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특집] "양돈이 3D 산업이라고요? ICT 결합하니 주 5일 근무할 수 있는 스마트 일터 됐죠"

[데이터, 농장을 바꾸다] 합천 상진축산 2세 청년 농업인 이상진 대표 재래식 돈사를 연 모돈 600두 규모 첨단 스마트 돈사로 완벽 탈바꿈 액비 순환 원료 시스템으로 고질적 악취·가스 해결…ICT 장비 내구성 확보 3D 라이다·AI 카메라가 이끄는 정밀 축산…사양 관리의 '상향 평준화’ 이상진 대표 “PSY 35두 목표, 사양 관리 상향 평준화 이룰 것” 다짐

이현우 기자
승인 2026.06.30 20:48수정 2026.07.02 11:21
상진축산 이상진 대표가 스마트돈사에 입식한 모돈을 살펴보고 있다.
상진축산 이상진 대표가 스마트돈사에 입식한 모돈을 살펴보고 있다.

농촌의 고령화와 악취 문제로 청년 유입이 어려운 양돈업계에 '데이터 중심 정밀 축산'으로 도전장을 낸 2세 청년 농업인이 있다. 경남 합천 상진축산의 이상진 대표(95년생)가 그 주인공이다.

이 대표는 정부 지원사업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기존 재래식 농장을 모돈 600두 규모의 첨단 스마트 돈사로 리모델링했다. 고질적인 악취를 해결한 액비 순환 시스템과 AI 기반의 관리 시스템을 도입한 결과, 자돈 폐사율을 2% 미만으로 낮추고 주 5일 근무가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며 양돈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올해 3월부터 후보돈 입식을 시작해 현재 모돈 480두(6월 기준)를 확보했으며, 7월까지 모든 600두 규모의 상시 사육 시스템을 가동해 오는 9월 첫 분만과 10월 자돈 출하를 앞두고 있다. ‘감(感)’이 아닌 ‘데이터’를 전면에 내세워 양돈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이상진 대표를 현장에서 만났다.

가업 승계의 조건 ‘시설 현대화’…밑바닥부터 다진 현장 실무
사실 이상진 대표의 어릴 적 꿈은 사육사 또는 운동선수였다. 돼지를 키우겠다는 꿈은 전혀 없었다. 그는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돈사에 가면 특유의 악취와 노후한 시설 때문에 반감이 컸다. 하지만 동물을 좋아해 사육사를 꿈꿨는데 농장의 시설 현대화를 약속한 아버지와의 상의 끝에 고등학교 3학년 때 진로를 양돈으로 굳혔다”고 회상했다.

양돈 경영인으로 진로를 결정한 이 대표는 한국농수산대학교 중소가축학과(양돈 전공)에 입학해 3년간 전문 지식을 쌓았다. 특히 2학년 시절 경기 포천의 종돈장과 경남 합천의 양돈장에서 각각 6개월씩 진행한 현장 실습은 그의 양돈 인생에 든든한 기초가 됐다.

이 대표는 “밑바닥부터 배워서 기초를 다져야 농장 전체를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외국인 노동자들과 똑같이 분뇨를 치우는 일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기초부터 몸으로 부딪쳤다. 그 덕분에 농장 전체를 보는 시야가 트였다. 다양한 환경의 돈사를 경험한 것이 지금 스마트 돈사를 설계하는 데 핵심 자산이 됐다”고 설명했다.

2017년 졸업 후 확보한 후계농업경영인 자금 등을 바탕으로 첫 농장(상진농장)을 매입한 그는 이곳에서 경영 감각을 익혔다. 이후 아버지 밑에서 리모델링 돈사를 직접 운영하며 양돈 성적을 인정받았고, 마침내 2023년 스마트 돈사 신축 프로젝트인 '상진축산'을 탄생시켰다.
 

이상진 대표가 사무실에서 돈사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상진 대표가 사무실에서 돈사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 지원사업 전략적 활용 통한 자금 확보
이상진 대표는 스마트 돈사가 생산성 향상과 인력난 해소 등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청년 농업인에게 시설 현대화 등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은 거대한 장벽이었다.

이 대표는 정부의 정책 자금과 보조 사업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 재정적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그 결과, 스마트 돈사와 정화방류 관련 시설 구축에 필요한 총사업비 약 50억 8000만 원(융자 약 40억 원·보조 약 4억 3000만 원·자부담 약 6억 4000만 원)은 스마트팜 지원 사업과 가축분뇨처리지원사업, 축산분야 ICT융복합 확산 사업을 통해 마련했다.

그는 “전체 공사비를 한꺼번에 조달하기보다 사업별로 분리 운용해 초기 자금 계획의 경직성을 피하고 유연하게 대처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스마트 돈사를 구축하며 가장 먼저 선행한 것은 고질적인 악취와 가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액비 순환 정화방류 시스템’ 구축이었다. 현장에서는 아무리 비싼 ICT 장비를 도입해도 돈사 내 암모니아 등 유해가스로 인해 1~2년 만에 장비가 부식돼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그는 “액비 순환이 안 되면 ICT 도입은 시기상조다. 저희는 돈방마다 댐(수위 조절벽)과 홈을 만들어 사각지대 없이 슬러지가 원활히 흐르도록 설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돈방별 분배기를 설치해 압력을 균일하게 유지함으로써 분뇨가 정체되는 것을 막았다. 화장실 변기 물을 내리는 것과 같은 원리”라며 “미생물이 생똥을 바로잡아 먹으니 냄새날 겨를이 없다. 다른 농장의 자돈 폐사율은 5% 수준인데, 이 시스템을 적용한 농장은 2%도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AI와 데이터가 이끄는 정밀 축산…사양 관리의 '상향 평준화'
상진축산의 또 다른 핵심 경쟁력은 AI 데이터 통합 플랫폼에 있다. 현장 근무자가 NFC 태그를 통해 개체 정보를 스마트폰(또는 컴퓨터)으로 즉시 입력·확인할 수 있으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완벽하게 연동된다.

가장 눈에 띄는 장비는 3D 라이다 센서 기반의 체형 분석 시스템이다. 이 장비는 모돈의 번식 과정에서 투입되는 많은 노동력, 미흡한 체형·영양관리로 인한 모돈 생산성 하락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입된 시설이다.

해당 제품은 위에서 모돈의 체형(BCS) 등을 비접촉 방식으로 자동 측정해 체형과 시기 등에 적합한 사료를 공급한다. 이는 사료 허실 예방과 생산성 개선 등으로 이어져 농가 소득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는 “그동안 농장에서는 농장장의 감이나 수동으로 개체별 등각을 측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래서 귀찮다는 이유로 눈대중으로 넘어가기 일쑤였다. 또 사람마다 다르게 측정될 수 있다”며 “모돈이 너무 살찌거나 마르면 분만 성적이 망가진다. 반면 이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체형을 분석하고 자동 사료 급이기와 연동해 사료량을 개체별로 자동 조절한다. 특이 개체를 제외하고는 농장 전체 모돈의 체형이 ‘상향 평준화’되는 것이다. 사료 허실과 불필요한 약품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분만사에 설치된 AI 기반의 카메라도 스마트 관리 체제를 가능케 하는 일등 공신이다. AI 카메라가 모돈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 분만 임박 징후, 이상 분만 등을 감지해 관리자에게 카카오톡 알람으로 실시간 통보한다. 문제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은 물론 적은 인력으로도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한 이유다. 또한, 분만 칸마다 설치된 타이머 등을 통해 자돈의 초유 섭취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한다. 이상진 대표는 “이 같은 시스템을 접목하면서 1인 관리 체제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한 폭염 대책에도 과감히 투자했다. 이 대표는 대당 수천만 원에 달하는 고성능 냉방기 4대를 임신사와 분만사에 총 2억 8,000만 원을 들여 설치했다.

그는 “기존의 냉방 체계는 돼지의 스트레스는 줄였지만 폭염기 폐사율을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돈사 온도를 21~22도로 제어하는 등 시원하게 관리하고 있다. 전기세 부담보다 폭염으로 인한 모돈 갱신율 저하, 자돈 생존율 저하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이 훨씬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이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자돈의 설사를 막기 위해 분만사 내에 고정식 보온 커버 구역을 설치해 모돈은 시원하게, 자돈은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구현했다”며 “건강하게 자란 자돈의 출하일령은 10~30일까지 단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최종 목표는 양돈 성적의 극대화다. 기존 아버지가 운영하던 농장도 리모델링을 통해 MSY(모돈당 연간 이유자돈 출하두수) 24두, PSY(모돈당 연간 이유자돈수) 26~27두의 우수한 성적을 거뒀으나, 이 대표는 스마트 돈사를 통해 PSY 30두에서 최대 35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상진 대표는 스마트 돈사 체계를 바탕으로 생산성을 높이면 ICT 장비 구입비(12억 원)는 약 3년, 시설 자금 43억 원(융자)은 약 10년 정도면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분만사에 설치된 AI 기반 시스템이 모돈의 체형 등을 분석해 사료량을 개체별로 자동 조절한다.
분만사에 설치된 AI 기반 시스템이 모돈의 체형 등을 분석해 사료량을 개체별로 자동 조절한다.

복지 향상으로 청년 인력 유입…“양돈의 미래, 데이터에 있다”
이러한 전방위적 자동화와 데이터 관리 덕분에 상진축산은 인력 관리에 숨통이 트였다. 통상 모돈 600두 규모를 운영하려면 최소 5명 이상의 숙련된 인력이 매일 매달려야 하지만, 상진축산은 4~5명의 인력으로도 주 5~6일 근무와 유연한 휴무 보장 체계를 구축했다.

이 대표는 “AI 장비가 사람이 하던 일의 상당 부분을 대신한다. 10분 걸릴 일을 10초 만에 끝낸다. 현장에 나가지 않고도 사무실이나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사료통을 원격 제어하고 작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며 “AI 시스템 도입으로 어느 정도 주 5일 근무가 가능해지니 코로나19 이후 구하기 힘들다는 30대 한국인 직원 2명을 채용할 수 있었다. 급여보다 휴무와 복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외국인 근로자들도 채용하는 것이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상진 대표는 “과거의 양돈이 베테랑 농장장의 감과 경험에 의존했다면, 미래의 양돈은 철저히 데이터 중심이어야 한다. 데이터 기반의 시스템이 갖춰지면 초보자가 와도 매뉴얼대로 농장을 상향 평준화해 운영할 수 있다”며 “현재의 농장에 온전히 내 것으로 검증해 내고, 청년 양돈의 성공 모델을 완성하는 데 제 사활을 걸겠다”고 다짐했다.

이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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