비나 유효기간이 지난 소독약 사용 등에 대해 이미 과태료 처분 기준이 존재함에도, 살처분 보상금에서 또다시 금액을 깎는 것은 과도한 이중 처벌이라며 감액 중심의 적발성 역학조사에서 벗어나 순수한 발생 원인 파악을 위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은경 과장은 “전실 미설치 시 일괄 20%를 삭감하는 것은 가혹하다. 실제 설치 비율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접경 지역(경기 북부, 강원)에 대한 국가적 방역 물품 지원을 차별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50명 이상의 외국인 근로자가 근무하는 대형 농가의 방역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현장 전문 수의사들과의 협조 체계를 강화해야 하며, 아울러 '폐사체 검사' 확대를 통해 조기 검색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돈협회의 제안에 대해 농식품부 김정주 구제역방역과장은 “추후 민관학 회의에서 SOP계정 시, 한돈협회가 제안한 내용들을 포함해서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농식품부, 과학적 데이터 기반 ‘6대 방역 고도화 과제’ 추진
주제발표에 나선 농림축산식품부 김정주 구제역방역과장은 유전형 분석과 역학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번 ASF 급증의 주요 원인은 오염된 사료 원료(혈장단백질 등), 외국인 근로자가 반입한 불법 축산물, 그리고 야생멧돼지의 남하에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김정주 과장은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6대 방역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구체적인 향후 대응 계획을 제시했다.

우선 외국인 근로자 관리 체계 구축을 위해 오는 2026년 4월부터 KEIS-KAHIS 시스템을 연계해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 정보를 농장주에게 자동 통보하고 다국어 방역 교육을 내실화한다. 아울러 캄보디아, 베트남 등 위험 노선의 휴대품 일제 검사를 확대하고, 불법 축산물 반입 시 입국 금지 조치 등을 내릴 수 있도록 법무부와 협의할 예정이다.

또한, 농장 예찰 체계를 기존의 무작위 10두 생축 채혈 검사 방식에서 탈피해, 폐사체와 퇴비 등 환경 중심의 예찰로 전환해 실효성을 높인다. 2026년 5월까지 전국 64개 도축장의 출하 돼지 ASF 검사 체계를 완비하고, 사료용 혈액 탱크 정기 검사(주 1~2회)를 시행한다. 농장부터 도축까지의 내역을 관리하는 '전자출하시스템'도 올해 중 시범 도입할 방침이다.

그리고 사료 제조관리에 대한 강화를 위해, 돼지 혈장단백질 사료 원료에 대해 분무건조, 가수분해 등 병원체를 완전히 사멸시키는 불활화 공정을 2026년 8월까지 제도화하고, 업체 책임형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한다.

야생멧돼지에 대한 방역관리도 강화할 방침이다. 경기·강원 등 접경지역은 드론, 열화상 차량, 군부대 협조를 통해 서식 밀도를 대폭 낮춘다. 남부 신규 확산지에는 도로와 바다 등 지형지물을 활용한 방어선 구축과 함께 GPS 포획 트랩 150개를 집중적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토론회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 강해은 해외전염병과장은 “올해 초 발생한 새로운 유전형 ASF의 핵심 원인은 불법 휴대축산물과 오염된 사료 원료로 확인됐으므로, 국외 근로자 관리와 더불어 사료 제조 단계에서 비오염 원료를 선별하는 검사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확산 차단에 크게 기여한 폐사체 및 퇴비 등 환경 검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효율적인 수동예찰 체계로 전환해야 하며, 만성형 바이러스는 조기에 감지하되 백신에 대한 도입은 새로운 변이주 출현 위험이 있어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발라드 동물병원의 고상억 원장은 “현재 집 돼지 간 전이는 명확하게 통제할 수 있지만 야생 멧돼지에 대한 통제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이 부분이 보완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에서는 백신 생산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하며, 농장 관리자뿐만 아니라 관계된 모든 업체에 대해 방역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무리 발언에서 농림축산식품부 김정주 구제역방역과장은 “최근 농가들과의 간담회에서 농가들의 3가지 핵심 요구를 경청하고 파악했으며, 살처분 보상금 관련 예산 600억 원에 대한 심의를 마친 상태다. 농가들의 영업 행위 중단으로 인한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신속한 지원과 조기 입식 기반 마련에 예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백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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