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주도농업기술원 김태우 디지털센터장

“감귤 3D 촬영부터 농림위성까지…제주 ‘AI 농업’ 예산·인력 독립이 성패 가른다” 전국 지자체 벤치마킹 1순위…“예산 지원과 ‘지능분석팀’ 신설 절실” 강조

백철현 기자
승인 2026.05.14 09:00수정 2026.07.07 18:38
제주도농업기술원 김태우 디지털센터장.
제주도농업기술원 김태우 디지털센터장.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을 비롯해 전국의 수많은 지자체와 농업기술센터가 저희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다들 부러워합니다. 하지만 매 순간 예산과 인력 부족이라는 현실적 한계와 싸워야 하는 현장의 고뇌가 있습니다.”

제주의 디지털 농업 혁신과 AX(AI 전환)를 주도하고 있는 제주도농업기술원 김태우 디지털센터장은 농업의 AX 활성화를 위해 조직과 예산의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강조하며 이처럼 말했다. 뛰어난 성과를 인정받아 다수의 기관 포상을 휩쓸며 국내 디지털 농업의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태우 센터장을 14일 만났다.

제주는 육지와 지형적 특성도 다르고 재배 작물도 판이하다. 첨단 기술과 AI 도입 과정에서 제주만의 차별화된 전략은 무엇인가.
“제주는 농경지가 소규모로 잘게 분절돼 있어 정밀 기계화가 어렵다. 우리는 하드웨어 대신 ‘필지 단위 데이터’를 촘촘하게 확보하는 방향으로 접근했다. 특히 지난해 감귤 조수입이 1조 3,000억 원을 돌파했다. 이 핵심 자산을 지키기 위해 외부 기관의 거시적 통계에 의존하지 않고, 제주 자체적으로 320개소의 표본구를 지정했다. 매년 5월, 8월, 11월마다 조사원들이 현장에서 일일이 꽃수와 열매 수를 세어 생산량을 예측해 왔는데, 올해부터는 AI가 감귤나무를 360도 촬영해 3D 모델링화한 뒤 자동으로 열매 수를 셀 수 있는 기술을 실증 중이다. 현재 특허 출원을 준비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병해충 문제도 심각할 텐데, AI가 어떻게 현장을 지원하고 있나.
“과거에는 현장에서 해충이 발견되면 조사원이 육안으로 판독하고 기술 지도를 진행하는 데 최소 15일이 걸렸다. 그래서 방제 골든타임을 놓치기 일쑤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주 전역에 ‘디지털 트랩’을 설치했다. 포획된 해충을 AI 정보 라벨링을 통해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농민들은 우리가 자체 개발한 ‘제주DA’ 앱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즉시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농촌 고령화로 인해 아무리 좋은 앱이 있어도 농민들이 쓰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많다. 고령농을 위한 배려가 돋보이는 기술이 있다면 무엇인가.
“농가의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영농일지를 잘 써야 경영 분석을 하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데, 어르신들은 스마트폰 타이핑 자체를 어려워하신다. 그래서 지난해 ‘음성 인식 디지털 영농일지’ 기능을 도입했다.

문제는 ‘제주 사투리(제주어)’였다. 기존 대기업의 AI 엔진은 제주어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결국 구글 엔진을 기반으로 제주 사투리를 무한 학습시켰다. 현재는 농민이 음성으로 뱉은 사투리를 텍스트와 영상으로 정확하게 변환해 주는 수준까지 올렸고, 향후에는 대화형 AI 시스템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김태우 센터장이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김태우 센터장이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현재 ‘제주DA’ 앱의 보급 현황과 농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데이터는 무엇인가.
“500m 격자 단위의 필지별 기상 정보와 AI 해충 도우미의 인기가 가장 높다. 전문 서적을 기반으로 학습된 AI 도우미가 답변하기 때문에 챗GPT보다 오진율이 낮고 신뢰도가 높다.

이 앱의 초기 가입자는 300여명에 불과했지만 행정 데이터 융합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농민 수당과 여성농업인 행복바우처 신청을 이 앱으로 받기 시작하자 회원수가 1,800명으로 폭증했다. 앞으로 모든 서류 신청을 이 플랫폼으로 통합할 생각이다.”

공공과 민간, 업체별로 파편화된 농업 데이터를 통합하고 정제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 허브 구축은 정말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 기관마다 데이터를 정의하는 기준(포맷)이 완전히 달라서 서류를 다 받아와도 곧바로 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16개 기관에서 34종의 데이터를 우선 수집했고, 올해 40여 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정제 작업을 관(官)의 힘만으로는 할 수 없어, 현재 22개 민간 기업·연구소가 참여하는 ‘민간 협업 거버넌스’를 운영하며 실마리를 풀고 있다. 융복합 협업이 왜 중요한지 매일 실감한다.” 

올 하반기 디지털센터의 포커스는 어디에 맞춰져 있나.
“현재 플랫폼에 접목된 7대 실무 서비스의 고도화다. 특히 생산량 예측 시스템을 제주 주요 7대 작물 전체로 확대하기 위한 관측 체계 용역을 오는 10월까지 마칠 예정이다. 궁극적으로는 데이터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3단계 완전 지능형 AI’로 가야 하는데, 여기서부터는 예산의 벽에 부딪힌다.”

해당 사업이 성과로 이어지려면 예산과 정책적 뒷받침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본다.
“현재 우리 센터는 연간 약 30억 원의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구상하는 차세대 모델, 즉 대규모 플랫폼 고도화와 정부의 ‘농림위성’ 데이터를 받아 제주 농토를 시계열적으로 식생 분석하는 단계로 나아가려면 최소 80억 원에서 100억 원 규모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아무리 좋은 데이터를 모아도 이를 분석할 전문 인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기술원 내에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전담할 ‘지능분석팀’ 신설을 요청하고 있다. 현장 조직과 인력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백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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