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특집 설문] 우려되는 농촌판 디지털 양극화…‘현장 수용성’이 답이다

AI·스마트농업 등 첨단 기술 도입 역량 격차에 따른 소농 포용 방안 집중 제시 전문가 55% 지자체 중심 ‘공유형 보급 방식’ 주문…개별 보급 19.4% 그쳐 스마트폰 플랫폼·대화형 AI 활용한 ‘단순·저비용 적정 기술’ 공급이 현실적 대안 직접 운용 고집 말고 '농작업 대행 서비스' 활성화 등 냉정한 현실론도 부각

이현우 기자
승인 2026.06.30 20:00수정 2026.07.0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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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농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업 AI(인공지능)와 스마트농업 기술 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자본력을 갖춘 대농과 그렇지 못한 소농 간의 이른바 ‘농촌판 디지털 양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술을 도입할 자본과 역량이 부족한 소농들이 애그테크 생태계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려면 농민들이 쉽게 체감할 수 있는 ‘현장 수용성’ 중심의 정책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본보가 실시한 전문가 설문에서도 이 같은 현장의 고심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비싼 장비 사지 말고 나눠 쓰자”…‘공유형 공공재’로 패러다임 전환
전문가들은 소농을 포용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기존의 개별 농가 직접 보급 방식을 탈피하고, 지역 단위의 공동 이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농가 개인이 수억 원에 달하는 고가의 첨단 장비를 소유하는 구조로는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농을 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애그테크 장비의 개별 농가 보급 방식과 농기계 임대사업소 등을 통한 공유형 보급 방식 중 국내 농업에 적합한 방식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36명)의 55.6%(20명)가 공유형 보급 방식을 선택했다. 개별 보급 방식은 19.4%(7명), 농가 규모 등 환경에 따라 개별·공유형 방식을 병행하자는 의견도 19.4%(7명)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AI를 개별 농가의 구매 대상이 아니라 공공재 형태의 공동 활용 서비스로 전환해야 한다”며 “지역 단위 AI 농업지원센터를 구축하고, 장비 공유에서 AI 모델 자체를 공유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키를 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나 지역 단위 중심의 공공 인프라를 통해 하드웨어 임대와 표준화된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방형·공유형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인 공공 인프라 활용 방안으로는 농기계 임대사업소, 영농조합법인, 지역농협 중심의 장비·서비스 공동 이용 체계 확대가 제시됐다. 농기계 임대사업소의 외연을 넓혀 소규모 농업인의 참여를 유도하는 한편, 운반차 등 중소규모 농작업에 적합한 실용형 AI 농기계를 개발·보급하는 방식, 그리고 여러 명의 소농을 묶어 AI나 로봇을 공유하게 하는 방식 등이다. 아울러 장비 구매에 치중된 보조금 체계를 구독형 서비스 이용료, 교육비, 유지 관리비까지 포함하는 방식으로 다변화해 소농에게 실질적인 ‘기술 이용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조언도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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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해서 쓰는 기술은 실패”…스마트폰 기반 ‘단순·저비용 AI’ 집중해야
농촌의 초고령화 현실을 고려할 때, 기술 접근성 격차를 메울 수 있는 단순화된 서비스를 공급해야 한다는 주문도 쏟아졌다. 한 전문가는 “디지털 양극화를 막는 핵심은 기술의 화려함이 아니라 현장 수용성에 있다”며 “소농들에게 AI는 공부해서 쓰는 어려운 기술이 아니라, 전화 한 통이나 메신저 하나로 혜택만 누리는 편리한 서비스가 돼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대다수 전문가는 대농 중심의 대규모 빅데이터 시스템을 무리하게 이식하기보다 소규모 농지 상황에 맞는 필수 적정 기술(Low-cost AI)을 먼저 적용할 것을 추천했다. 농민에게 꼭 필요한 병해충 조기 발견 경보나 작물 생육 상황 등 핵심 정보만 직관적으로 제공하는 단순·저비용 모델이 효율적이라는 뜻이다.

고령의 농업인들도 카카오톡이나 유튜브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만큼, 농촌진흥청의 대화형 플랫폼 ‘이삭이’처럼 말로 소통하는 친숙한 플랫폼 환경 조성이 대안으로 꼽힌다. 날씨 앱처럼 손쉽게 구동할 수 있는 플랫폼을 통해 꼭 필요한 의사결정 정보만 요약해 보여주는 시스템이 매력적이다.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시범 사업 모델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올해 시범사업으로 실시되고 있는 ‘중소농 스마트팜 대표 모델’ 관련 사업과 내년 추진 예정인 ‘전국 단위 중소농 스마트팜 표준모델 실증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모델은 표준 기반의 개방형 온실 통합관리 플랫폼인 ‘아라온실’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저렴한 가격에 부품 호환이 가능하고, 필요한 AI 서비스를 ‘농업용 앱스토어’에서 다운받아 쓸 수 있어 초기 투자비와 유지관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돌파구로 기대를 모은다.

“모든 농가 디지털화는 환상”…대행 서비스 활성화 등 ‘현실론’도 제기
모든 소농을 디지털 영역으로 끌고 가는 것은 막대한 비용 대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냉정한 현실론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모든 농가가 디지털화할 필요는 없으며, 영세 소농들이 굳이 비싼 AI를 도입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정책적 배려 수준에서 구독 서비스나 임대 장비 지원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나아가 “우리 농업의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장기적으로 대농화·규모화는 필연적이며, 모든 소농을 아우르려다간 비용 과다로 공멸할 수 있다”라는 지적도 나왔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본능적으로 쓰는 것과 농민들이 현장에서 장비를 제어하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이다. 현실적으로 소농을 포용하려면 이들이 직접 AI 장비를 다루지 못하더라도, ‘지역별 농작업 대행 서비스’나 ‘공유형 모델’을 활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AI 영농 혜택을 받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가장 실현 가능한 대안으로 지목됐다.

결국 이러한 현장 맞춤형 변화를 뒷받침하려면 단계별·옵션별 패키지 지원 체계 마련과 함께 변화하는 농가 환경에 맞춰 농업기술센터 등 정부 조직의 인력과 예산, 사업 기획 체계를 혁신하는 거버넌스 재정비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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