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자율농업 시대, 안전 기준도 함께 진화해야 한다

승인 2026.07.14 10:21수정 2026.07.14 10:41

[전문가 칼럼] 대동 이광욱 농업AX 추진 TF부문장
 

[사진자료] 대동 이광욱 농업AX추진 TF 부문장.jpg

대한민국 농업은 지금 거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농촌 고령화와 만성적인 인력 부족,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 불확실성 확대는 기존 방식만으로 지속 가능한 농업의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AI 기반 자율농업 기술이 미래 농업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과 같은 농기계가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해 작업하는 자율작업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농업 선진국들은 자율주행 농기계를 미래 농업 경쟁력 확보의 중요한 수단으로 보고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AI 기반 자율농업 기술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대동 역시 올해 국내 최초로 AI 트랙터를 출시하며 자율농업 시대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대동 AI 트랙터는 단순한 GPS 기반 직진 보조 수준을 넘어 실제 농경지 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판단하는 기술을 탑재했다. 차량에 장착된 6개의 비전 카메라는 논과 밭의 경계, 작물 상태, 장애물 등을 실시간으로 인식한다. 여기에 고정밀 위치정보 시스템인 RTK-GPS와 자체 개발한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결합해 농기계가 작업 경로를 판단하고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이러한 기술 발전을 접하면 많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을 하게 된다. "이제 트랙터가 스스로 작업한다면 사람이 없어도 되는 것 아닐까?"

완전 무인이 아닌 '안전한 자동화'에 머무는 이유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은 그렇지 않다. 현재 국내 자율농업 관련 안전 기준에 따르면 자율작업 중인 농기계는 사용자가 근거리에서 작업 상황을 반드시 모니터링 해야 한다. 대동 AI 트랙터 역시 사용자의 스마트폰이 트랙터 주변 일정 거리 이내에 있어야만 자율작업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기술 부족 때문이라기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산업 초기 단계의 제도적 기준에 따른 것이다.

농기계는 일반 자동차보다 훨씬 복잡하고 비정형적인 환경에서 움직인다. 논두렁과 경사지, 갑작스러운 지면 변화, 예측하기 어려운 장애물, 사람이나 동물의 돌발적인 접근 등 다양한 위험 요인이 존재한다. 완전 무인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용자와 제조사 가운데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도 법적·제도적으로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국내외 자율농업 기술은 대부분 '완전 무인'보다 '안전한 자동화' 단계에 머물러 있다. 북미를 비롯한 주요 농업 시장에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은 활발하지만, 사람이 전혀 개입하지 않는 완전 무인 작업이 일반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새로운 안전 장치, AI 비전 기술
그러나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이 반드시 새로운 위험 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비전 기반 인식·판단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사람이 농기계를 직접 운전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농업인은 장시간 작업 과정에서 피로가 누적될 수 있고, 순간적인 부주의나 사각지대로 인해 경사지와 논두렁의 위험 요소를 뒤늦게 인식할 수도 있다. 반면 농기계에 장착된 카메라와 센서는 운전자의 시선이 닿기 어려운 영역까지 지속적으로 관찰한다. 

지면의 기울기와 주변 장애물, 차량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기술이 발전하면 전복 위험을 사전에 감지해 작업을 중단하거나 경로를 변경할 수 있다. 사람이나 다른 농기계와의 충돌 가능성을 조기에 인식해 감속 또는 정지하는 기능도 더욱 정교해질 것이다. 즉, 향후 AI와 비전 카메라는 작업 환경을 상시 감시하며 인간의 판단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 사람이 놓칠 수 있는 위험까지 보완하는 새로운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기술 진화에 발맞춘 제도적 안전 성능 기준 마련
최근 AI 비전 기술과 장애물 감지 센서, 원격 관제 시스템, 정밀 위치 제어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지금은 사용자가 근거리에서 작업 상황을 모니터링 해야 하지만, 기술이 충분히 고도화되고 사고 예방 성능이 검증된다면 안전 기준도 이에 맞춰 발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농기계 주변에 있는 지를 기준으로 자율작업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농기계가 위험 상황을 얼마나 정확히 인식하고 안전하게 정지할 수 있는지, 전복과 충돌 가능성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예방하는지 등 실제 안전 성능을 중심으로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자율농업의 목표가 단순히 '사람 없는 농업'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진정한 목표는 농업인의 노동 부담을 줄이고,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농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농업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미래 농업 위한 기술 발전과 제도 개선
자동차 산업 역시 처음부터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기술 발전과 함께 안전 기준과 법·제도, 사회적 합의가 단계적으로 발전해 왔다. 자율농업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AI 기술의 발전 속도에 맞춰 안전 기준과 관련 제도도 함께 진화해야 한다.

대한민국 농업이 진정한 자율농업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와 산업계, 연구기관이 함께 안전성과 기술 발전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기술이 기존 방식보다 높은 안전성을 제공할 수 있다면 이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제도에 반영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돼야 한다.

농업의 미래는 단순히 사람이 없는 무인 작업에 있지 않다. 인간의 경험과 AI의 판단 능력이 서로를 보완하고, 기술 혁신과 안전 기준이 함께 발전할 때 비로소 대한민국 농업은 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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