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특집 설문] AI 기계 돌릴 ‘사람’이 없다…‘장비 보급’ 매몰돼 인력 양성 놓쳤다

한국농업기계학회 전문가들, ‘고숙련 디지털 인재’ 부재 해결 촉구 특성화고(제조)-대학(AS)-대학원(R&D) 연계한 권역별 인력 생태계 시급 전통 영농 지도 한계…농업기술센터, ‘데이터 분석·처방’ 조직으로 체질 개선 시급 도시 선호 정서 정면 돌파…청년 오퍼레이터 위한 인건비·정주 여건 패키지 지원 주문

이현우 기자
승인 2026.06.30 20:06수정 2026.07.0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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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농촌 고령화와 일손 부족을 해결하겠다며 인공지능(AI)과 로봇이 탑재된 첨단 스마트 농기계 보급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이 장비를 운용하고 관리할 ‘고숙련 디지털 인재’가 부족해 고가의 장비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농업기술신문은 창간을 맞아 한국농업기계학회 운영위원들과 본보 필진 등 현장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전문가들은 ‘고숙련 디지털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현장과 기술을 동시에 이해하는 실무형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시스템 체계화와 공공 지도 조직의 전면적인 구조 개혁을 선행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강의실 이론은 가라”… 현장 실습 중심의 교육 체계 전면 개편 요구
설문 참여자들은 현행 인력 양성 정책이 현장과의 괴리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단순히 장비를 보급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농민과 오퍼레이터가 직접 데이터를 읽고 장비를 제어할 수 있는 ‘실무형 교육 체계’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이 꼽은 가장 시급한 보완책은 대학-농업기술센터-기업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현장 실습 중심의 교육 인프라 구축이다. 거점국립대학을 중심으로 농업기계 공학 기반의 전문 교육과정을 강화하고, AI·데이터·농업기계가 결합한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현장 실무 역량을 공인할 ‘디지털 농업 기술사’ 제도 도입도 구체적인 대안으로 제시됐다.

인력 양성의 대상을 직무별로 세분화하는 체계적 접근도 제안됐다. 설문 참여자 중 한 전문가는 교육 체계의 권역별 구조화를 주장하며 “인력 양성이 연구개발에만 치우쳐선 안 되며, 현장 AS와 제조를 아우르는 생태계를 짜야 한다”라며 “특성화고는 제조업, 대학은 디지털 AS 인력 양성, 대학원은 R&D 연구개발 인력 양성으로 역할을 명확히 분담하고 이를 권역별로 매칭해 운영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디지털 숙련자 교육과정과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재배 기술 교육 과정을 복합적으로 수료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고장 시 즉각적인 대응 방안 교육이 정규 과정에 포함돼야 한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김용주 충남대 교수는 “컴퓨터공학과와 농기계학과 등을 융합할 수 있는 학과 학제 개편이 필요하다”며 “현재는 TF 형태로 한시적으로 운영되다 사업이 끝나면 사라지는 사례가 많은데, 지속 가능한 국가 사업 체계로 전환해야 미래 대응을 할 수 있다”고 짚었다.

조용진 전북대 교수 역시 “AI 기반 농업을 확산하려면 현장과 기술을 동시에 이해할 수 있는 고숙련 디지털 인재 양성이 필수적”이라며 “거점국립대학을 중심으로 전문 교육과정을 강화하고, AI·데이터 등 농업 전반에 융합된 실무형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현장 실습과 산학연 협력을 확대해 실제 현장에서 운영할 수 있는 전문인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업기술센터 ‘데이터 처방 조직’으로 혁신해야
첨단 농업 AI 기술이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농민과 가장 가까이서 소통하는 시군 농업기술센터와 농촌지도사의 역할이 공학 중심으로 재정립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기존의 품종 선택이나 시비 처방 등 전통적인 영농 지도 방식만으로는 쏟아지는 디지털 데이터와 새로운 기술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농업기술센터를 활성화하고 농촌지도사의 디지털 역량을 키우는 ‘혁신적 개혁’이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농업기술센터의 공공 인력과 예산을 사업 기획 및 현장 밀착형 사업 개발 중심으로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지도 조직의 직무 혁신을 강조하며 “농업기술센터의 전통적인 농업기술 지도 업무가 이제는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라며 “농작물 지식을 기본 바탕에 두되, 현장 데이터를 이해하고 통계 기반으로 분석해 처방까지 내릴 수 있도록 공공 지도 시스템의 직무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피력했다.

“도시 선호 정서 벽 넘어야”…청년 오퍼레이터 정주 여건 개선 ‘직격탄’
아무리 훌륭한 교육 시스템을 만들더라도, 정작 기술을 움직여야 하는 인재들이 농촌 현장으로 유입되지 않는다면 정책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인력 양성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역 정주 여건’과 ‘정서적 한계’를 직설적으로 꼬집었다.

현재 스마트농업법 등 인재 양성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 자체는 원론적으로 잘 갖춰져 있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젊은 층이 도시 거주를 압도적으로 선호하는 정서적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산학연 현장 융합 생태계를 통해 청년들의 유입 증대 전략을 한층 정교하게 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교육 지원과 함께 강력한 경제적·환경적 유인책을 결합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청년농, 후계농, 스마트농업 전문 오퍼레이터를 육성해 농촌 현장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농업 AI 기술 기업이 농가 근처에 소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기업 직원에 대한 인건비 지원과 정주 여건 개선 정책이 패키지로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또한, 사용자 스스로 대응하기 어려운 초기 시장인 만큼 제품과 서비스 공급자들이 서비스 체계를 고도화해 현장 사용자를 상시 지원할 수 있도록 정부가 비용을 보조하는 현실적인 뒷받침도 시급한 과제로 제시됐다.

이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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