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장에 1억 위성 영상비 아꼈지만...‘우주 과학 농업’ 현장 안착 위한 과제는?
최초의 농림 전용 위성 발사, 데이터 주권 확보·농업 관측과 재해 대응 기대 농식품부 내 과 신설 등 조직 확대·현장 데이터 연계·융합 인재 양성 등 후속 작업 시급
우리나라 최초의 농림 전용 위성이 발사되면서 본격적인 '우주 과학 농업 시대'의 막이 올랐다. 그동안 외국산 위성이나 국방 등 비전문 위성 영상에 의존해 제한적인 연구에 그쳤던 한국 농업이 비로소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다. 이번에 발사된 농림위성은 3일 주기로 한반도를 정밀 관측하며 농업·산림 관측과 재난·재해 대응 분야의 데이터를 쏟아낼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노지 스마트농업 확산과 정밀농업 구현을 정조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농림위성의 데이터가 고부가가치 정보로 가공돼 농업 현장과 연계되려면 △대대적인 조직·인력 보강 △미시(로봇·드론)-거시(위성) 데이터의 유기적 연계 △AI·위성 융합형 인재 양성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5m 해상도의 눈, 거시적 수급 조절부터 필지별 정밀농업까지
농촌진흥청과 산림청, 우주항공청은 차세대중형위성 4호(농림위성)가 발사 약 6시간 38분 후인 7월 7일 오후 10시 50분(한국 시간)에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상국과 첫 교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농림위성의 발사 성공으로 농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농림위성은 5m 해상도로 한반도 전역을 3일 주기로 상시 관측하면서 농업·산림 관측과 재난·재해 대응 분야의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국가 수급 조절 정책의 과학화는 물론 농가 단위 정밀농업 확산이 가능해졌다.
정선옥 충남대 교수(한국농업기계학회 회장)은 “그동안 미국·프랑스 등으로부터 위성 영상을 구하려면 20장에 1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그래서 민간에선 접근하기 어려웠다. 국가 기관도 국방 등 일부 분야에서만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림위성은 농림 분야 연구 및 대국민 서비스를 위한 우리나라 최초의 위성이라는 점에서 본격적인 첫발을 내디뎠다는 큰 의미가 있다”며 “전용 데이터 주권을 확보함으로써 한국 농업 환경에 맞춘 활발한 연구와 응용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하유신 경북대 교수 역시 농림위성의 거시적 활용 가치에 주목했다. 하 교수는 “위성이 전 세계를 돌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 거점의 작황 상황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하게 되면, 농산물 수출입 및 유통 과정에서 선제적이고 거시적인 수급 조절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매년 반복되는 마늘, 양파 등 주요 채소류의 수급 예측 실패로 인한 가격 폭락과 산지 폐기 문제를 위성 데이터가 일정 부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시적 관점에서의 현장 활용성도 높다. 이번 농림위성은 5m 해상도를 갖추고 있어 국내 농가들의 필지별 관리 정도에 적합하다. 농가 입장에서는 감에 의존하던 이상징후 판단, 파종 및 출하 시기 결정, 가뭄·강수 등 재난·재해 피해 사전 대응 등에 위성 서비스를 제공받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인력·예산 확충…‘농식품부 과 단위 신설·자동화 검증 체계’ 확립해야
그러나 3일마다 쏟아지는 막대한 데이터를 소화하기엔 현재의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위성 데이터의 수집과 가공을 총괄하는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위성센터의 인력과 예산으로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2027년부터 본격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만큼 남은 기간 예산과 제도 마련 등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정선옥 교수는 "선진국들이 수십 년간 쌓아온 위성 정밀농업의 발자취를 단기간에 따라잡으려면 쉽게 말해 '나머지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대적인 조직 보강과 R&D 예산 투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번 위성은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선 ‘3일 주기 데이터의 자동화 처리 프로세스’부터 마련해야 한다. 위성 영상이 3일 주기로 제공하는 데이터 처리 속도가 위성 관측 주기를 따라가지 못하면 데이터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영상 분석 결과가 맞는지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조사·검증단 체계'가 필수적이다. 정부의 농산물 수급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영상 분석과 현장 실측이 실시간으로 맞물려야 하기 때문이다.
정선옥 회장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향하는 스마트·정밀농업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려면 대대적인 인력 보강과 사업 예산 확충이 최우선”이라며 “처리된 데이터의 진위 여부를 판단할 실측 검증 체계를 도(道) 단위에서 시·군 단위까지 연계하고, 수작업이 불가능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자동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행정적 지원을 뒷받침하려면 "우주항공청, 산림청과의 공조 등의 업무를 수행할 농림축산식품부 내 ‘과 단위 조직’을 신설해야 유기적인 검증 체계가 작동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드론·노지 로봇과 연계한 ‘미시-거시 융합 데이터’ 필수
현장 정밀농업의 핵심인 ‘시비(비료 살포) 추천식’ 개선과 데이터의 다각적 연계도 과제다. 위성의 5m 해상도는 필지 단위 관리는 가능하지만, 한 필지 내부의 미세한 생육 변이까지 잡아내기엔 한계가 있다.
하유신 교수는 “위성이 거시적 관측을 담당한다면, 드론은 한 단계 더 미시적인 관측을, 그리고 노지의 로봇은 병해충이나 작물의 숙도(익은 정도)를 직접 확인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위성 데이터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로봇과 드론이 취득한 현장 데이터와 연계해 정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융합 연구가 활성화돼야 농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역설했다.
정 교수도 “토양 검정을 통한 기비(밑비료)는 농업기술센터의 분석에 의존하되, 추비(웃비료)는 위성 영상과 드론 영상을 결합해 필지 내 위치별 변이를 측정하고 정밀하게 시비를 추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작물별 구획 단위 양분 관리 기준을 확립하기 위한 기초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AI+위성+농업’ 융합 인재 양성 체계 시급…장기 연구사업단 신설 제언도
첨단 데이터를 고부가가치 정보로 가공할 ‘사람’이 없다는 점도 스마트농업 전조등에 불을 켜게 만든다. 현재 국내 관련 전문 인력은 대학원 실험실이나 센터 단위의 기초연구 수준에 머물러 있어 매우 부족한 상태다. 기존의 교육 체계가 학과 단위의 칸막이에 갇혀 있어, 융합 기술이 필수적인 위성·AI 농업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유신 교수는 “농업적 관점에서 위성과 AI, 로봇 기술이 서비스로 구현되려면 융합형 인재 양성 체계가 도입돼야 한다"며 "예전처럼 대학원 과정만 단편적으로 지원할 것이 아니라, 학부 단계에서부터 특성화 과정을 설계할 수 있도록 농식품부가 대학에 사업비를 지원하고 프로그램을 매칭해야 자연스러운 인력 유입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꼬집었다.
정 회장은 실질적인 전문 인력 후보군을 형성하기 위해 “정부가 최소 10년 동안 연간 2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지속 투입하는 ‘농림 위성 융합 연구사업단’ 같은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주관대학을 중심으로 지리학, 컴퓨터공학, 농기계 등 전공 교수들이 사업단에 참여해 다년도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이를 통해 융합 석·박사 인력을 대거 양성해 농업위성센터나 민간 애그테크 기업으로 취업시키는 장기 선순환 생태계를 짜야 한다는 것이다.
농민들이 농림위성의 역할을 체감할 수 있도록 시군농업기술센터 등과 연계한 데이터 제공 필요성도 언급됐다. 중앙정부나 농촌진흥청이 고도화된 데이터를 뽑아내더라도, 정작 고령 농업인이 대다수인 현장 농가에 “데이터가 있으니 알아서 활용하라”고 하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선옥 회장은 “예를 들어 올해 전국적으로 배추 재배면적이 급증했다는 데이터를 제공한다면 농가들은 영농 의사결정의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도 구현돼야 위성의 가치가 발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