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배추 90일 저장해도 ‘아삭’…농진청 ‘능동형 CA’로 여름 배추 수급 숨통 틔운다
일반 저온저장 대비 감모율 획기적 감축…김치 가공수율도 6%p 높아 올해 비축기지 등 4대 추가 보급, 사과·배추 ‘작목 교대형’ 활용도 극대화
매년 8~9월이면 반복되는 불볕더위와 기습적인 집중호우로 인한 ‘여름 고랭지 배추 파동’을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저장 기술이 현장 실증을 마치고 본격적인 보급에 나선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능동형 시에이(CA·Controlled Atmosphere) 저장 기술’이 그 주인공이다. 이 기술은 봄배추를 수확 당시의 신선도 그대로 한여름까지 보관할 수 있어, 고질적인 여름철 원예농산물 수급 불안을 해소할 핵심 카드로 주목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봄배추를 한여름까지 신선하게 장기 보관할 수 있는 ‘능동형 CA 저장 기술’을 지속해서 고도화하고, 올해 농산물 비축기지 등 핵심 거점에 4대를 추가 설치한다고 밝혔다.
배추는 수확 후에도 숨을 쉬며 노화가 진행되는 특성이 있어 장기 보관이 까다로운 작물이다. 기존의 일반 CA 저장이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미리 정해진 값으로 고정해 유지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 개발된 ‘능동형 CA 저장 기술’은 배추가 내쉬는 공기(호흡량)를 실시간으로 정밀하게 측정해 저장고 내부 환경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한 단계 진화한 시스템이다.
연구진이 지난해 충북 보은 산지유통센터(APC)에 100㎡ 규모의 능동형 CA 저장고를 세우고 괴산, 문경 등에서 6월에 수확한 봄배추 90톤을 약 3개월간 보관하며 효과를 검증한 결과는 압도적이다.
일반 저온저장 배추는 90일 동안 무게가 14.2%나 줄어든 반면, 능동형 CA 저장 배추는 단 2.65% 감소에 그쳐 수확 직후의 수분을 80%가량 그대로 유지했다.
또한, 조직의 단단함(경도) 비교에서도 일반 저온저장 배추는 처음의 3분의 2 수준(2.2 N/㎜)까지 떨어졌으나, 능동형 CA 저장 배추는 수확 직후(3.3 N/㎜)와 거의 비슷한 상태를 유지해 특유의 아삭한 식감을 지켜냈다.
김치 가공 시 투입량 대비 생산량을 뜻하는 ‘가공 수율’은 49%로 나타나, 일반 저온저장 배추나 여름 고랭지 배추의 가공 수율(43%)보다 6%포인트나 높아 김치 가공업계의 경제성 확보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됐다.
농촌진흥청은 저장고의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6월부터 9월까지는 봄배추를,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는 사과를 저장하는 ‘작목 교대형 연중 순환 저장 모형’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비싼 시설의 유휴 기간을 줄이고 연간 가동률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지난해까지 보은 APC(4대), 괴산 한우리영농조합(1대), 산청 조이팜(1대) 등 총 6대를 현장에 보급한 데 이어, 올해는 장성비축기지(2대), 서문경농협(1대), 아람골영농조합(1대) 등 4대를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향후 사과와 배추뿐만 아니라 다양한 원예농산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농산물의 생리 상태를 스스로 진단해 환경을 제어하는 ‘지능형 저장 시스템’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농촌진흥청 임종국 수확후관리공학과장은 “농산물은 수확 후에도 숨을 쉬기 때문에 공기를 정밀하게 제어해 저장하면 필요할 때 소비자에게 가장 신선한 농산물을 제공할 수 있다. 능동형 CA 저장 기술이 농산물 수급 안정을 지원하고 소비자와 농가의 요구를 동시에 충족하는 핵심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