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농기계, 고산지대 뚫는다…농진청-볼리비아 맞춤형 R&D 착수
무상 지원 패러다임 전환, '수출 연계형 데이터 실증' 모델 도입
기존 선진국 중심의 농기계 수출 구조를 탈피하고, 현지 맞춤형 ‘데이터’를 무기로 중남미 신흥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K-농기계 수출 연계형 프로젝트가 닻을 올렸다.
농촌진흥청은 볼리비아 농림혁신청(INIAF),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및 수출업체와 협력해 중남미 시장을 겨냥한 현지 맞춤형 농기계 연구개발(R&D)에 본격 착수했다고 지난 5월 21일 밝혔다.
현재 K-농기계의 수출은 북미, 유럽 등 일부 국가에 편중돼 있다. 관세청 빅데이터 포털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최근(2026년 4월)까지 트랙터 수출 현황은 미국,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 73%, 유럽 10%로 두 대륙이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이러한 농기계 수출 편중을 해소하고, 수출 시장 다변화 차원으로 중남미 시장 공략을 위해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하지만 중남미의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같은 대형 시장은 매력적이지만 이미 글로벌 브랜드들의 경쟁이 매우 치열한 상황이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경쟁 강도는 상대적으로 낮으면서도 시장 규모가 큰 '볼리비아'를 전략적 교두보로 낙점했다. 농촌진흥청 안욱현 수출농업기술과장은 "처음부터 경쟁이 과열된 대형 시장에 진입하기보다는, 볼리비아에서 성공적인 현지화 레퍼런스를 확보한 뒤 페루, 콜롬비아 등 주변국으로 점진적으로 수출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상용화 단계에서는 유통망 확보가 관건이다. 볼리비아 현지에는 코트라(KOTRA) 지사가 없으나, 브라질이나 페루 등 인접 국가의 코트라 무역관과 긴밀히 협업해 우리 기업들에게 유통망 정보를 제공하고 진출 여건을 조성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철저히 현지 농업 데이터와 인프라에 기반한 실증 연구를 거쳐 국내 애그테크 기업들의 실질적인 수출 확대로 이어지게 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농촌진흥청과 볼리비아 농림혁신청(INIAF)은 지난 4월 29일 서면을 통해 기술협력 프로젝트(TCP) 협약을 정식으로 체결하고, '수출 연계형 연구개발 체계'로 전면 전환했다. 본격적인 사업 첫해인 내년, 연구진은 철저한 현장 데이터 수집에 돌입한다.
특히, 해발고도가 높은 볼리비아의 특성을 반영해 트랙터의 엔진 마력을 대폭 높이고, 추위와 자외선에 강한 배합된 재질의 고무 타이어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지의 씨감자는 한국보다 크기가 훨씬 크고, 파종 높이(복토 깊이)와 재배 폭 간격이 다르기 때문에 트랙터의 폭과 차체 높이, 부착기의 규격을 현지 맞춤형으로 새롭게 조정할 계획이다. 향후 볼리비아 농림혁신청(INIAF)과 협력해 현장 실증 데이터를 수집하며, 한국의 전문가들이 정기적으로 현지를 방문해 데이터의 신뢰성과 품질을 직접 검증할 방침이다.
주목할 만한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과거 무상원조 성격으로 진행됐던 '코피아(KOPIA) 센터'의 유산을 수출 산업에 직접적으로 연계한다는 점이다. 종료된 ODA 사업 과정에서 구축된 현지 농가 단지 인프라를 이번 R&D 실증을 위한 테스트베드로 활용함으로써, 진입 비용을 낮추고 실증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마련했다.
또한, 향후 실증 계획으로 올해에는 현지화되지 않은 기존 한국산 농기계를 그대로 볼리비아로 가져가 1차 테스트를 진행하고, 현지 환경에서 반드시 개선해야 할 기술적 요소들을 파악할 예정이다. 그리고 추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선을 거쳐 '볼리비아 맞춤형 프로토타입'을 내년 말까지 완료할 방침이다. 상대적으로 구조가 단순한 부착기부터 빠르게 현지화를 끝내고, 트랙터 본체는 충분한 검증을 거쳐 상용화할 전망이다.
농촌진흥청 안욱현 수출농업기술과장은 "이번 사업은 핵심은 현지화를 할 수 있는 요소를 개선하는 것이며, 현지에 맞게 개량된 한국 농기계가 중남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힘쓰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