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서 밭으로, 엔진에서 배터리로…농기계 시장의 ‘대격변’
농식품부 ‘2025 농기계 보유현황’ 발표… 친환경·전동화 기종 30.9% 급성장 벼 재배 감축에 경운기·이앙기 퇴조, 밭농업 및 소형 전동 농기계가 주도
대한민국 농촌 들녘의 풍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 농가마다 한 대씩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던 동력경운기와 이앙기가 논을 떠나고 있는 반면, 그 빈자리를 밭농업용 관리기와 친환경 전동 농기계, 그리고 첨단 방제 드론이 채우고 있다. 벼 재배면적 감축이라는 구조적 변화와 농촌 고령화, 인력 부족이라는 현실적 위기가 맞물리면서 대한민국 농기계 시장이 ‘밭농업 중심’과 ‘친환경 전동화’라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이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6월 24일 발표한 ‘2025년도 농업기계 보유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일 기준 국내 주요 농업기계 16종의 총 보유대수는 전년 대비 0.2% 증가한 198만 3000대로 집계됐다.
수치상으로는 정체된 듯 보이지만, 기종별로 살펴보면 뚜렷한 시장 재편이 확인된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논농업 기계의 전반적인 감소와 밭농업 기계의 지속적인 성장이다. 정부의 벼 재배면적 감축 정책과 영농 규모의 대형화·공동화 영향으로 과거 농촌의 상징이었던 동력경운기는 전년 대비 1.7%(8558대), 동력이앙기는 1.6%(2600대) 감소했다. 최근 5년간(2021~2025년)의 추세를 봐도 이앙기는 6%, 경운기는 5%가 감소하며 확연한 퇴조 기로에 섰다.
반면 밭농업 기계화 확산과 정부의 주산지 일관 기계화 정책에 힘입어 관련 기종은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밭농업 필수 장비인 관리기는 전년 대비 3632대(0.8%) 늘어난 46만 6895대를 기록했고, 수확기(10.1%↑), 파종기(5.6%↑), 정식기(2.9%↑) 등도 일제히 상승 곡선을 그렸다.
특히 소형 농기계를 중심으로 한 ‘전동화(배터리 전환) 트렌드’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고소작업차, 농업용 동력운반차, 주행형 방제기 등 친환경 동력원 농기계는 총 2만 5360대로 전년 대비 무려 30.9% 급증했다. 기종별로는 친환경 주행형 농업용 방제기가 46.0%(2321대), 농업용 동력운반차가 25.1%(2476대) 늘어나며 성장을 견인했다. 첨단 무인화의 척도인 농업용 멀티콥터(드론) 역시 전년 대비 22.2% 증가한 3555대로 집계돼 현장의 스마트화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증명했다.
친환경과 전동 농기계로의 전환이 늘어나면서 폐농업기계 보유 숫자도 증가하고 있다. 실제 동력경운기, 트랙터, 관리기 등 6대 기종의 폐농업기계 보유량은 1만1766대로 전년 대비 7.2% 증가했다. 농기계의 교체 주기가 빨라지고 농가 고령화로 방치되는 장비가 늘어나면서 기존 엔진 기반의 농기계의 무단 방치가 지속되면 농촌 환경 오염 및 안전사고 위험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폐농기계 처리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향후 정부의 농업 정책과 애그테크 비즈니스의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이시혜 농식품부 농산업혁신정책관이 “이번 조사 결과를 제10차 농업기계화 기본계획(2027~2031년) 수립 시 반영하겠다”고 밝히는 등 정부도 해당 통계를 농업기계화 정책 추진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친환경 동력원 농업기계 등에 대한 미비한 정부 지원, 각종 인프라 부족 등이 여전한 만큼 친환경 농업기계와 첨단 농업기계 보급 확대를 위한 제도적·예산적 뒷받침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국내 농기계 제조업체인 A사 팀장은 “로봇화한 농기계는 초기 개발비가 많이 투입되는 등의 이유로 기존 제품보다 가격이 더 비싸다. 보조·융자지원을 감안해도 농가 자부담이 3~4배 더 소요된다”며 “예를 들어 동력운반차의 농민 자부담은 약 500만 원이라면 운반로봇은 2000만 원에 달한다. 무려 네 배 차이다. 농가들이 선뜻 구매하지 못하는 이유이자 현장 확산이 지지부진한 이유”라고 설명하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