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키워도 적자인데….” 축산단체, 농협의 사료값 인상에 반발 고조

농협사료, 15일 ㎏당 39원 인상에 한우·한돈협회 비판 성명 연이어 발표 6.3 지방선거 끝나자마자 일방 통보…“정부 물가안정 기조도 역행” 축산단체들, 농협사료에 사료가격 인상 철회 및 농가 상생 방안 마련 요구

이현우 기자
승인 2026.06.17 09:00수정 2026.07.02 10:52
농협사료를 비롯한 사료업체들이 사료가격을 인상하면서 축산농가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농협사료를 비롯한 사료업체들이 사료가격을 인상하면서 축산농가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 제공=전국한우협회)

민간 사료업체에 이어 농협사료도 사료 가격을 인상하면서 축산 농가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한우협회와 대한한돈협회 등 축산 생산자단체들은 잇따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농협사료의 일방적인 사료 가격 인상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사료 가격 인상, 왜?=본보가 입수한 주요 사료업체들의 가격 인상률에 따르면 카길애그리퓨리나는 5월 18일부터 ㎏당 20원을 올리는 등 민간 사료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이어졌다.

농협사료도 6월 15일부터 전 축종 사료 가격을 ㎏당 39원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가격 대비 약 7.9% 인상 폭이다. 여기에 안양연합사료도 6월 17일부터 ㎏당 약 40원 인상 계획을 밝혔다. 민간 사료업체에 이어 농협 관련 업체들도 줄줄이 가격 인상에 동참하고 있다.

사료업체들은 미국-이란 전쟁 등의 여파로 가파르게 오른 환율을 비롯해 곡물가와 유가, 운임비가 상승에 경영상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호소하며 사료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농협사료 측 관계자는 “환율 상승이 사료 가격에 가장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통상 환율 10원이 상승하면 사료 가격에 미치는 금액이 최소 6.3원”이라며 “작년 연말 대비 100원 정도 환율이 오르면서 경영 압박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줬다”고 해명했다.

실제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의 원/달러 환율을 살펴보면 올 5월 평균 환율은 1490.11원으로, 2025년 평균 환율(1422.22원)보다 67.89원 올랐다. A업체 관계자의 주장을 반영하면 환율 상승 요인만으로 약 42.7원의 사료 가격 인상 요인이 생긴다는 것이다.

사료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도 “민간 사료업체들은 연초에 이미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당시 농협은 농가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인상시기를 최대한 늦췄던 것”이라며 “이번에 농협의 인상 폭이 상대적으로 커 보이는 것은 그간의 인상 요인을 억제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리당 수십만 원 적자…“사룟값 인상은 마지막 숨통 조르는 것”=사료업체들의 연이은 가격 인상 조치에 축산 농가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한우 가격 하락으로 수년 동안 경영 어려움에 처했던 한우 농가들의 반발이 거세다.

실제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축산물생산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육우는 마리당 99만9000원, 번식우는 마리당 86만1000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비육우와 번식우 모두 4년 연속 적자 행진이다. 소 한 마리를 키울 때마다 100만 원에 육박하는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육우도 마리당 149만3000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 업체에 이어 사료 시장의 가격 지지대 역할을 해야 할 농협사료마저 인상 대열에 가세하면서 농가들이 체감하는 압박은 극에 달하고 있다.

농가들이 더욱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이번 결정이 상생을 위해 마련했던 ‘사료협의체’를 완전히 무력화한 채 독단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룟값 및 도축비 인상 파동 당시, 한우협회와 농협중앙회는 가격 결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상생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사료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동안 협회는 협의체를 통해 인상 폭 최소화와 완충 대책 마련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으나, 농협사료는 최종 결정 과정에서 소통 없이 인상안을 밀어붙였다.

인상 발표 시점을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우업계는 6.3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인상안을 발표한 것을 두고 “정치적 부담이 사라지자 농민의 고통보다 조직의 손익을 앞세운 야속한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번 인상은 현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국가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동원해 물가 상승 폭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고,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라면, 식용유 등 민간 식품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을 내리는 흐름 속에서 공익적 역할을 해야 할 농협이 홀로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축산단체, 사료 가격 인상 철회 강력 요구=전국한우협회는 12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농협사료는 스스로의 경영개선 노력이나 자구책을 내놓기는커녕 모든 부담을 가격 인상이라는 손쉬운 방식으로 농가에 떠넘기고 있다”며, △일방적인 사료 가격 인상 계획 즉각 철회 △농가와의 고통 분담 방안 마련 △농림축산식품부의 생산비 안정 대책 마련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민경천 회장은 “우리의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가격 인상이 강행된다면, 전국 8만 한우농가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모든 조직력을 동원해 강도 높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한한돈협회도 17일 “농가와의 고통 분담을 외면한 농협사료의 일방적인 사료 가격 인상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한돈협회는 “농협사료가 경영 수지와 수익성만을 앞세워 농가 부담을 가중시킨 것은 협동조합 정신과 상생의 가치를 저버린 행위”라고 비판하고 △사료 가격 인상 철회 및 인상 요인에 대한 원가 공개 △농가와의 고통을 분담하는 상생 방안 마련 △농가 소득 증대와 생산비 절감을 최우선 가치로 하는 근본적 개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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