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특집] 기후위기 최전선 케냐, ‘K-스마트농업’에서 식량안보 답 찾다
전남농기원·KOICA, 3개년 스마트농업 역량강화 연수 돌입 케냐 농업 공직자들, 현지 맞춤형 농업 기술 '액션플랜' 발표
기후변화와 식량 위기는 더 이상 국경 안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첨단 농업을 선도해 온 전라남도농업기술원(전남농기원)이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와 손잡고 케냐 농업 공직자를 대상으로 'K-스마트농업' 전수에 나섰다. 이번 연수는 전남도가 축적한 선진 농업 기술을 전수하는 동시에, 케냐의 전통 농업 방식을 함께 배우는 '상호 교류'의 장으로 마련됐다.
올해부터 2028년까지 3개년 로드맵으로 진행되는 ‘케냐 식량안보를 위한 스마트농업 역량 강화 연수’의 1차년도 과정이 지난 5월 10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됐다. 이번 과정에서는 한국의 선진 기술을 소개하고 케냐 현장의 인프라와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분석하는 심층 토론이 이어졌다.
"현지 맞춤형 적용이 핵심"…열정으로 강의실 가득 채운 케냐 공직자들
지난 5월 21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중소회의실 201호에는 연수 막바지에 다다른 케냐 농업 공직자들을 비롯한 교육생들의 최종 액션플랜(Action Plan) 토의와 준비가 한창이었다. 연수생들은 약 10일간 한국에서 학습한 기술을 토대로 케냐 현지에 적용할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했다.
연수를 지도한 전남대학교 정선우 교수가 조별 토의 마무리를 독려하자 연수생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연수생들은 전남농기원의 스마트농업 연구시설부터 고흥 스마트팜 현장, 농업용 드론 활용 및 차(茶) 산업 연구 현장 등에서 직접 경험한 견문들을 복기하며 토론을 이어갔다. 본국의 농업 환경에 가장 시급하고 효과적인 기술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주식인 옥수수부터 AI 관개 시스템까지…현지 맞춤형 청사진 제시
조별 토의를 거쳐 도출된 케냐 공직자들의 액션플랜에는 식량안보와 직결된 구체적인 대안들이 포함됐다. 케냐 농업의 당면 과제와 필요가 무엇인지, 한국이 어떤 기술적 지원 등을 할 수 있는지가 직관적으로 드러났다.
먼저 케냐의 주식인 '우갈리'의 재료인 옥수수를 보호하기 위해, 한국의 '스마트 병해충 예측·방제 기술'을 접목하는 데이터베이스 구축 방안이 제기됐다. 아울러 최근 기후변화 대응 작물로 부상한 해바라기의 인증 종자 보급 확대를 포함해 생산, 가공, 유통을 아우르는 통합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또한, 케냐 농업의 핵심인 축산 분야에서는 가축 식별 및 이력 추적 시스템(ANITRAC)과 '사료은행 관리'를 연계해 고질적인 사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아이디어도 주목받았다. 물 부족 국가인 케냐의 환경을 고려해, 관개 농가의 수자원 낭비를 방지할 수 있는 'AI 기반 정밀 관개 시스템' 도입 방안도 호응을 얻었다.
"스마트농업 기술, 불확실한 기후 완화할 유일한 수단"
연수에 참여한 케냐 국영 종자회사 연구개발부 패트릭 슌다 오코스(Patrick Shunda Okoth) 연구원은 “이번 연수에서 드론 방제와 태양열 활용 관개시스템, 그리고 자동화 제어시스템이 특히 인상 깊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물이 부족한 케냐에서는 점적 관개 기술을 비롯한 스마트농업 기술이 불확실한 기후 변화를 극복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라며, “케냐 현지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 무엇인지 앞으로도 관심과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수를 지도한 전남대 정선우 교수는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 예측하고 준비하는 게 쉽지 않다”며, 케냐에서 일어나는 기후 현상이 단지 케냐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문제를 공유하고 기술을 나누는 기회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케냐의 농업 현안을 전남도의 기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추후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케냐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전체로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