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보급이 농산물 가격 폭락 주범인가?
'스마트팜 과잉 공급설' vs 기상 여건 변화·농가 기대심리 복합 작용 농산업 전문가, 지역별 특화 작목 재배 등 체계적 작목 분산 유도 정책 시행 제안
최근 농업계 일각에서 스마트팜 보급 확대에 따른 특정 품목의 쏠림 현상이 농산물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스마트농업 육성 정책으로 시설 현대화와 스마트팜 보급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공급 과잉이 발생했고, 이것이 시세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농산업계 전문가들의 견해는 달랐다. 농산물 가격 형성 구조는 단순한 공급량의 함수가 아니며, 최근의 가격 변동성은 스마트팜 자체의 과잉 공급보다는 기후, 병해충, 생산자 기대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스마트팜을 가격 하락의 단일 주범으로 모는 것은 시장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관측 7월호에 따르면 2026년 6월 기준, 스마트팜의 주요 재배 품목인 토마토(-4.2%), 대추형방울토마토(-9.1%), 참외(-21.8%), 오이(-30.8%) 등의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 같은 기간 출하 면적 역시 토마토(1.3%), 대추형방울토마토(2.3%), 참외(0.4%), 오이(3.1%) 모두 증가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러한 재배면적 증가를 단순히 '스마트팜 급증'으로만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우스 시설 자체의 노후화 개선이나 단순 비닐하우스 농가의 일시적 전환일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참외와 오이 가격이 대폭 하락한 결정적 원인으로 ‘기후 요인’을 꼽았다. 올해 생육기 동안 병해충 발생이 급감하고, 일조시간이 크게 늘면서 노지와 시설을 불문하고 단기 착과량(열매가 맺히는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스마트팜 보급 확산에 따른 과잉 생산보단 자연환경적 요인이 공급량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할 수 있다.
농산업계 전문가들은 농산물 가격이 국내 생산량과 소비량, 수입 물량, 기후 등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으므로 단순히 스마트팜 공급 증가로만 몰아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스마트팜 시설을 공급하고 있는 P사의 임원은 "토마토, 파프리카, 오이 등은 온실 내에서 같은 시설과 환경 제어 설비를 손쉽게 공유할 수 있다는 구조적 장점이 있다"라며 "일정 수준의 농업 기술이 평준화돼 있다 보니 비슷한 작물들이 스마트팜에서 재배되는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스마트팜 재배로 인해 무조건 가격이 하락했다는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라며 "실제 농가들은 시장 기대심리나 실시간 시세 흐름에 따라 특정 작목으로의 생산 집중과 이탈 반복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농가의 선택적 집중이 시세 변동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라고 지적했다.
순천대학교 이명훈 교수는 "최근의 농산물 가격 하락에 대해 스마트팜 보급을 단일 원인으로 단정 짓기는 매우 힘들다"라며 "스마트팜 도입 초기 특정 품목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부분은 인정하지만, 농산물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기상 상황부터 유통 단계까지 너무나 다양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농산업계에서는 지역별 특화 작목 재배를 통해 스마트팜 재배 작물의 다양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명훈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가 스마트팜에서 다양한 작물이 재배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작목 분산 유도 정책을 시행해 정착시킨면 특정 품목 쏠림 현상과 이에 따른 가격 변동성 우려도 앞으로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