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스마트팜연구개발사업단 손정익 단장
“AI·로봇으로 농업 스트레스 제로”…한국형 스마트팜, ‘현장성·경제성’으로 글로벌 도약 시동 “맞춤형 보급체계로 ROI 입증, 스마트팜 보급률 35% 달성 견인할 것” ‘KoSToP’ 통합 플랫폼 기반, 생성형 AI와 MCP 도입해 데이터 생태계 혁신
기후 위기와 농업 인구 감소라는 전례 없는 생존 과제 앞, 우리 농업의 돌파구는 ‘기술(Tech)’에 있다. 스마트팜연구개발사업단(이하 사업단)은 부처 간 장벽을 허문 다부처 패키지 사업의 컨트롤타워로서 대한민국 스마트팜 R&D의 체질을 현장 실증과 산업화 중심으로 대전환해 왔다. 본지는 스마트팜연구개발사업단 손정익 단장(서울대 명예교수)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K-스마트팜이 도달한 기술적 정점과 글로벌 경쟁력, 그리고 인간과 인공지능(AI)이 공존하는 미래 농업의 청사진을 지면에 담았다.
2020년 설립 허가 후 2021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스마트팜연구개발사업단이 그동안 거둔 가장 핵심적인 성과는 무엇인가?
“개별 기술 개발에 머물던 스마트팜 R&D를 현장 실증과 산업화 중심의 통합 체계로 바꾼 점이다. 1단계 사업을 통해 ‘수출용 고온다습형 스마트온실 패키지’(산업포상 수상), ‘선택적 광투과 태양전지’(2024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 선정) 등 원천 기술을 확보했고, ‘축산 생력화 로봇’으로 약 18억 원의 현장 매출을 달성했다.
현재 2단계에서는 디지털 트윈, 생성형 AI 기반 작물·가축 관리, 농작업 로봇 등 차세대 기술을 개발 중이다. 특히 이 모든 스마트팜 연구성과(빅데이터, AI모델 등)을 한 곳에 모아서 다양한 사업, 산업화 연구, 새로운 연구개발 등에 활용하도록 한 ‘한국형스마트팜통합플랫폼(KoSToP)’을 구축한 것이 우리 농업이 AI 기반으로 도약할 가장 큰 기반이다.”
한국형 스마트팜 모델인 K-Farm이 글로벌 시장에서 가지는 차별점과 이를 위한 사업단의 노력은 무엇인가?
“기술만 파는 것이 아니라 현지 기후에 맞춰 시설, 기자재, 데이터 분석, 원격관리를 하나로 묶어 제공하는 ‘K-Farm 패키지 모델’이 핵심 경쟁력이다. 중동과 동남아는 고온 다습하여 현지 최적화가 필수적이다.
사업단은 ‘수출용 스마트 계사 K-모델 실증’ 과제를 통해 말레이시아 현지 정부·대학·기업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환경을 분석·실증하고 있다. 해외 진출의 성패는 ‘기술 수출’이 아닌 ‘철저한 현지화’에 있으며, 사후 운영자 교육까지 패키지로 공급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
단장께서 강조하신 '인간과 AI의 부분 자율형 협업'의 이상적인 모델은 무엇인가?
“현재 스마트팜 기술은 AI 기반의 자율형 단계(3~4.0)에 진입해 현장에 부분 적용되고 있다. 인간이 전혀 개입하지 않는 100% 완전 자율화도 기술적으로는 가능하겠지만, 특수 목적이 아니라면 경제성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농가의 여건에 맞는 ‘적정 수준의 자율화’가 바람직하다. 자율형 로봇이 힘든 육체노동뿐만 아니라 농업인이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작업까지 대신해 줌으로써, 인간이 즐겁게 농사지을 수 있는 공존 모델이 가장 이상적이다.”
‘디지털 트윈’과 ‘합성 데이터’ 기술이 실제 연구 효율을 어떻게 높이고 있는가?
“비용과 환경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가상공간과 생성형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디지털 트윈 활용 온실 생산시스템 상용화’ 과제를 통해 실제 온실과 똑같은 가상 환경을 구현했다. 60작기에 달하는 생육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제 재배 전에 온도·광량 변화에 따른 생육과 품질을 AI 시뮬레이터로 반복 검증한다. 이와 함께 토마토, 오이, 파프리카 등을 대상으로 환경·병해충·재배 매뉴얼을 하나로 통합한 ‘생성형 AI 기반 의사결정 플랫폼’도 개발하여 연구의 시행착오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다.”
기업과 농가의 큰 애로사항인 ‘데이터 표준화’를 위해 사업단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데이터 구조가 다르면 통합과 AI 학습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 시작 단계부터 DMP(데이터 관리 계획)를 도입해 전주기를 가이드라인에 맞춰 관리하고 있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의 표준코드를 기준으로 정보 항목을 표준화해 타 플랫폼과의 상호운용성을 극대화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생성형 AI가 데이터에 표준화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엔트로픽에서 공개한 글로벌 오픈 프로토콜인 MCP(Model Context Protocol)를 기반으로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과 연구기관의 AI 모델들이 KoSToP의 고품질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가 열릴 것이다.”
첨단 기술을 도입해도 현장 접근성이 낮으면 무용지물이다. 기술 확산과 교육 대안은 무엇인가?
“기술 개발만큼 ‘활용할 사람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사업단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농업 AI, 빅데이터, 자동화 시스템 등을 중심으로 수요자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전문 인력을 양성해 왔다. 최근에는 그간의 연구 성과와 핵심 기술 원리, 실제 적용 사례를 집대성한 ‘전문기술서’ 제작을 추진 중이다. 이 전문기술서는 축산 분야 10권, 원예 분야 10권으로 총 20권으로 내년까지 발간할 예정이며, 이 기술서가 산·학·연의 현장과 학생들에게 실무 지침서로 활용되면 연구실의 성과가 농가와 기업으로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농가 입장에서는 경제성(ROI)이 핵심이다. 투자비와 유지보수비 절감을 위한 대안이 있다면?
“농식품부의 제1차 스마트농업 육성법에 따르면 2029년까지 스마트팜 면적을 우리나라 전체 온실면적의 35%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이며, 농식품부는 2024년 말 기준 16%로 밝혔다. 그리고 전체 온실 형태의 90%가 채소 재배용이며, 그 채소 온실의 90%가 '비닐 단동 온실' 구조이기 때문에 고도화된 스마트팜 기술을 투입하면 ROI가 나오지 않는다. 스마트팜 보급의 확대를 위해서는 스마트팜 R&D는 성능 제고를 넘어 경제성(ROI)을 함께 입증해야 한다. 스마트팜 보급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저비용 기반의 한국형 보급체계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사업단은 현재 K-Farm 모델의 경제성 분석(B/C 비율, 투자비 회수 기간, 손익분기점 등)을 정밀하게 수행하고 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떤 작목과 기술 조합이 수익성을 높이고 유지관리 부담을 줄이는지 검증해, 농가 맞춤형 중장기 보급 전략을 정부에 제시할 계획이다.”
도심형 수직농장이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사업 모델과 정책 지원은 무엇인가?
“도심형 수직농장은 도심 소비 패턴에 맞춘 신선채소 공급, 호텔·식당 정기 납품, 프리미엄 작물 소량 생산, 구독형 샐러드 등 뚜렷한 목적을 가진 독자적 비즈니스 모델 정립이 우선이다. 정책적으로는 도심 공실 상가 리모델링 비용이나 임대료, 에너지 비용 지원이 필요하다. 더불어 장애인이나 저소득 고령층 등 사회적 약자의 고용 창출과 연계한다면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지원 명분과 자생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사계절 기후’를 극복할 에너지 절감 기술의 연구 진척도는 어느 수준인가?
“폭염과 혹한이 교차하는 우리나라 기후는 에너지 비용 부담이 크다. 사업단은 복합열원 히트펌프와 고내구성 축열 소재를 활용한 시스템 연구를 통해 실제 환경에서 에너지 사용량을 25% 이상 절감하는 것을 목표로 실증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고출력 태양광 모듈로 생산한 전력을 ESS(에너지저장시스템)에 저장해 활용하는 ‘인공광 공급시스템 자립형 모델’도 개발하고 있다. 온실 구조와 작물 생육, AI 제어를 융합한 패키지 기술로 농가의 냉난방비 부담을 원천적으로 낮추겠다.”
과거 애리조나대 및 케네디우주센터에서의 우주 농업 연구 경험이 현재 미친 영향이 있다면?
“2004년 애리조나 방문교수 시절 케네디센터에 단기 체류하며 밀폐 생태계 기반의 우주 농업 연구를 직접 접했다. 워낙 특수한 분야로, 개인의 연구 철학 자체를 뒤흔들 정도는 아니었지만, 지구와 다른 극한 환경에서의 자원 재활용, 지속 가능성, 식물 반응 연구 등은 고도화된 미래 바이오 산업과 스마트팜 기술 발전에 매우 유용한 아이디어와 피드백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부처 패키지 사업이 2027년 종료를 앞두고 있다. 후속 사업 준비는 어떻게 진행 중인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연구 성과가 사업 종료 후 PDF 보고서로만 남거나 개별 기술로 파편화돼서는 안 된다. 다행히 현재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후속 사업 기획이 시작됐다. 사업단이 구축한 통합 플랫폼 ‘KoSToP’에 축적된 실증 데이터와 AI 모델을 차세대 국가·지역 사업 및 산업화 R&D에 효율적으로 연계하고, 여기에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신규 이슈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차세대 스마트팜 R&D의 연속성을 확보해야 한다.”
기술과 현장의 간극을 줄이기 위한 제언과 단장님이 그리는 미래 농업의 모습은 무엇인가?
“농민, 학계, 산업계, 정부가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정의하고 단기·장기 과제를 중복 없이 조화롭게 풀어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영토가 좁고 자원이 부족해 결국 고도화된 기술 농업으로 가는 것이 유일한 생존 전략이다. 앞으로 AI가 도입되면 기술 및 경제적 관점에서 첨단 기술과 현장 농민 간의 간극은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궁극적으로 인간과 AI가 공존하며 농업인의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는 ‘즐거운 미래 농업’, 그리고 지속 가능한 농촌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