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축산 현장, 기술로 답을 찾다]“소 매단 사슬 끊어질까 노심초사”…인력난·트라우마에 우는 도축 현장, 로봇이 구원투수될까

화약 총기 반동에 근골격계 질환 상존, 도체 추락 공포 등 극심한 정신적 트라우마 체감 농협음성축산물공판장, 전국 최초 로봇 도입 추진…“위험공정 대체로 안전사고 차단할 것”

이현우 기자
승인 2026.07.07 10:52수정 2026.07.14 12:23
도축 현장은 고령화와 높은 작업 난이도 등의 이유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사진은 농협음성축산물공판장의 경매 모습.
도축 현장은 고령화와 높은 작업 난이도 등의 이유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사진은 농협음성축산물공판장의 경매 모습.

대한민국 식탁의 단백질 공급원을 책임지는 도축 현장이 고령화와 인력난그리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안전사고의 위험 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무겁고 거대한 비정형 생체물을 다루는 특성상현장 작업자들은 매일 같이 근골격계 질환과 정신적 트라우마를 호소한다청년들의 기피 1순위로 전락해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공장 가동조차 어려운 도축장에 최근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이 유일한 생존 돌파구로 부상하고 있다.

매일이 사투화약 총기 반동과 도체 추락 공포에 멍드는 작업자들
국내 소 도축 물량의 1/6을 차지하는 농협경제지주 음성축산물공판장의 하루는 긴장의 연속이다수 백kg에 달하는 거대한 소를 다루는 일은 본질적으로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위험도가 높은 공정은 소를 실신시키는 타격(기절공정이다현재 현장 작업자들은 화약 성분의 총기를 사용해 소를 타격한다화약이 터질 때 발생하는 강력한 소음과 신체로 고스란히 전달되는 충격 탓에작업자들은 만성적인 귀 질환과 근골격계 질환을 숙명처럼 안고 살아간다게다가 1000만 원을 호가하는 한우가 위협을 느끼고 발버둥 치며 머리를 흔들 때면자칫 치명적인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정신적 스트레스도 극에 달한다농협음성축산물공판장 관계자에 따르면수백 킬로그램의 도체를 매달아 이동시키는 쇠사슬이 끊어져 소가 작업자 위로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공포감에 노심초사하는 직원들이 부지기수다농협 측이 최근 통합 24톤을 버틸 수 있는 해상 크레인용 사슬로 전격 교체하고 보건소 상담사를 초빙해 심리 상담과 트라우마 치료를 진행할 만큼 현장의 보건·안전 환경은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다.

소의 척추를 반으로 자르는 이분도체 공정’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작업자가 거대한 수동 톱날을 들고 직접 뼈를 잘라야 하므로까딱 잘못하면 대형 절단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고위험 작업이다.

만성적 구인난과 고령화의 덫기술 없인 문 닫아야 할 처지
이 같은 극악의 작업 환경은 결국 만성적인 인력난으로 이어졌다젊은 내국인 인력의 유입이 완전히 끊기면서 국내 60여 개 도축장은 심각한 구인난과 작업자 고령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숙련된 장인들의 은퇴 시기는 다가오는데 이를 이어받을 사람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에 도축장에 숙련된 외국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숙련 외국인력(E-7-3) 비자에 도축원 직종을 새로 신설한 이유다.

도축 로봇 전문 기업 ()로보스 박원석 상무는 국내 도축 환경은 축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에 비해 전반적으로 영세하고 환경이 터프해 인력 대체가 가장 시급한 분야라며, “과거에는 인건비 절감이 목적이었다면지금은 돈을 더 주어도 사람을 구하지 못해 공정 자체가 마비되는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자동화가 필수가 됐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로보스에 따르면 대형 작업장인 부경농협의 경우 도축 로봇 도입을 통해 시간당 작업 두수를 기존 300두 미만에서 650두로 2배 이상 늘리며 병목 공정을 해소했다사람이 기피하는 공정을 로봇으로 대체하지 않으면 스마트팩토리는커녕 당장의 도축 캐퍼(처리 능력유지도 불가능하다는 방증이다.

로봇 도입은 단순한 비용 절감 아닌현장 노동 존중의 시작
이러한 상황에서 농식품부와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주관하는 사업을 통해 농협음성축산물공판장에 도입되는 AI 타격 로봇(2)과 이분도체 로봇(1)은 축산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구원투수로 기대를 모은다.

유압식 핀을 쏘는 타격 로봇은 화약 총기를 전면 대체해 소음과 신체 충격을 없애고기계가 소의 목을 고정한 뒤 레이저로 정중앙을 타격해 작업자를 위험으로부터 원천 격리한다이분도체 로봇 역시 센서가 등 6개 지점을 정확히 찍어 자동으로 분리하므로 톱날 사고 위험을 제로화할 수 있다이번 로봇 도입으로 농협음성축산물공판장은 3명의 고위험 인력 운영 부담을 덜게 됐다.

축산 기술 전문가들은 도축장 자동화가 단순한 생산성 향상이나 비용 절감의 도구로만 해석되면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농협음성축산물공판장 이승범 부장장은 도축장 인력 채용이 날로 어려워지는 시점에서사람이 가장 힘들고 무서워하는 공정부터 로봇으로 대체해 나가는 것이 핵심이라며, “로봇이 위험하고 거친 일을 맡아주면 현장 직원들은 피로도를 낮추고 보다 세밀하고 정교한 지육 품질 관리에 집중할 수 있다결과적으로 작업 환경이 안전해져야 직원들의 트라우마가 사라지고국내 축산물의 품질과 농가 수취가격도 함께 올라가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형화되지 않은 생체물을 다루는 난제 속에서도 현장의 땀과 눈물을 닦아주기 위한 AI 도축 로봇의 첫걸음이대한민국 축산업의 지속 가능한 내일을 밝힐 수 있을지 현장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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